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시리자 정부, 7개월만에 붕괴...그리스, 다시 선거 정국으로

bluefox61 2015. 8. 21. 11:17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다시 한번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국민의 손에 맡겼다.
 치프라스 총리는 20일 국영방송 ERT를 통해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 지난 1월 25일 총선에 승리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이 한계에 달했다"며 자신과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가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그는 연설이 끝난 후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카티메리니 등 현지언론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조기총선을 오는 9월 20일에 치를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서 반긴축, 반구제금융을 부르짓으며 출범했던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는 총 860억 유로(약 112조 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굴욕적일 정도로 혹독한 긴축조건을 수용한 끝에 파란만장했던 약 7개월간의 정권을 마감했다.그리스 국민 입장에서는 지난 7월 5일 구제금융 조건수용 여부를 정하기 위한 국민투표 홍역을 치른지 약 2달만에 또다시 선거 정국을 맞게 된 셈이다.

 

<치프라스 정부 주요 일지>


1월 25일 조기총선에서 시리자 당 승리.
1월 2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취임
4월 11일 채권단과의 협상팀 개편.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협상 책임자 직에서 물러나.
6월 4일 국제통화기금(IMF) 부채 3억 유로 지급 연기 선언
6월 26일 치프라스, 채권단과의 협상 실패 후 7월 5일 국민투표 실시 계획 발표
6월 28일 은행영업 중단 및 자본통제 발표
6월 30일 그리스 구제금융체제 만료
7월 5일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 긴축조건 거부
7월 6일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사임
7월 20일 은행영업 재개
8월 11일 3차 구제금융 합의
8월 19일 유로존, 총 860억 유로 규모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최종승인.
8월 20일 치프라스, 사임 및 조기총선(9월 20일 예정) 계획 발표

 


 치프라스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3일 치러졌던 그리스 의회 표결이다. 이날 실시한 3차 구제금융 합의안 관련 표결에서 시리자 소속 의원 149명 중 43명(반대 32표. 기권 11표)이 반란표를 던졌다. 현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최소 120명의 시리자 소속 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13일 표결 결과 106명으로 드러난 것이다.치프라스 총리는 대국민연설에서 반란표를 던진 43명을 "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회 내 다수의 지위를 소수로 전락시킨 자들"로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의 반란파는  대부분 시리자내 강경파로 꼽히는 좌파연대 소속 의원들이다. 좌파연대를 이끄는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정부를 " 유로존 독재에 항복한 정부"로 맹비난하면서 "새로운 반구제금융 운동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즉, 자파 세력을 이끌고 시리자로부터 분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치프라스 총리가 의회 재신임 투표 대신 조기총선 카드를 선택한 이유를 당내 반란을 제압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말 여론조사에서 치프라스 지지율이 61%, 시리자 당 지지율은 약 34%로 야당 정치인 및 야당 지지율과 압도적인 격차를 나타냈다.특히 FT는 치프라스가 조기총선 날짜를 10월이 아닌 9월 20일로 지목한데 대해, 3차구제금융에 따른 대폭적 세금인상과 긴축조치가 발효돼 국민들이 고통을 체감하기 전에 가급적 일찍 총선을 실시할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조기총선 정국으로 인해 그리스가 단기적으로나마 정치적 불확실성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정부가 총선 후 1년이내에 물러날 경우 제2 정당(신민당)이 새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신민당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도 및 보수 성향의 다른 소수정당들과 연정을 출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임시 내각이 구성돼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정부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헌법에 따라 임시 총리직은 대법원장이 맡게 된다.  한편 EU 집행위원회의 마틴 셀마이르 대변인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 조기총선은 치프라스 총리가 서명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프로그램의 지지를 넓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