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갈수록 악화하는 독일 제노포비아.. 난민 겨냥 방화,폭행 빈발

bluefox61 2015. 8. 21. 11:14

지난 7월의 어느날 밤, 독일 동부 그라이프스발트 변두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나 출신의 이주민 사무엘 오세이(29)는 갑자기 집 안으로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남성 2명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술에 취한 이들은 오세이에게 고함을 지르면서 당장 그 곳을 떠나라고 위협했다. 그 중 한 명은 셔츠를 벗어 가슴에 새겨넣은 하켄크로이츠(나치 문양) 문신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경찰이 이 남성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오세이는 그 후로도 자신의 아파트 우편박스에 누군가 7번이나 불을 지르는 사건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7월 16일 아침, 남부 뮌헨 인근의 라이헤르트쇼펜에 있는 난민 수용 센터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건물 안에는 사람이 없어서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시 당국은 난민 센터를 반대하는 극우주의자들이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월 17일에는 인근 도시 헤츠베르크, 다음날에는 서부 도시 레메싱엔에서도 난민 수용 시설을 겨냥한 방화사건이 이어졌다. 남부도시 칼스루헤에서는 난민 수용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빈 집에 불이 나 약 7만 유로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드레스덴에서는 난민들이 쓸 텐트를 치고 있던 적십자사 직원들이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급증하는 반난민 범죄 = 유럽의 난민 및 이주민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유럽내 최대 난민 수용국인 독일에서 난민을 겨냥한 인종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각지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반이민 ‘페기다’시위가 올해 들어 한 풀 꺽이는 듯하더니, 극우조직들이 직접 난민을 공격하고 거주지에 불을 질러 위협하는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슈피겔은 최근 ‘추악한 독일이 돌아왔는가’란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1938년 11월 나치 대원들이 유대인 가게를 습격해 파괴하고 살인을 저질렀던 ‘수정의 밤’을 연상케하는 난민 공격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통독 직후인 1990년대 초반 동부지역에서 신나치 조직원들에 의한 터키 이주민 테러가 극성이었던 이후 20여년 만에 독일이 또다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 도이치벨레,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생한 난민 공격 사건은 약200건. 2013년 58건, 2014년 170여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이다.극우 세력이 강한 동부지역뿐만 아니라 북부, 서부, 중부, 남부 등 이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독일 전역에서 마치 들불처럼 퍼지는 형세다. ‘제3의 길’이란 이름의 신나치 단체는 최근 전국 각지의 난민 수용시설을 표시한 구글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도에는 ‘내 집 뒷마당에 난민은 안된다(No Refugee In My Backyard)’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에 따온 것.한마디로 "당신 집 주변에서 난민을 쫓아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지도가 공개되자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고, 구글이 뒤늦게 지도를 삭제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관련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올해만 80만명 유입 =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독일 내 난민들의 망명신청 건수는  무려 8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신청 건수는 17만 3070건이었고, 이 중 망명 자격을 인정한 건수는 약 4만건에 불과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지난 19일 올해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난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독일 정부는 올해 망명 신청 예상 건수를 30만건으로 전망했다가 이후  45만건으로 상향조정한 바있다.  최근 독일 언론이 75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실제 상황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셈이다.
 이처럼 독일에 난민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경제사정이 좋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들어온 아프리카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북상해 일자리가 많은 독일로 향하고 있으며, 터키와 동유럽의 육로를 통해 독일에 들어오는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지역 난민들도 갈수록 느는 추세이다. 올 1분기 EU 내 전체 신규 망명 신청의 40%를 독일이 차지, 영국보다 10배나 많았다.정부는 지난 6월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난민 예산을 10억 유로(약 1조3217억 원)로 늘이겠다는 계획이지만, 각 지역은 이 정도의 액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국민들의 불안감을 파고 든 극우단체들이 난민추방 시위를 주도하고 방화와 폭행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동부 도시 마이센의 한 목사는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불안한 미래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난민이란 존재가 등장하자 그들을 희생양 삼아 폭행을 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공영TV에 출연해 "그리스 구제금융보다 난민이 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그리스,프랑스 등은 유럽연합(EU)의 각 회원국들이 난민 수용 부담을 고르게 나눠질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에 부딪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프리카, 중동 난민 및 이주민 물결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사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세력을 뿌리뽑지 못하는 한 난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유럽 각국 정부는 난감해하고 있다.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도, 인도적 차원에서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8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는 지난 7월 한 달간 유럽으로 불법 입국한 난민을  10만7500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난민 수의 3배를 넘는 규모이자, 사상 최대 기록이다.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에 들어온 난민 수는 약 34만 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75% 늘었다. 지난해 총 28만명이었던 난민 규모를 이미 올해 상반기에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독일 내무부가 올해 자국내 난민들의 망명신청건수를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약80만 건으로 추정하는 만큼, 올 연말까지 유럽행 난민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유럽에 온 34만명 중 그리스로 들어온 난민이 16만 명으로 가장 많고,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도 10만 명 이상이 들어왔다.올해 지중해를 건너다가 사망한 사망자는  2000명을 넘어섰다.
  바다와 육로를 통해 유럽 대륙에 도착한 난민들이 또다시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으로 향하는 유럽 대륙의 관문 격인 프랑스 칼레, 프랑스 남부 국경과 가까운 이탈리아 해변도시 벤티밀리아, 터키와 매우 가까운 그리스 코스 섬 등이다.특히 에게해의 그리스 섬들은 터키 서부 해안으로부터 불과 10~20㎞ 떨어져 있어서 지중해 루트에 버금가는 유럽행 난민 경로로 ‘각광’받고 있다.최근 외신들은 터키 에게해의 주요 관광도시인 이즈미르와 보드룸 등에 그리스 밀입국을 기다리는 난민들이 시내 공원은 물론 주요 도로와 호텔 인근에서 노숙하고 있으며, 밀입국 알선조직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국가들 중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며 그 다음은 스웨덴,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 영국 순이다. 난민을 국적별로 나눠보면 시리아인이 6만7000명(2014년 기준)으로 가장 많고 에리트리아· 아프가니스탄· 말리· 잠비아· 나이지리아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