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 568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28일 3차 예비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탄생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 등 막판 변수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7명의 후보들 중 반장관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유엔 쪽에서는 다음달 2일 4차투표로 사실상 새 사무총장의 선출을 매듭짓는다는 분위기여서, 역사적인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의 탄생 여부가 조만간 가려지게 됐다. 따라서 이제는 유엔사무총장 배출국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며, 한국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어떤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여론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다면, 한국으로서는 크나큰 경사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최근 ..

역사없이 미래없다

백두산의 중국이름은 창바이산(長白山)이다. 지난 6일 중국은 백두산에서 내년 1월 28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개막되는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의 성화를 채화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AP 통신은 푸르디 푸른 천지를 배경으로 흰옷을 입은 소녀들이 성화를 채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세계에 보도하면서 “중국 창바이산 자연보호지구의 텐츠(천지의 중국명)호수 앞에서 여성들이 채화하고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짧은 글이기는 했지만, 어디에도 창바이산이 한국에서는 백두산으로 불리고 있다거나 한·중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란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사진을 받아본 전세계 언론사 관계자들이나 지면을 통해 사진을 접한 독자들은 한국민족 영혼의 뿌리인 백두산과 천지를 아무런 의심없이 중국..

이슬람 파시스트 발언 파장

9·11테러 5주년을 앞두고 일어난 대규모 여객기 테러음모 사건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슬람을 향한 강도높은 비판 발언이 심상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영국 경찰이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상기시켜주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를 새삼 강조했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이슬람 파시스트’란 표현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일부 이슬람 과격분자’ 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쓴 적이 있어도 이슬람과 파시스트란 두 단어를 붙여서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파시스트’하면 당장 제2차세계대전때 나치의 인류범죄적 만행 ..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아미르 골딘 & 가자지구 분쟁 지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아미르 골딘이 조용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최근 열린 제3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아들의 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갈릴리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평생 군인으로 국가에 봉사하다가 은퇴한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4년전인 2002년 스무살난 아들 옴리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펑크록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노래들을 불렀던 옴리는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자살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이미 2년전부터 지역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 아미르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계기..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아미르 골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 아미르 골딘이 조용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최근 열린 제3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아들의 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갈릴리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평생 군인으로 국가에 봉사하다가 은퇴한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4년전인 2002년 스무살난 아들 옴리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펑크록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노래들을 불렀던 옴리는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자살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이미 2년전부터 지역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 아미르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계기..

아르비의 죽음을 기억하라

북한 미사일 발사, 멕시코 대통령 선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등 유난히 굵직한 뉴스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한 주였다. 이 와중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역사 속에 남아 영원히 기억될 뉴스 속의 이름 하나가 있다. 아비르 카심 함자. 아비르는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마무디야에서 아버지, 어머니, 일곱살난 동생 하델과 함께 사는 평범한 15살난 소녀였다. 아비르에게 단 한가지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돋보이는 미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네를 드나들면서 매일 미군 검문소 앞을 지나가야 했던 아비르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제101 공수사단 소속 미군병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올해 스무살난 이등병 스티븐 그린이 있었다. 아비르는 치근덕거리는 이들에게 ..

'굿나잇 앤 굿럭', 머로, 그리고 부시를 생각한다

유럽대륙이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휩싸여 있던 시절, 대서양 건너 미국사람들이 유럽의 최신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라디오였다. 유럽에 가족이나 친척을 남겨둔 이민자들은 더욱 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과 위로는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CBS 런던특파원 에드워드 머로(1908~65)의 목소리뿐이었다. “여기는 런던입니다”로 시작해 “안녕히 계십시오, 행운을 빕니다(굿 나잇 앤 굿 럭)”으로 끝나는 그의 생생하고도 차분한 리포팅은 20세기 방송 저널리즘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본래 ‘굿 나잇 앤 굿 럭’은 머로가 지어낸 말이 아니었다. 1940년 말, 매일 밤낮으로 런던에 독일군의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던 이른바 ‘런던 블리츠’ 때 엘리자베스 공주(현 여왕 엘리..

토고를 다시 생각한다

지난해 월드컵 조추첨에서 한국대표팀의 첫 상대국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가 선정됐을 당시, 주변의 공통된 반응은 “토고가 도대체 어떤 나라냐”는 것이었다. 수년동안 국제부 기자로 일해온 필자에게도 토고란 국명은 낯설었다. 토고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지난해 토고를 현지취재했던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곳의 아이들이었다. 옷차림은 비록 허름해도 잘 닦아놓은 검은색 보석처럼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망울과, 축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던 얼굴표정에서 축구를 통해 희망을 찾고 있는 토고국민들의 고달픔과 희망이 동시에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프리카 하면 으레 끔찍한 종족분쟁과 소년병, 기아와 에이즈로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검은 얼굴들을 떠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