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 568

칼럼/하마스의 아이들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가자사태와 관련해서 최근 보도가치가 충분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낙종했다. 윤리적 이유때문이었다. 문제의 낙종 기사는 외신 사진이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더미 사이로 이제 겨우 세살 남짓돼보이는 소녀 시신이 얼굴만 드러내놓고 있는 사진이었다. 숨을 거둔지 이미 수시간이 지났는지 소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있었다. 흙더미 틈을 비집고 고사리같이 작고 연약한 손 하나만 비쭉 나와 있는 외신 사진도 있었다.가자의 처참한 상황을 100줄의 기사 대신 단 한 컷의 이미지로 전달하는 더없이 훌륭한 사진 기사들이었다.그러나 문제는 지면에 게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두 장의 사진은 문화일보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아니, 이 사진들은 국내 어떤 신문 지면에도 실리지 않았다. 두장..

대통령의 말...제대로 말한다는 것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말을 참 잘한다. 아니, 이 표현은 틀렸다. 그는 말을 `제대로' 할 줄 안다.말솜씨가 능수능란하다는 것과 말을 제대로 할 줄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말을 잘하리란 법도 없다. 제대로 말한다는 것은 진심을 담아낼 줄 안다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할 줄 안다는 의미이다. 최근 오바마 당선자는 새 정부 경제팀 인선결과를 3일에 걸쳐 발표했다. 한번에 할 수있는 일을 오바마는 왜 굳이 3번으로 나눠서 했을까. 지난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나, 그보다 5년전인 노무현 당선자도 국무위원 내정자들을 한꺼번에 발표했었다. 오바마 경제팀에 합류한 7명 중 다수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

볼리우드와 페툴라 굴렌

지난 한주동안 쏟아져 들어온 외신들 중 유독 2건의 기사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하나는 이른바 `볼리우드(인도 뭄바이 영화산업을 뜻하는 속칭)'의 대기업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또 하나는 미국의 외교정책전문지 포린 폴리시(FP)와 영국 프로스펙트지가 공동주최한 `세계 최고 100대 지성' 온라인 투표. 터키출신의 온건 이슬람학자 페툴라 굴렌이 이슬람권 네티즌의 몰표 덕분에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리처드 도킨스같은 세계적인 학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였다.투표결과가 나오자 서구언론계에서는 `굴렌, 너는 누구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먼저, 볼리우드의 할리우드 총공세. 지난 19일 드림웍스는 모..

장애를 장점으로 만든 리더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훌륭하게 수행한 지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그중 첫 손 꼽히는 인물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전 미국대통령.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존해야했던 그는 "용감하고 끈질기게 뭔가를 시도하라. 만약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하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시도하는 것"이란 말을 늘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한다. 국가지도자로서는 결정적인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장애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어떤 역경도 견디고 일어설 수 있다는 불굴의 정신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힘이 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정권 때 교육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블렁킷은 태어날때부터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매우 가난한 노동자집안에서 태어나 중증장애에도 불구..

1%의 시선으로 1%를 비판한다.. 다큐멘터리 <1%>화제

이명박 정부의 ‘땅투기 내각’‘1% 내각’비판론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이에, 미국에서는 란 독특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한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 그대로, 미국사회의 1%를 차지하고 있는 ‘초(超) 부호’들의 삶과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뉴욕 등 주요도시에서 현재 상영 중인 이 작품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감독 자신이 바로 1% 출신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호집안 출신의 제이미 존슨 감독이 어떻게해서 미국사회의 지나친 부(富) 집중화와 빈부격차 고발자로 나서게 됐는가를 최근 상세히 보도했다. 저널은 그에게 ‘부자 마이클 무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올해 나이 28세인 제이미 존슨(위 사진)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존슨&존슨 설립자의 증손자. 5년전인 2003년..

칼럼/1%의 시선으로 1%를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의 ‘땅투기 내각’‘1% 내각’비판론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이에, 미국에서는 란 독특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한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 그대로, 미국사회의 1%를 차지하고 있는 ‘초(超) 부호’들의 삶과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뉴욕 등 주요도시에서 현재 상영 중인 이 작품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감독 자신이 바로 1% 출신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호집안 출신의 제이미 존슨 감독이 어떻게해서 미국사회의 지나친 부(富) 집중화와 빈부격차 고발자로 나서게 됐는가를 최근 상세히 보도했다. 저널은 그에게 ‘부자 마이클 무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올해 나이 28세인 제이미 존슨(위 사진)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존슨&존슨 설립자의 증손자. 5년전인 2003년..

드레스덴 성당..그리고 숭례문

2차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45년 2월 13일.`엘베강의 피렌체'`유럽 바로크 문화의 본산'으로 불려온 독일 동부 고도(古都) 드레스덴의 밤하늘에 영미연합군 폭격기 수백대가 나타났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습이 거의 없었던 드레스덴의 처참한 파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흘 밤낮으로 드레스덴에 떨어진 폭탄은 무려 65만개. 도시전체가 사실상 거대한 불덩어리가 됐고, 수만명의 시민들이 검은 시신으로 변해버렸다. 폭격 당시 도심지역의 온도가 한때 섭씨 1000도까지 치솟았을 정도였다. 드레스덴 시민들의 처참한 마음을 그나마 위로한 것은 `성모성당(프라우엔키르헤)'이었다. 성당은 200여년동안 그들의 희노애락을 지켜봐온 `드레스덴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2월 15일, 폭격을 꿋꿋하게 버..

여기자협회 데스트칼럼/ 긴박했던 미얀마 민주화 보도 (2008/02)

밤잠을 설치고 새벽 출근을 하자마자 국제전화가 걸려오길 초조하게 기다렸다. 지난해 9월 28일. 방송은 물론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미얀마(옛 버마) 양곤발 뉴스를 쏟아내고 있었다.그날 아침, 민주화 열기로 들끓고 있는 그 곳에 문화일보 유희연 기자가 양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시위가 본격화된 후 한국기자로는 처음이었다. 유기자는 불과 하루 전날 서울 한남동 미얀마대사관에서 초특급으로 입국비자를 받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가 태국 경유 양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양곤 공항에서 외국인인 유기자가 과연 순조롭게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있는지, 입국하더라도 시위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양곤시내에서 최소한이나마 안전하게 취재활동이 가능한지 여부를 서울에서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더구나 불안했던 것은, ..

사르코지의 인기비결

니콜라 사르코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프랑스에서 그의 지지율은 6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두어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도 사르코지에 대한 관심이 프랑스 못지 않게 뜨거운 현상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구 반대편에서 그가 내놓은 개혁정책들은 국내언론을 통해 빠르고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의 일부 대선주자들은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없는 사르코지를 ‘정신적 동지’로 부르기도 한다. ‘사르코지 예찬’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이런 현상의 핵심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의 한국정부와의 대비 측면이 있다. 경제부진, 빈부격차, 교육정책 등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정부에 비해, 각종 정책들을 일사천리로 밀어..

마이클 블룸버그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목은 ‘사격중지! 정치적 분열에 다리놓기’.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토니오 비어라고사 LA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중 슈워제네거와 블룸버그는 공화당, 비어라고사·나폴리타노·데이비스는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슈워제네거와 데이비스는 정치적으로 철천지 원수사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데이비스가 공화당의 집중공격으로 중도 퇴진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던 사람이 바로 슈워제네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의미심장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