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혼돈의 이탈리아..총선결과

bluefox61 2013. 2. 27. 11:21
세금환급으로 사실상 돈살포에 나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반기성체제를 부르짖은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의 돌풍이 이탈리아 정국을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등 외신에 따르면 개표가 사실상 완료된 상황에서 630명을 뽑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29.54%, 자유국민당은 29.18%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득표 차이는 12만5천여표에 불과하다. 

이 결과가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제1당이 전국단위 비례대표제에 의해 하원 의석의 55%를 가져가도록 한 이탈리아 선거법에 따라 340석을 차지하게 된다. 그 뒤를이어 자유국민당 124석, 오성운동(M5S) 108석,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은 45석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단위 비례대표제로 31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31.63%의 득표율로 30.72%를 얻은 자유국민당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의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롬바르디, 캄파니아, 시칠리 등 3개 지역에서 자유국민당이 승리해 의석 수는 자유국민당이 116석으로 113석의 민주당보다 많게 됐다.
여기에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이 23.7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4석을 차지했고, 중도연합은 18석에 만족해야 했다.  

총선 이후 연정 구성협상의 주도권은 일단 민주당의 베르사니 당수가 주도할 예정이다. 그는 26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매우 민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쉽지않은 국면임을 인정했다. 그는 몬티와 손잡겠다는 사인을 중도연합에 보내고 있지만, 과연 이 제안을 몬티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여서 연정구성에 최소 수주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상적이다. 우리는 앞으로 엄청난 세력이 될 것이다. 주류 정치인들은 이제 (생명이) 몇달 남지않았다." 
 
이탈리아 총선에서 사실상 '최대승자'로 평가받고 있는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64) 당수가 26일 개표결과가 나오자마자 대담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의회 내  오성운동 소속 의원은  110명에 불과하지만 , 의회밖에 우리의 지지자는 수백만명에 달한다"라고도 말했다. 
지난 2009년 일종의 정풍운동으로 시작된 오성운동은 첫 총선에서 현역 총리인 마리오 몬티를 내세운 중도연합을 물리치고 상하원내 제 3당의 지위를 당당히 차지하게 됐다. 특히 향후 의회내 각종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돼, 그릴로의 말처럼 오성운동의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내 안팎에서는 "낡은 정치는 이제 끝났다"는 환호성이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26일 일제히 전했다.
 
베페 그릴로의 본명은 주제페 피에로 그릴로. 그러나 본명 대신 베페란 애칭으로 널리 불린다. 제노아 출신으로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일찌감치 코미디언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70,1980년대 인기TV 프로그램에서 정치 풍자를 통해 우파는 물론 좌파 사회당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해 두루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2007년쯤부터 정치개혁운동을 주도해 다시한번 주목을 끌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TV 출연이나 광고 대신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쓰나미 유세' 전략으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오성운동의 '오성'은  물 환경 관계 교통 경제 등  5개 분야를 뜻하며 민생의 근본을 개혁하자는 의미를 담고있다. 그릴로 자신은 당수이긴해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의회에 출석하지는 않는다. 당헌 상 전과자는 출마할 수없는데, 그릴로는 1981년 교통사고로 3명을 사망하게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의회 밖에서 정국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몬티 총리이다. 몬티 총리의 개혁정책 계승을 내세운 중도연합은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4위에 머물러 쓴잔을 마시게 됐다. 현지언론들은 "유권자들이 몬티하면  우선 세금을 떠올린다"면서 , 혹독한 긴축정책과 개혁에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분석했다.

"우리가 예상했던 최악의 결과이다. 이탈리아가 통치불가능한 국가가 됐다."( 이탈리아외국은행연합회의 기도 로사 회장)

"유로존 3위 경제국가인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는 이제 유럽 나머지 모든 국가들의 문제가  될 것이다."(영국 싱크탱크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르 매니징 디렉터)
 
이탈리아 총선 결과에 대해 시장과 국제사회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가까스로 하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된다하더라도 상원에서는 과반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 향후 민주당 중심의 연정이 출범한다 하더라도 정국 혼란으로 인해 이탈리아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역대 중도좌파 정부에서 다양한 장관직을 수행했고 국영기업 자유화 조치에 앞장 서기도 했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가 상하원 선거에 승리해 안정된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기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과 달리 부정부패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악명높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PDL)과 기성체제와의 단절을 주장하는 오성운동이 예상밖의 강세를 나타냄으로써 이탈리아의 건실한 개혁 노력은 이제 사실상 물건너가게됐다는게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탈리아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7%, 액수로는 무려 2조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으로 인해 엄청난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각종 경제개혁이 좌초되고, 국채금리가 감당할 수없는 수준으로 폭등하게 될 경우 그리스처럼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과연 현재의 유럽연합(EU)의 구제펀드가 과연 해결할 수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탈리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이제 겨우 회생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국제경제는 또다시 위기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발 정치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은 25일 각국의 증시 움직임으로 입증됐다. 이날 유럽 증시는 25일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장 중반까지는 폭등세를 나타냈지만 초반 개표에 따른 컴퓨터 예측에서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장 후반에 다시 급락세를 보여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미국 증시도 급락세로 마감됐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과 최우량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 역시 293bp(베이시스포인트)로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