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인물로 본 이탈리아 총선

bluefox61 2013. 2. 20. 11:23

총선(24∼25일)을 불과 나흘 앞둔 이탈리아 유권자 중 22.7%가  아직도 어떤 정당에 표를 던질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번 총선이 결과를 예측하기 불가능한 극도의 혼전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총선 후 새 정권이 출범한다 하더라도 '약체'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어서, 이제 겨우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로존과 유럽연합의 경제가 이탈리아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여론조사 전문가인 레나토 만하이머는 19일 코리에르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부동표 유권자가 전체의 22.7%"라고 분석하면서 "유권자의 약 10%에 달하는 약 500만명이 막판에 가서야 지지정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에서는 어떤 정당이 승리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8일 마지막 여론조사 상으로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당수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30%를 조금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입소스 조사에서는 35.2%, EMG 조사에서는 35%로 예상됐다. 그 뒤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유국민당이 각각  28.3%와 28.5%를 나타냈다. 

3위는 제노아의 유명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 당수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성운동'이 두 여론조사에서 각각 15.9%와 16%의 예상득표율을 기록했다. 마리오 몬티 총리를 내세운 중도연합은 14.8%와 14.1%로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총선정국 막판에 터진 금융스캔들로 인해, '정풍운동'을 내세운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아 마지막 여론조사 이후 지난 2주동안 표심추이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지율 1위의 민주당은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까지 포용해 연정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몬티 총리는 19일 현지언론들과 인터뷰에서 " 중도좌파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며 민주당 주도의 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상태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앞서 18일 밀라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긴축재정을 밀어부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몬티 총리를 맹비난하면서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총리 대신 재무장관 직을 맡아 경제회복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있다. 

차기 이탈리아 총리 자리를 놓고 뛰고 있는 면면들을 살펴보자.


*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51년생)  민주당 당수

현재 지지율 추이로만 보면 , 차기 이탈리아 총리직에 가장 근접해있는 인물이다. 만약 민주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하면 중도성향 정당들과 함께 이른바 '중도좌파 연정'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르사니는 기계공,주유소 직원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도 볼로냐 대에 입학해 교황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일찌감치 좌파성향이어서,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하다가 '좌파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겼고, 이 정당이 현재의 민주당이 됐다.
베르사니는 이미 과거 좌파정부에서 3번이나 장관직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1990년대 로마노 프로디 총리 정부 산업 및 통상장관(1996.5월~1999년 12월)을 맡았고, 마시모 달레마 정부에서는 교통장관(1999년 12월~2001년 6월)을, 그리고 프로디 2기 정부 때인 2000년대 중반에 경제발전장관(2006년 5월~2008년 5월)을 맡은 경력이 있다.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36년생)  자유국민당 당수

총리를 세번이나 역임한 베를루스코니는 현재로선 네번째 총리의 꿈을 접은 상태이다. 그는 지난 1월 7일 텔레롬바르디아 TV 등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월 24일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부연맹과의 “합의안에 서명했다”면서, “승리하면 총리는 누가 될지 결정될 것”이란 말로 우파정권 창출을 위해 총리직을 양보했음을 시사했다. 

북부연맹의 로베르토 마로니 대표는 “총리 후보가 아직 지명되지 않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면서 “베를루스코니도 총리로 나서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밀라노 등 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한 북부연맹은 지난 2011년 11월 베를루스코니가 미성년자 성매매 및 탈세 스캔들 속에서 경제위기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전까지 제1당 자유국민당과 손잡고 보수우파 연정을 구성했던 정당이다. 
자유국민당과 북부연맹이 총선에서 승리한 후 과연 총리가 누가 될 것이냐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베를루스코니는 현재까지는 총리 대신 재무장관을 맡아 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워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베페 그릴로(48년생) 오성운동 당수
 
그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코미디언, 블로거 등으로 활동하다가 기성정치를 뒤엎어버리자며 2010년 '오성운동'을 창당했을때만해도 정치인 보다는 운동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2년 5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지금은 마리오 몬티 총리를 제치고 베를루스코니를 바짝 뒤좇는 전국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2012년 약 900개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신생정당인 '오성운동(Il movimento 5 stelle)'과 '이탈리아가치당'은 양대 정당인 자유국민당(PdL)과 사회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오성운동'은 파르마와 제노아 선거구에서 15∼20%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탈리아가치당'은 팔레르모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두 당 모두 기성 정치인의 부패와 무능력을 맹공격해 경제난 속에서 고통받고 소외감을 느껴온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5스타운동'을 이끄는 베페 그릴로는 라레푸블리카 등과 인터뷰에서 "다음은 의회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인기를 토대로 이르면 2013년 총선을 통해 의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오성운동’은  ‘정당’이라기보다 일종의 정치개혁운동 ‘단체’로 탄생됐다. 코미디언, 연극배우, 사회운동가인 그릴로가 2009년 10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제안했으며, 이듬해 정식으로 단체로 탄생됐다. 오성은  ‘물 환경 관계 교통 경제’ 5개 분야를 가르키며, 민생의 근본을 개혁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릴로 자신은 당수이긴 해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1981년 친구들과 함께 알프스 지역을 여행하다가 핸들을 잡았던 그릴로의 실수로 자동차가 추락하면서 동행자 3명이 사망했던 사고때문이다. 오성운동 규약에는 이런 종류의 전과가 있는 사람은 출마할 수없도록 해놓고 있다. 

친지들에 따르면 당시 사고가 그릴로 인생의 중대한 전환이 됐다고 한다. 사고 후 자신의 재산을 거의 다 처분해 다친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페 그릴로의 본명은 주제페 피에로 그릴로.그러나 본명 대신 베페란 애칭으로 널리 불린다. 제노아 출신으로, 대학에서는 특이하게도 회계학을 전공했다. 일찌감치 코미디언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70,1980년대 인기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인사가 됐는데 정치 풍자를 통해 우파는 물론 좌파 사회당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해 두루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이로 인해 정계와 불편한 관계가 됐고, 1987년 총리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금지된 뒤 정치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거리공연으로 유명해졌다. 1990년대에는 방송사들의 정계눈치보기로 인해 TV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이후 그릴로는 연극무대로 활동무대를 옮겨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2007년쯤부터 정치개혁운동을 주도해 다시한번 주목을 끌게 됐다.  

 

*마리오 몬티 (1943년생) 중도연합 총리후보 
 
몬티는 이른바 중도 성향의 정당들이 추대하는 형식으로 이번 총선에 총리 후보로 나섰다. 명목상으로는 지난 1월 창당된 '시민선택'당의 당수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이번 총선에 하원의원 후보로 직접 출마한 것은 아니다. 이미 그는 종신 상원의원이기때문이다.이른바 '이탈리아를 위하여 몬티와 함께' 연대에는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가 이끄는 중도연합당, 한때 베를루스코니의 동지였다가 등돌린 지안프란코 피니의 미래와 자유당이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몬티가 다시 총리가 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중도연합의 지지율이 베페 그릴로의 '오성운동'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시에나의 유서깊은 은행을 둘러싼 금융비리 스캔들이 터지면서, 몬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탈리아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에나의 몬테 데이 파치스 은행이 지난 2007년 경쟁은행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과다비용을 지출한 데다가, 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로 고객에게 무려 7억2000만 유로의 손실을 끼쳤으면서도 세 번이나 중앙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모종의 특혜를 받았다는 스캔들로 연일 시끄럽기 때문이다. 

은행이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오랜 유대관계를 지녀 왔다는 점에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도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특히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2007년 몬테 데이 파치스 은행의 비리를 눈치채고 두 번이나 감사를 벌이고서도 유야무야했다는 사실 때문에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몬티는 베를루스코니가 퇴진한 이후 2011년 11월 난파 일보직전의 이탈리아호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총리 이전에는 대학교수, 보코니대 총장, EU 경쟁정책담당 집행위원 등을 거쳤다. 

몬티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2001년이었다. GE의 야심작인 항공장비업체인 하니웰 인수가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의 반대로 극적으로 무산되면서 마리오 몬티라는 이름이 게임주인공 ‘슈퍼 마리오’보다 더 유명한 이름으로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 몬티 교수가 EU 경쟁담당 위원장을 맡은 것은 지난 1999년. 당시 전임자인 카렐 미에르트는 몬티에게 “당신은 유럽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몬티 위원장은 결국 47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을 이끌며 유럽시장의 독점 방지 및 공정한 거래수호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GE를 이끄는 신화적 기업인 잭 웰치 회장과 맞붙어 끝내 물러서지 않고 “항공산업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인수합병안을 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지나칠 정도로 고집스러운 면만 빼면 청렴하고 예의 바르고 똑똑하며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란 평. 학자다운 면모, 유별나다고 소문난 가족사랑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축구광으로도 정평나있다. 

*안토니오 인그로이아(59년생) 시민혁명 당수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검사출신이다. 올해초 총선 출마를 위해 정당을 창당하고 본격 정치인으로 변신한 케이스. 1990년대부터 반 마피아 수사를 벌여왔고, 유엔의 과테말라 마약조사 책임자로도 활동했다. 마피아 수사를 하다가 검은 세력과 결탁한 정치비판자로 나서게 됐고, 결국엔 본인 스스로 정계에 투신한 인물이라고 하겠다. 

*오스카 지아니노(61년생) 쇠퇴중단(Stop the Decline) 당수 *논문표절건으로 막판 후보사퇴 선언

토리노 출신으로 언론인에서 변신한 인물. 역시 올해초에 정당을 창당했다. 시장경제주의자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