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이탈리아는 지금 안갯속

bluefox61 2013. 2. 22. 11:22
상원 315명, 하원 630명을 뽑는 이탈리아 총선(24∼25일) 에서 어떤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개혁과 변화를 이끌 강력한 정부를 출범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지지율 1위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최다득표해 하원을 무난히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 득표율 1위 정당이 하원 전체 의석의 55%를 무조건 가져가도록 돼있는 선거법 때문이다. 

문제는 상원이다. 상원 의석은 지역구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데, 민주당이 안정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른 내각제 국가와 달리 이탈리아 상원은 하원과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당이든 상하원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않고는 정국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를루스코니 , 베르사니, 그릴로, 몬티 인형>

현 추세대로라면 새 정부를 이끌 총리는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62) 당수가 될 확률이 높다. 베르사니가 안정된 정부를 출범시키려면 중도연합의 대표로 나선 마리오 몬티 현 과도총리와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연대관계를 맺고 있는 '좌파 환경 자유(SEL) '당이 장애물이다. 몬티는 21일 연설에서 SEL의 니키 벤돌라 당수를 '공산주의자'로 부르며  " 노동의 품위를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과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범중도좌파연정' 구상을 위해 SEL와 손잡는 한 공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총선에서 '쓰나미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성운동'도 향후 정국을 뒤흔들 중대 변수이다. 제노아 출신 정치풍자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이끌고 있는 '오성운동'은 이미 중도연합을 제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이다. 

그릴로는 1981년 알프스 여행 도중 자동차 운전실수로 추락해 동행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전과 때문에 이번 총선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밑바닥훑기'식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좌우 가리지 않고 기성정당들을 비판하고 민생회복을 역설해 혹독한 긴축과 부패정치에 신물난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평가이다. 코리에르델라세라는 21일 1면 사설에서 " 오성운동이 분노와 좌절의 출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오성운동이 하원의석을  최대 약 20% 차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하원 630명 중 약 120명이 오성운동 소속 초선의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기득권체제와의 단절, 성장 보다 배분을 내세우는 '오성운동'의 성격상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따라서 향후 새 정부의 개혁 및 긴축정책을 사사건건 가로막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선거유세 막판에 '세금환급'카드를 들고 나와 사실상 '돈살포'에 나선 베를루스코니의 자유민주당이 과연 얼마나 득표할 것인가도 관심사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25일 자정쯤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