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버지니아 매드슨

bluefox61 2008. 2. 18. 15:37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스’ 보셨나요. 
와인매니아가 아니어도, 와인을 마구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죠.
 
이 영화를 보면서, 미당의 시 ‘국화옆에서’가 떠올랐습니다.
한 명의 여배우때문이죠.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란 구절을 연상시킨 배우는,
와인가게 종업원 마야로 출연한 버지니아 매디슨입니다.

63년 9월 생이니, 벌써 그녀도 마흔고개를 넘었군요.
사람은 먹을 것에 비유해서 좀 뭣하지만,
‘사이드웨이스’가 향긋한 와인향을 제대로 머금은 영화가 될 수있었던 것은
바로 딱 알맞게 농익은 와인같은 배우 매드슨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혼의 상처로 마음을 닫고 살아왔을 마야가
친구의 집에서 마일스(폴 지아마티)와 와인잔을 기울이며
와인에 대해 홀로 이야기하던 장면은 ,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매드슨의 20여년에 걸친 연기생활 중에도
손에 꼽을 명장면임에 분명합니다.

마야는 이렇게 말하죠.
“와인은 살아있는 존재에요.나는 와인의 생애에 감사해요.
와인은 자라서, 서서히 변해가고, 세월이 흐르며 복잡미묘해지면서
너무나도 근사한 맛으로 익게되지요. ”
페인 감독이 매드슨을 염두에 두고 썼다해도 좋을만큼 ,
어쩌면 그에게 이토록 딱 어울리는 대사가 있을 수있을까요.
비록 올 아카데미에서 ‘에비에이터’의 케이트 블랜칫에게 여우조연상을 빼앗겼지만,
‘사이드웨이스’를 본 관객이라면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버지니아 매드슨에게 여우조연상, 아니 여우주연상이라도 주고 싶었을 겁니다.

 선굵은 배우 마이클 매드슨의 누이동생인 버지니아 매디슨은 사실 연기파도,
커리어를 잘 관리해온 배우라고도 할 수없습니다.
80년대 웨인왕의 ‘슬램댄스’등에서 농염한 미모로 눈길을 끌었던 그녀는
92년 버나드 로즈의 호러영화‘캔디맨’을 정점으로 90년대 내내,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사이드웨이스이전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고만고만한 역할들을 연기하면서 시간을 허비해왔죠.
한창때의 미모를 넘어서 여배우가 영화판에서 버티려면
잘 벗어주는 것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캔디맨에서 비극적 사랑에 휘말려들어가던 그 지성적인 사회학교수였던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이었을까요.

아마도 이 시절의 그녀는 최고급 와인으로 탄생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
아침이 찾아오기 전의 어둠과 새벽안개를 견뎌내야만 하는 포도알갱이였을 겁니다.

와이너리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워 잊혀질뻔했던 했던 와인이
사실은 그랑 크뤼급 명품임을 재발견하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요.

부디 그녀가 오래도록 아름다운 와인글라스에 담겨
최고의 향기와 맛,오묘한 빛깔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주길...
버지니아 매드슨에게 건배를.
 
p.s 마야의 대사입니다.

″I started to appreciate the life of wine, that its a living thing, that it connects you more to life. I like to think about what was going on the year the grapes were growing. I like the think about how the sun was shining that summer and what the weather was like. I think about all those people who tended and picked the grapes. And if its an old wine, how many of them must be dead by now. I love how wine continues to evolve, how every time I open a bottle the wine will taste different than if I had uncorked it on any other day, or at any other moment. A bottle of wine is like life itself -- it grows up, evolves and gains complexity. Then it tastes so fucking good.″

마일스의 피노 누아에 관한 대사입니다. 

″Its a hard grape to grow. Its thin-skinned, temperamental. Its not a survivor like Cabernet that can grow anywhere, and thrive even when neglected. Pinot needs constant care and attention.″


'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 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리 올드먼  (0) 2008.02.18
양조위  (0) 2008.02.18
리즈 위더스푼  (0) 2008.02.18
안젤리나 졸리  (0) 2007.10.18
숀 펜  (0) 200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