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27일)로 취임 135일째를 맞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않다. 최근 Ifop 여론조사에서 올랑드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한달전 54%에서 무려 11% 포인트나 빠졌다.
프랑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하락폭으로는 지난 10년내 최대기록이라니, 급전직하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이처럼 지지율이 폭락한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샤를 드골과 자크 시라크에 이어 올랑드가 세번째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드골은 1962년 알제리 독립을 인정한 에비앙 조약이후 지지율이 13%포인트나 떨어졌고, 시라크는 1995년 유럽연합(EU) 헌법부결이후 12% 포인트 급락을 경험했다.
올랑드의 수난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44%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으면 올랑드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올랑드가 낫다는 응답은 26%에 머물렀다.지난 5월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2차투표에서 올랑드와 사르코지의 득표율은 51.7% 대 48.36%였다. 아무리 사람마음이 간사하다지만,사르코지를 '블링블링 대통령''소통을 모르는 독불장군'으로 부르며 그토록 혐오했던 국민들이 불과 4개월도 채 못돼 이번에는 올랑드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 상황이다.
올랑드의 지지율 추락에 대해 국내 일부언론들은 소득 75% 부자세 부과 등 포퓰리즘적 조세정책으로 인한 경제계의 외면을 지적하지만, 사실 과세대상자가 극소수에 불과한만큼 별 설득력이 없다. 사르코지에 비해 끌려가는 듯한외교스타일 역시 서구강대국의 밀어부치기식 외교정책으로 인해 불거졌던 수많은 마찰과 역효과를 뒤돌아보면 비판할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쪽이 맞을 듯싶다. 올랑드는 지난 7월 14일 TV 회견에서 "푸조의 8000명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2개월도 안돼 입장을 180도 바꿔 백기를 들었다. 오랜 족벌경영에 따른 방만한 구조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실업자 수가 13년내 최악인 300만명 선을 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바꾸기는 신뢰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게 사실이다.
인권문제도 그렇다. 지난 8월 정부는 릴 등에 있는 로마(집시)캠프를 급습해 불법거주하던 로마들을 강제출국시켰다.2010년 사르코지 역시 로마들을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출국시켜 비난세례를 받았다. 톨레랑스(관용)을 중시하는 프랑스 지식인사회에서 올랑드나 사르코지나 별 차이가 없는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아미앵에서 발생한 소외계층 청년폭동에 대한 대응도 전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랑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지율 보다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제난 시대에 기다릴 여유가 없어진 국민들은 지금 당장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다.2010년 사르코지를 벼랑끝으로 몰아부쳤던 전국적인 폭동사태가 올랑드 정권에서 터지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한국 대통령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공약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문외한이 봐도 "이게 과연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공약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럽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들을 되돌아보면, 지금 한국에서 좌우 가릴 것없이 쏟아내는 포퓰리즘 공약들은 지극히 세계적인 추세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선거때 내놓은 공약의 덫에 걸려있는 유럽 지도자들이 지금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는 여론은 긴축재정시대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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