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조사를 이끌고 있는 아케 셀스트룀(65·사진) 유엔 조사단 단장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그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화학무기 사용 증거가 소실되기 전에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해야하는 시간과의 싸움과 더불어, 엄청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셀스트룀 단장은 스웨덴 국적의 저명한 생화학자이다. 1975년 예테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우메아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난 30여년동안 인간 뇌의 신경물질 연구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그는 유엔과도 인연이 깊다. 2003년 이라크전이 일어나기 전 유엔 조사단의 일원으로 사담 후세인 생화학무기공장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 당시 단장은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었다. 셀스트룀은 이라크 조사활동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유엔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화학무기 조사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지난 2009년에는 유엔을 위해 개발한 화학무기 조사 시뮬레이션 훈련을 주도하기도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시리아에 도착한 유엔 조사단은 26일 수도 다마스쿠스 남서부 무아다미야에 이어 28일 구타에서 화학무기 증거와 증언을 수집했다. 통신은 조사단원들이 로켓 파편들을 수거해 측정하고 사진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편은 러시아제 140mm BM-14 로켓으로 추정된다.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미군의 화학무기 저장시설에 보관돼있는 겨자가스탄들 (2009년 현재)>
조사단이 로켓 파편에 주목하는 것은 탄두에 사린가스 등 독극물을 장착해 쏘기 때문이다. 사린가스 등 독극물은 유지관리가 매우 까다롭고 무기화하기도 힘들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 효력이 떨어지고, 로켓 탄두나 총알에 장착하더라도 폭발과정에서 뜨거운 온도에 노출되면 독성이 없어질 수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교한 유지관리가 필요하고, 탄두에 장착할 때도 화학적 안정물질을 혼합해야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시리아 정부는 인접국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화학무기 생산에 주력해왔으며, 따라서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무력 수준인 반군 대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때문이다. 따라서 유엔 조사단은 로켓 및 총알 파편, 화학무기용 안정제 증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이 이런 증거를 찾아내 유엔에 보고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있겠지만, 만약 명백한 증거확보에 실패한다면 '불법적 공습' 논란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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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단의 데드라인(9월1일)을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르면 29일 또는 이번 주말로 예상된 미국 등의 시리아 공습이 늦춰질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함께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강하게 주장해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28일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날 공영방송 PBS의 '뉴스아워'에 출연해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아직은 (사용)가능한 군사옵션들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란 말로 '공습'을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임을 시사했다.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영국이 상정한 시리아 군사개입과 관련된 결의안 초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서맨서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가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 개시에 나서야 한다고 발언하자, 알렉산더 판킨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와 왕민 중국 부대표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러시아 등이 반대하는 한 안보리 차원에서 더이상 의미있는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시리아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만큼 무엇인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게 아주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행정부 고위관료들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외교적 마비가 (군사)대응을 저지해서는 안된다"며 " 유엔이나 동맹국 지원없이도 (미국 단독으로)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28일 바샤르 자아파리 주 유엔 대사를 통해 조사단 활동시한 연장을 공식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의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데드라인을 연장할 확률이 높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현장 조사가 끝나려면 나흘이 더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지난 18일 시리아에 도착한 유엔 조사단의 2주간 활동시한은 오는 9월 1일 끝난다.
유엔이 시한을 연장한 상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감행할 경우, 정치적 외교적으로 부담감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대통령이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하던 유엔 조사단의 '시한연장' 요구를 묵살하고 공습감행했던 전례를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유엔 이라크 조사단은 부시의 위협에 짐을 싸야했으며, 3일 후 미군의 바그다드 공습이 시작됐다. 한편 미 정부는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29일쯤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미 정부는 상하원 의장을 비롯해 의회 지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브리핑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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