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민들은 (나치 약탈) 미술품들을 보호해온 내게 감사해야한다."
나치 약탈미술품 약 1400점을 독일 뮌헨 아파트에 은닉해오다가 지난해 3월 세관과 경찰 당국에 압수당한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80)가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문제의 작품들을 '합법적인 개인재산'으로 주장했다. 지난 4일 포쿠스가 관련사실을 특종보도해 전세계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이후 구를리트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슈피겔 최신호(18일자·사진)는 약 72시간에 걸쳐 이뤄진 구를리트와의 인터뷰 내용을 '유령과의 대화'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상세히 보도했다. 슈피겔은 구글리트가 수십년동안 지녀온 미술품들이 몽땅 압수된데 대해 "끔찍하다"는 표현을 여러번 사용했으며, 말하는 중간중간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구를리트가 오랜 세월 현실과 단절돼 마치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했다고 지적했다.
구를리트는 인터뷰에서 아파트에 있던 미술품들은 "아버지(힐데브란트 구를리트)가 미술관과 거래상들로부터 사들인 것"이라면서 '합법적 재산'임을 강조했다. 또 아버지가 나치와 러시아 군에 의해 파괴될 뻔한 미술품들을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힐데브란트 구를리트가 나치 체제에 부역하면서 유대계 화가와 수집가, 거래상으로부터 작품들을 약탈했다는 비판을 일축한 것. 그는 "작품들은 내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라면서 "아버지의 보물 지키는 것이 내 평생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국가와 검찰이 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하며,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낸) 내게 국민들이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까지 했다. 또 당국에 압수된 작품들 중 일부가 최근 언론에 사진과 함께 공개된 것과 관련해 " 국민의 개인 재산을 이렇게 공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있느냐"며 "내가 죽은 다음에는 (작품들을) 어떻게하든 상관없지만 하루 속히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를리트가 "자발적으로는 (미술품을)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강경자세를 나타냄에 따라,약 10억 유로(1조4313억원) 규모에 이르는 나치 약탈 미술품을 둘러싼 법적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부 원소유주 후손들은 이미 변호사를 통해 독일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의 손에 작품들이 들어오게 된 정황을 규명할 증거자료가 부족한 상태여서 소유권 공방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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