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5년 만에 미국 법무부가 드디어 대형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철퇴를 내리는데 성공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19일 성명을 통해 미 최대 투자은행 J P 모간 체이스가 2005∼2008년 부실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인정해 130억달러(약 13조 7280억원)의 벌금을 내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 미국 역사상 단일 회사의 벌금으로는 최고 액수"라고 밝혔다. 홀더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J P 모간 체이스의 부실 MBS 판매) 행위가 모기지 붕괴의 씨앗을 뿌렸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제이미 다이먼 J P 모간 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날 성명에서 " 법무부와 합의를 이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J P 모간 체이스의 주요 벌금 및 배상 합의>
11월 19일 미 법무부에 부실 모기지담보증권 판매 벌금 130억 달러
11월 16일 부실 모기지담보증권 피해 기관투자들에게 45억 달러 배상
10월 26일 미 연방주택금융청에 51억 달러 벌금(합의금 40억 달러 포함)
10월 16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파생상품 시장조작 관련 벌금 1억달러
9월 19일 미 연방준비제도, 영국 금융감독청 등에 파생상품 시장조작 관련 벌금 9억 20000만 달러
7월 30일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서부지역 전력시장 가격조작 관련 벌금 및 추징금 4억1000만달러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에 대해 법무부가 월가 비리 수사의 '모멘텀'을 잡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 법무부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가 추락하면서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월가의 핵심 세력은 처벌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NYT는 J P 모간 체이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기관들의 비리와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홀더 장관은 성명에서 " 법무부의 금융사기 수사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내는 회사라 할지라도 법위에 설 수없다"면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J P모간 체이스나 임직원들은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형사상 기소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J P 모간 체이스는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사건에도 연루돼있고, 캘리포니아 주 등 미 서부지역전력시장 조작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권력층자녀 특혜 채용 관련 수사도 받고 있다. 하지만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들은 문제가 된 MBS의 약 80%가 J P 모간 체이스가 인수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이 판매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 지나치게 부당한 조치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J P 모간 체이스는 앞서 지난 16일 부실 MBS로 피해를 본 기관투자가들에게 45억달러를 배상해주기로 했고, 지난 9월에는 파생상품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이른바 '런던 고래'사건으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10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다이먼 회장의 체제가 큰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대부분이다. CNN 머니는 J P 모간 체이스의 총 자산을 2조 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한편 130억 달러의 벌금 중 약 40억 달러는 금융위기로 피해를 입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에 대한 추가 대출과 대출 원리금 조정 등에 쓰여질 계획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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