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틸다 스윈튼에 푹 빠져있습니다. 짐 자무시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살아남는다> 때문이죠. 이삼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아이 엠 러브' 때문이었죠.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살아 남는다>는 , 틸다 스윈튼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매력과 연기력, 스타일과 철학이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의 탕헤르와 망해가는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남녀 뱀파이어가 있습니다. 이들의 나이가 몇이나 됐는지는 알 수없습니다. 대화 내용으로 봤을 때, 이들은 피타고라스 때에도 인간 사회에 있었고 유럽에 흑사병이 돌 때도 있었으며, 셰익스피어도 직접 봤고, 슈베르트 때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온갖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모두 봐왔고, 또 놀라울만큼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도 봤습니다.
어쨋든 탕헤르에 있는 이브(스윈튼)와 디트로이트에 있는 애덤( 히들스턴)은 서로 절실히 사랑하는 연인입니다. 세번이나 결혼했을 정도로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지내며 상대방을 그리워합니다. 이브는 수많은 나라의 언어를 통탈한 독서광이고, 애덤은 음악가입니다. 오래전에는 클래식 작곡가였지만, 지금은 은둔의 록음악 작곡가로서 전세계적으로 수만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애덤이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있다는 겁니다. 인간 좀비들이 이 세상을 망치는 것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없어서 너무나 괴로운거죠. 그래서 죽을 생각까지 합니다.
그리고 애인의 이런 상태를 알게된 이브가 야간비행기를 타고 탕헤르에서 디트로이트로 날아옵니다.
영화는 간단한 스토리인 듯하면서도, 수천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약 2시간에 축약해 논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합니다. 이런 힘은 자무시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고, 스윈튼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절실하게 다가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사실, 스윈튼은 지금 동시대 여배우들 중 가장 개성있는 배우라고 할 수있습니다.
일찍이 영국 영화계의 이단아 데릭 자먼의 '뮤즈'로 주목을 받았던 것데에서 알 수있듯이, 스윈튼은 20년이 넘는 연기생활 내내 인디와 메이저를 오가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인디 쪽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고 할 수있겠지요.
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가져다 준 <올란도>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준 <마이클 클레이튼>, 이탈리아 영화 <아이 엠 러브>와 <설국열차>도 인디영화죠. <설국열차>는 우리 기준에는 블럭버스터이지만, 영미 영화계 기준에서는 비교적 저예산SF이니까요.
스윈튼의 필모에서 예외적인 것이 <나니아 연대기>시리즈라고 할 수있는데, 여기서도 스윈튼이 보여주는 눈의 여왕은 무서울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살벌했지요.
스윈튼이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살아 남는다>에서 보여준 눈빛은 정말 잊기 힘듭니다. 배고파서(피를 못먹어서) 창백하고 쾽한 얼굴, 새빨간 피를 작은 글라스에 담아 한모금 마시며 목으로 넘길때 보여준 황홀경에 빠진 두 둔. 그리고 압권은 역시 탕헤르의 어두운 길목에서 키스 중인 남녀 연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마지막 장면!!! ( 진정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1960년생이니까, 올해 나이 만 53세. 스코틀랜드에서 두 아이,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연인과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리는 스윈튼, 너무 멋있습니다.
<아이 엠 러브>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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