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본 영화들

<스페이스오딧세이 2001>과 <인터스텔라>

bluefox61 2014. 12. 8. 14:36

 

 

 

크리스토퍼 놀란의 놀라운 걸작 <인터스텔라>를 보는 내내 46년전에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1968년에 만들어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이죠.

<인터스텔라>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오마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있습니다.

오래전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를 보고 한동안 푹 빠져 살았던게 기억나네요.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탐독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그때는 당연히 이 작품이 극장개봉된게 아니었기때문에 조그만 TV 스크린으로 봤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크의 놀라운 상상력, 큐브릭의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더글라스 트럼블의 걸출한 특수효과에 감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네요. 남자주인공이 동료 조종사들을 다 잃고 , 우주선내 컴퓨터 시스템 할(HAL)과의 처절한 싸움을 끝낸 후 홀로 남아 광활한 우주공간을 날아가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장면이었지요. 그때 우주선 내에 울려퍼지던 바하의 음악... 소설에서는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 우주선 한가득 바하를 싣고서 날아가고 있었다.."

 

아무튼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먼저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흔적을 느낄 수있었던 것은 바로 우주선 '인듀어런스' 호의 디자인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여러개의 모듈이 원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죠.

(잠깐 옆길로 새면 .... 우주선 이름을 '인듀어런스'로 지은 것이 참으로 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지 않나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감내''인내'란 의미죠. 우주비행사들이 인내해야할 육체적 정신적 고난을 나타내기 위해 선택했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20세기초 남극 탐험에 나섰다가 얼음에 갇혀 1년넘는 시간을 발이 묶여 있었던 인듀어런스호의 선원들의 용감한 생존 투쟁을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선배 탐험가들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있겠지요.)

 

우주선이 원형으로 돼있는 것은 , 두말할 것도 없이 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지요.

아래 사진은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과 <인터스텔라>의 우주선 모습입니다.

전자의 것은 두개의 바퀴가 맞붙어 돌아가는 형태이고, 후자는 원형의 띠처럼 돼있지요.

그동안 수많은 우주영화에 온갖 우주선들이 등장했지만, 중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원형 우주선이 등장하는 것은 제기억으로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이후 <인터스텔라>가 처음이지 싶습니다.(제 부족한 기억력으로는...>  

 

 

 

여기서 잠깐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과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우주복을 착용한 우주조종사의 모습입니다.

46년전 작품과 요즘 작품을 비교해봐도 기본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이 1968년에 개봉됐으니,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인류최초로 달에 착륙하기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또한가지 흥미로운 장면은 주인공이 딸을 만나기 위해 블랙홀 속으로 들어간 후 5차원 공간에서 자기 딸의 방안을 보는 장면이죠. 5차원 개념을 이해하려면 끈이론이 나오게 되니,  제 능력으론 이해도 설명도 어

렵네요. 다만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 5차원 공간에서 책장너머 3차원 공간에 있는 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장면의 비주얼이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바로 아래 장면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주인공이 우주선을 지키기 위해 조종사들을 살해하는 컴퓨터 시스템 할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던 것같습니다. 할의 작동을 끊어버리기 위해서 마치 서가의 책들처럼 꽂혀있는 장치들을 빼버리는 장면이죠 .그러니까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이 장면은 <인터스텔라>에서처럼 5차원 공간은 아닌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작품에서 큐브형태의 공간과 서가의 비주얼은 매우 흡사합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지적했듯이,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수퍼컴퓨터 타르스(TARS)의 모양도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그 유명한 모노리스(Monolith)>를 떠올리게 하죠. 그동안 많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이동식 컴퓨터 중 직사각형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글을 보니, 놀란이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모노리스에 대한 오마주로 표현했다고 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우주선 내부 모습이죠. 원심력을 이용해 중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주인들이 이렇게 우주선 내부에서 걸어다닐 수있는 것이죠.

<인터스텔라>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우주거주지 '쿠퍼 스테이션'을 연상케하는 장면이죠.

 

 

<인터스텔라>에서 우주거주지가 왜 하필이면 '실린더형'일까 궁금했더랬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금방 궁금증이 풀리더군요.

과학계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실린더형 우주 기지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실린더형 우주 거주지의 외부 상상도입니다.

그러니 <인터스텔라>는 우주거주지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이런 과학적 연구들을 반영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