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털 사이트를 보다가 큭 웃었습니다. 일본 영화배우 오다기리 조 때문이었지요.
국내 개봉하는 영화 '행복한 사전'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했던 모양입니다.
그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사진의 제목이 저를 웃겼습니다. "난해한 패션" 이란 제목이었지요.
<화려한 무늬의 바지에 핑크색 가디건, 거기에 비정형적 스카프와 검은모자.
그리고 오다기리 조의 트레이드 마크인 뚱한 표정..>
오다리기 조가 패션을 통해 자신의 특이한 정신을 드러낸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단정하거나, 자유로운 이미지 정도로 등장하는데 비해
이른바 사복패션에서는 '정장'차림은 커녕 '상식적인' 수준의 패션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검은 색 치마에 검은색 재킷, 부츠 , 그리고 군인용 같은 국방색 얼룩무늬 모자.. 역시나 변치않는 뚱한 표정>
<한 쪽 머리를 확 밀어버린 모습.. 역시나 뚱한 표정>
<이건 또 뭔 패션 스타일인지... 뽀글뽀글 가발(?)에 70년대식 잠자리 선글래스 .. 또다시 뚱한 표정>
<이번엔 해적 스타일? ...왠일인지 웃었네요>
패션으로 보건대, 오다기리 조는 정신세계도 남다를게 분명합니다. 극도로 폐쇄적인 성격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사진을 보면, 웃는게 거의없이 뚱한 표정을 지을때도 많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패션과 달리 전혀 사교적인 성격은 아닌 듯싶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튀기 싫어하는 폐쇄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극히 평범한 옷을 입게 마련인데 오다기리 조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오다기리 조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바로 엉터리 사인이죠. 몇해전 부산에서 여성팬이 사인해달라고 하니까 오다기리 조가 엉뚱하게도 여자 가수 이름으로 사인을 해줬다는 거죠. 일본어도 모르면서 무슨 사인이냐..란 생각에서 그랬던지,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태도 불량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나중에 사과를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무튼지 오다기리 조 다운 행동이었다고도 할 수있지요.
아래는 지난 2006년에 쓴 글입니다.
그때나 8년이 지난 지금이나 오다기리 조는 별로 변함이 없군요.
그래도, 저는 주류를 거부하는 듯한 그가 좋습니다.
<오다기리 조-나를 꽃미남이라 부르지말라>
먼저 고백컨대 , 저는 오다기리 조(30.사진)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가 출연한 ‘가면 라이더 쿠우가’나 ‘사토라레’같은 TV드라마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 이제까지 본 그의 영화도 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불과 몇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얼굴만 예쁜 청춘 아이돌스타는 누가됐든 아예 관심이 없으며, 일본 대중문화에 썩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이십대 시절을 마감한 이 젊은 배우 오다기리 조는 제게 좀 유별나게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꾸 신경을 건드렸다고나 할까요.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박치기(2004)’에서 영화 줄거리와 아무 상관없이 가끔가다 툭툭 튀어나오는 히피 청년 청년 사카자키로 그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잘 생긴 배우가 제대로 망가질 줄도 아는구나” 정도였습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2005)’에서 재회한 오다기리 조는 더 깊어지고, 더 복잡해지고,더 아름다워졌더군요.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게이청년을 연기한 '메종 드 히미코'에서는 날렵한 올 화이트 패션을
선보인 오다기리조. 남자가 고혹적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줬던 영화입니다. >
“이 배우가 도대체 누구이지”라는 궁금증은 이미 몇해전 인상깊게 봤던 ‘밝은 미래’‘소녀 검객 아즈미 대혈전’ (2003)과 ‘피와 뼈(2004)에도 등장했었다는 전력을 알게되면서 “범상치않은 배우”란 확신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최근 개봉됐던 ’유레루‘를 본 어떤 관객들은 “저렇게 멋지고 능력있는 동생을 둔 형은 인생이 정말 힘들었겠다”라며 탄식을 했다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외모보다 자기만의 색깔로 연기승부를 거는 개성있는 배우를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이제까지 흥행대작보다는 인디영화계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오다기리 조의 연기행보를 좇다보면 자꾸만 조니 뎁이 겹쳐지게 됩니다. 마흔, 아니 쉰이 넘어도 영원히 꿈꿀 것같은 눈동자,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얼굴 표정, 세상에 부딛혀 피흘리기보다는 시니컬하게 외면해버릴듯한 초연한 태도 등이 그렇지요.
어딘지모르게 미스터리하고, 고독하며, 엉뚱한 점도 닮았습니다.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은 “ 오다기리 조의 아름다움은 연기가 끝난 직후 2∼3초에 있다.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듯한 표정,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지요.
좋은 배우 한명이 한 나라의 영화산업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며, 반대로 한 나라의 문화는 좋은 배우를 만들어내 법입니다. 오다기리 조를 통해 일본 영화의 만만치 않은 저력을 새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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