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핵무기보다 무서운 환경재앙

bluefox61 2007. 1. 19. 14:13

남태평양의 파푸아 뉴기니에는 카터렛이란 작은 섬이 있다. 1767년 영국 탐험가 필립 카터렛에 의해 세계에 처음 알려지게 된 이 섬이 유명해진 것은 2005년 말부터다. 당시 이 곳의 주민은 약 1000명. 하지만 지금 카터렛은 사람이 살지 않는 불모의 섬이 됐다. 

20년동안 망그로브 숲을 조성하고 방조제를 쌓는 등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꾸만 높아지는 해수면과 투쟁을 벌여왔던 주민들이 결국 두 손 들고 인근의 섬들로 이주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최근 CNN은 파푸아 뉴기니 정부가 약 1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벌여온 주민 소개작업이 올해초 마무리됨에 따라 카터렛 섬은 세계 최초로 환경파괴에 의해 거주지가 완전폐쇄된 곳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터렛섬은 오는 2015년쯤이면 바닷물 속에 잠겨 지도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환경난민’ 카터렛 섬 주민들의 처지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지구의 북반구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이상한 겨울철을 보내고 있다. 전세계 각지에서 전해져오고 있는 상상초월의 이상기후 뉴스들은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환경재앙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가를 경고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지역은 얼마전까지 500여년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철을 맞아 반팔차림이 가능할 정도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갑자기 북풍과 폭우가 몰아쳐 20여명이 죽고 한겨울 홍수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가 하면 살을 베어내는 듯한 강추위로 유명한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종종 수은주가 영상을 기록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한다. 따뜻해진 기후 때문에 유럽에서는 말라리아, 흑열병 같은 열대 풍토병의 발생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해말 ‘오즈의 마법사’ 무대인 미국 캔사스에서나 부는 토네이도가 난데없이 불어닥쳐 주택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스웨덴 최북단의 키루나 시는 지나친 지하광산 개발로 인해 지반 침하가 악화되자 막대한 돈을 들여 도시 전체를 인근지역으로 옮기는 대역사를 진행 중이다. 이것 역시 인간의 개발과욕이 빚은 환경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미주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동부의 뉴욕에서는 예년의 ‘블리자드(눈보라)’는 커녕 2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눈없는 겨울이 이어지고 있고, 중서부는 살인적인 ‘아이스스톰(진눈깨비)’으로 7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정전피해를 보았다. 겨울에도 온화한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20여년만에 처음으로 해안휴양지 말리부, 샌타모니카, 베네치아 등에 눈이 내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편가르기를 뛰어넘어 미약하게나마 환경지키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주말부터 내주까지 케냐 나이로비와 스위스 다보스에서 각각 열리는 ‘세계사회포럼’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올해 핫이슈는 똑같이 지구온난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극보수주의로 악명높았던 복음주의 계열 목사들이 최근 과학자들과 손잡고 지구온난화 대책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설립,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초당적 환경정책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로 했다.


오는 23일 부시대통령은 의회에서 연두연설을 할 예정인데, 이날 이라크 및 핵개발 경쟁 문제와 함께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언론들은 유엔환경협약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부시 행정부의 기존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17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과학자들이 모여 ‘지구운명의 날 시계’ 또는 ‘지구종말 시계’의 분침을 자정 5분전으로 앞당기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위성 영상메시지를 보내 “테러보다 지구안전을 더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바로 지구 온난화”라고 경고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설마 지구가 멸망하겠어”라고 느긋하게 손놓고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