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동차로 북쪽으로 달려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바그람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미군 제1 병참기지이자 지상군 보급루트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한국의 다산 동의부대 200여명을 포함해 연합군 약 1만명이 주둔 중이다. 대형 격납고 3개를 비롯해 수많은 부대시설들이 들어서 있는데, 미군은 지난해 말 완공된 3.5㎞의 새 활주로 건설을 위해 무려 68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바그람 기지는 아프간 전쟁을 위해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인만큼 당연히 철통같은 방어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프간인들에게 바그람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국민정서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1980년대 소련 점령시대와 이후 90년대 내전기의 상처를 고스란히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그람에 본격적인 군사기지를 구축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소련군은 89년 아프간 점령을 포기하고 철수하기까지 이 곳을 점령한채 핵심 군사기지로 활용했었다.
소련 점령시대가 종식된 이후에도 바그람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치열한 파벌 전쟁에 휩싸여 수차례 점령세력이 바뀌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탈레반과 북부동맹은 소련이 버려두고 떠난 바그람 기지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으며, 이같은 상황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그람에 새로운 군 세력이 등장한 것은 2001년 12월. 미국은 9·11테러의 주모자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원들, 그리고 이들을 비호해온 탈레반 정권을 뿌리뽑기 위해 전쟁을 단행하자마자 바그람부터 점령했을 정도로 이 곳을 군사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바그람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진데에는 군사전략적 역사 말고도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바그람 미군기지 내에 있는 수용시설 때문이다. 국내언론에는 그리 많이 보도되지 않았지만, 2003년부터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영국 가디언지 등은 미군당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이곳에 수용하고 심문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었다.
한해전 바그람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2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 군과 정보당국이 정황조사까지 했을정도로 수감시설 운영 문제를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 2002년 8월 수감자 조사책임자로 캐롤린 우드 대위가 부임한 이후 수용소내 인권침해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고 한다. 캐롤린 우드란 이름이 왠지 익숙하게 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드는 바그람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책임자로 부임, 이후 아부그라이브 인권문제가 터지자 군법정에 섰던 인물이다.
여기서 아프간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나 한국군의 해외파병으로 얻는 국익문제를 새삼 거론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배출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파병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역사적, 군사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지구촌 화약고’ 지역들의 문제가 이제는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오는 7월 우리 군이 파병될 레바논에서만 하더라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치열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오늘 아침, 살가운 효자이자 장래가 촉망됐던 청년 윤장호 하사(1계급 추서)가 차가운 시신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그의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은 해외파병 한국군에게 더이상 안전지대란 없다는 것을 아프게 일깨운다. 해외파병을 위한 우리 정부와 군당국의 철저한 대비,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분쟁지역에 대한 더 큰 관심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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