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프랑스에서 그의 지지율은 6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두어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도 사르코지에 대한 관심이 프랑스 못지 않게 뜨거운 현상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구 반대편에서 그가 내놓은 개혁정책들은 국내언론을 통해 빠르고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의 일부 대선주자들은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없는 사르코지를 ‘정신적 동지’로 부르기도 한다.
‘사르코지 예찬’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이런 현상의 핵심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의 한국정부와의 대비 측면이 있다. 경제부진, 빈부격차, 교육정책 등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정부에 비해, 각종 정책들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사르코지의 리더십과 추진력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일하고 더 벌자’라든가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행동할 때’라는 그의 슬로건들은 우리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경쟁력을 잃어온 프랑스 경제와 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개혁정책, 보다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한 몸집 줄이기, 매년 7월14일 대혁명 기념일 때마다 정부가 해오던 대사면 전통 타파 등등 사르코지의 최근 행보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사르코지 인기바람은 따져볼 구석이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사르코지의 한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자, 친미주의자, 보수우파로만 규정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사람이 바로 사르코지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미국과 영국 경제언론들이 사르코지의 새로운 경제개혁정책들을 매우 신중하며 유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에서도 사르코지를 ‘친미주의자’ ‘신자유주의자’로 못박아 표현한 기사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사르코지의 ‘다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2004년 재무장관 재직시절, 그는 프랑스의 대형 제약회사가 독일 경쟁사를 인수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반면 독일 지멘스가 초고속열차 제조사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알스톰사를 인수하려 하자, 국민들이 낸 피같은 세금을 쏟아붓는 지원책으로 결국 알스톰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었다.
사르코지의 이같은 행보는 신자유주의와 분명 거리가 먼 것이다. 대선때부터 과감한 감세정책을 내세웠던 만큼 부자들의 지지와 후원금을 쓸어모았을 것 같지만, 정작 그가 가장 주력했던 대선 유세지는 바로 공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는 외신들의 보도도 있었다.
사르코지의 개혁정책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에서 사르코지 리더십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태도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아전인수다.
진정으로 그의 리더십에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유연한 사고방식’과 자국의 권익을 지키기위해선 어떤 강대국과 주변국들의 압력도 과감히 거부할 줄 아는 단호한 의지력이다. 보수우파라지만 그는 거물 좌파 정치인들을 외무장관 등 각종 요직에 앉혀 사회당을 당혹케 하고 있을 정도다. 이데올로기보다 프랑스 국익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벤치마킹해야할 사르코지의 미덕은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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