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에볼라전쟁, 최전선에 선 의사들...

bluefox61 2014. 8. 8. 16:04

 최대 치사율이 90%인 에볼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내걸고 최전선에 서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이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에볼라 환자 발생지역에 투입된 의료진은 두가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에볼라 바이러스'이고, 또 하나는 '공포'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공포와 절망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매일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을 거부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부족민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공포를 누르고 그들은 또다시 허름하기 짝이 없는 병실로 들어간다. 그곳에 바로 자신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에볼라 최전선에서 선 의료진  = 국제의료구호기구 '국경없는 의사회(MSF)'소속인 프랑스 간호사 모니아 사야는 기니에서 매일 15∼16시간씩 에볼라 환자들을 돌본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감싸는 특수복과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눈을 가리는 특수 고글(안경)을 끼는 것은 필수이다. 환자의 피, 토사물, 땀, 침 등과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무겁기 짝이 없는 특수복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무더운 아프리카 기후에서 통풍이 안되는 재질로 만들어진 이 특수복을 입으면 몇 분만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사야는 지난 5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특수복 안이 너무 뜨거워 주머니 안쪽에 온도계를 넣어 재봤더니 46도였다"며 "하루평균 땀을 8리터씩 흘린다"고 말했다. 옷을 벗으면, 양동이로 물을 끼얹은 것처럼 온 몸이 완전히 젖어있다.의료진의 탈수를 막기 위해, 원래는 1시간 일하고 2시간 쉬도록 돼있지만 환자들이 쏟아지는 구호센터에서 이 규정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사야는 " 특수복을 입고 1시간쯤 지나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절망적인 눈으로 의료진의 손을 잡고 놓으려 하지 않는 환자들을 볼 때"라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 투입된 영국인 의사 올리버 존슨 박사는 지난 4일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 보호장구를 잘입고 규칙을 지키면 괜찮지만,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에라리온에는 간호사가 깜박잊고 장갑을 낀채 자신의 눈을 비볐다가 장갑에 남아있는 환자의 피에 감염돼 사망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으로 이송돼 치료제 시약을 투여받은 후 극적으로 회복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 역시 라이베리아의 구호센터에서 특수복을 입고 환자를 치료했지만 에볼라에 감염됐다. 

 ▶늘어나는 의료진 사망=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6일 현재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 간호사, 구급요원이 100명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이 넘는약 60명이 사망했다. 지난 2월 기니에서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국제구호기구가 서아프리카 3개국에 투입한 의료진은 약 3500명. 적십자 소속이 2400명으로 가장 많다. 이중 70명은 비아프리카권 의사,간호사들이다.WHO는 428명, MSF는 약 500명을 보냈다. 미국은 곧 방역전문가 약 50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 정부에 따르면 사망자 중 약 15%, 시에라리온 경우 약 12%가 의사와 간호사이다.보호장구를 비교적 잘 갖춘 서방 의료진은 그나마 상대적으로나은 편이다. 현지 의사, 간호사, 구호요원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보호장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쓰러지는 의료진이 늘어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의사,간호사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마이클 스털먼 가톨릭구호서비스(CRS) 정보담당관은 6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숨지면서 남은 사람들의 근로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초과근무수당, 위험수당이 없이 근무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의심감염환자와 가장 먼저 접촉했던 의사 1명이 에볼라에 감염되고 간호사 1명이 사망했다. 라이베리아 재무부 관리인 환자가 당초 말라리아 증세를 호소했기 때문에 에볼라 감염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에볼라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신·편견과의 전쟁 =  열악한 보건환경만큼이나 의료진을 괴롭히는 것은 현지 주민들의 턱없는 미신과 편견이다. 시에라리온에서 활동 중인 영국인 의사 벤저민 블랙은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지인의 일부 부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며 "이들은 (에볼라에 감염돼도) 주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국제구호단체 '사마리탄스펄스(사마리아인의 지갑)' 관계자들은 시에라리온에서 시신매장 작업을 하려다가 주민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단체의 자동차가 부서지고 불에 타기 까지 했다. 특히 시에라리온 경우 오랜 내전 때문에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어 에볼라 치료의 또다른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에볼라 공포에 사로잡힌 서아프리카 주민들이 외부 의료진을 불신하며 바깥 세계와 단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니의 시골지역에서는 커다란 칼과 새총을 든 청년 8명이 서양 의사들의 진입을 막겠다며 지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기니 정부는 외부와 단절한 마을에 대해 강제개방 정책을 시작했고 이를 막는 일부 주민을 체포까지 했지만 상황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환자 먼저 = 이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의료진은 환자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영국의사 올리버 존스는 "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것을 보면 늘 충격을 받는다"며 " 쓰러진 환자를 보면 나 자신의 안전엔 신경쓸 틈도 없이 우선 다가가 살펴보는 것이 바로 의사"라고 말했다. 미국 의사 브랜틀리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에서도 고향의 교회 신도들에게 "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나의 동료 의료진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7월 2일 올들어 의료진 중 처음으로 우간다 출신 의사 사무엘 무후무자 무토로 박사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 라이베리아의 존 F 케네디 병원에서 일했던 무토로 박사는 3년간 이 지역에 머무르며 에볼라를 포함한 온갖 감염자들의 치료를 위해 애써왔다. 당초 라이베리아 뉴크루타운의 구원병원에서 일했던 무토로 박사는 에볼라 창궐 소식에 핵심 병원인 존 F케네디 병원에 자원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무토로 박사는 에볼라 감염자들을 만지거나 치료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의료진이었다. 부인 다이아나 나무소케는 "오직 의사가 되기 위해 한 길을 걸었던 매우 단호한 사람"이라며 "세 아이와 나는 슬프지만 남편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새뮤엘 브리스베인 박사도 에볼라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달 27일 죽음을 맞았다. 그는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주치의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라이베리아에서 손꼽히는 의사였고, 병원에서도 국제의료팀의 관리 및 조언자로 활동했다. 에볼라 감염 증상이 나타나자 그는 동료 의사에게 "나 대신 에볼라 치료를 맡아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시에라리온의 저명한 의사인 셰이크 우마르 칸 박사가 숨졌다. 칸 박사는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에볼라 전문의로서 100여 명의 에볼라 감염 환자들을 치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칸을 '국민 영웅'이라 칭송했던 시에라리아 당국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칸의 남동생은 "형은 12시간씩 일주일 내내 일했다"며 "형의 죽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큰 슬픔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에볼라에 감염돼 숨진 의료진은  50명에 달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에는 나이지리아 첫 번째 감염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 지난 2일 미국인인 켄트 브레들리 박사는 에볼라 감염후 지 맵 투여를 받은뒤 본국으로 송환,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칸 박사 유족들은 에볼라 희생 의료진 및 봉사진의 유족을 돕기 위해 '칸 박사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칸 박사는 세상을 뜨기전 인터뷰에서 "나도 내 목숨이 걱정된다. 내 삶도 소중하니까"라고 밝힌 바 있다. 칸 박사 유족들은 "그가 소중히 여겼던 삶의 태도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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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에볼라 사망자가 이번 주말 1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에볼라 치료제 시약에 대한 임상규제를 완화했다.

캐나다 제약사 테크미라는 7일 FDA가 자사의 에볼라 치료제인 TKM-에볼라의 임상실험을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테크미라는 미국 정부와 1억4000만 달러(약 1451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TKM-에볼라는 임상실험을 앞둔 상태에서 지난 7월 FDA로부터 안전성 입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중단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FDA의 규제 완화에 따라 테크미라는 에볼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FDA의 공식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에볼라 환자들에게 치료제 시약을 투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7일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치료제 시약 사용과 관련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에볼라 워킹 그룹’을 구성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그룹에는 국립보건원(NIH),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첫 회의가 언제 열릴지는 아직 미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의에서 시약 사용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엄격한 과학적·윤리적 기준에 근거해 투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가 일본 후지필름이 개발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를 조기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윤리위원회 회의는 내주 초 열린다. WHO 사무차장인 마리 폴 키에니 박사는 “치사율이 매우 높지만 검증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우리는 비정상적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의료 윤리학자들에게 어떤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에 대해 권고해 달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과 확산 방지를 위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의 선포 여부를 결정할 WHO 긴급위원회 회의 결과는 8일 오전(한국시간 8일 오후) 발표될 예정이다.

WHO에 따르면 에볼라 감염자는 6일 현재 1711명, 사망자는 93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