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바미얀 석불 재건되나

bluefox61 2014. 10. 2. 10:56

종교적 극단주의에 의한 문화파괴의 상징이 된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불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미얀 석불 재건을 반대해오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최근들어 입장을 누그러뜨리면서, 지난 2001년 탈레반의 다이나마이트와 로켓포에 의해 파괴됐던 바미얀 석불이 복원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내년 1월에는 바미얀 석불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유네스코 관계자, 아프간 정부 대표, 문화재 복원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바미얀 석불이 파괴된 후 유네스코 차원에서 몇차례 회의가 열리기는 했지만 아프간 정부와 민간 전문가 그룹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바미얀 석불 재건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바미얀 석불 2개 중 1개 만이라도 재건할 경우, 약 5년에 걸쳐 최소 2000만 달러( 약 212억5600만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60년

 


 바미얀 석불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약 230km 떨어진 바미얀 계곡의 사암 절벽에 자리잡고 있었던 2개의 초대형 불상이다. 507∼544년 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발밑의 실크로드를 오가는 캬라반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석불의 모습이 장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3세기 인도 무갈제국과 18세기 페르시아제국 군이 석불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는가 하면, 19세기 중반 아프간 왕 압두르 라흐만 칸이 시아파 하자라족 반란을 진압하는 와중에 석불의 얼굴을 밀어내는 만행을 저지르는 등 약 1500년의 역사동안 숱한 위기와 수난이 있었다. 하지만 석불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버린 것은 2001년 탈레반이었다. 탈레반 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는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단의 우상을 없앤다는 이유로 석불을 다이나마이트와 로켓포로 파괴해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3년 바미얀 석불을 '세계문화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에 동시 등재했다.

 석불 재건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아프간 정부다. 바미얀 석불의 재건이 아프간 재건, 즉 새로운 아프간의 상징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다. 1일 슈피겔에 따르면,아프간 정부는 카불과 바미얀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석불을 재건할 경우 아프간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도 대체로 재건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독일의 문화재 전문가인 베르트 프락센탈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바미얀 석불재건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독일지역 책임자인 미카엘 페체트는 지난해 말 석불 지지대 공사를 하면서 아예 발모양으로 만들어, 추후 석불 재건을 용의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유네스코 측은 " 지지대 공사만 허가해준 것이지 석불의 발모양으로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공사팀을 비판했고, 이를 계기로 문화계에서는 "이 참에 석불 재건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해보자"는 주장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까지 유네스코는 "석불이 파괴된 것 자체도 역사"라면서 재건을 반대해왔다.  WSJ은 아프간 시민사회에서 벌써부터 석불 재건을 위한 모금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