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여행 43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하)

독일 베를린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튀링거바르테. 행정구역상으로 바이에른주에 속하는 이곳은 1990년 통일 전까지만 해도 서독쪽에서 국경선 너머 동독 튀링겐주 쪽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산 정상부분에 세워진 약 26m 높이의 전망탑에는 그리운 고향 땅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려는 실향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동서로 가르며 지나는 국경선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철조망의 동쪽 군사지역은 동독 군인들이 시야 확보를 위해 나무를 몽땅 베어내고 지뢰 등을 매설한 ‘불모의 땅’이었다. ▲ 독일 바이에른주 튀링거바르테의 전망탑에서 지난 16일 바라본 옛 동서독 국경지대의 모습. 가운데 옅은 녹색의 띠가 철조망이 설..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중)

옛 동독지역인 작센주의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의 성지같은 곳이다. 라이프치히가 없었다면 베를린 장벽은 오늘날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작은 1989년 9월4일이었다. 라이프치히 구시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니콜라이 교회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평화 기도회’를 마친 수십명의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우구스투스 광장(당시 이름은 칼 막스 광장)에서 동독 정부의 압제에 항거하는 평화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이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평화기도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 숫자가 불어났고, 10월9일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일에는 무려 7만명의 시민들이 ‘우리는 국민이다(We Are the People)’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다음주 ..

통독 20년, 현장을 가다 (상)

10월3일 독일 통일 20주년을 앞두고 다시 찾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지난 12일 베를린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면서 받은 강렬한 첫 인상은 베를린이 통일 20년 만에 독일의 수도로 제 모습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통일 10주년이었던 지난 2000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옛 동베를린 지역은 역사적 건축물을 비롯해 낙후된 사무실, 주요 건물을 재건축하고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공사들 때문에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장벽으로 나뉜 동독과 서독 사이의 이른바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놓였던 포츠담광장 역시 최신식 소니센터 건물을 제외하곤, 이곳에 들어설 건물과 공공시설들을 위한 터닦기 공사로 온통 북새통이었다. 동베를린 지역에도 현대식 건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