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여행 38

네덜란드&벨기에에 가다-1. 고흐&국립박물관&마우리츠하위스...

2023년 초봄, 오랫동안 계획했던 네덜란드와 벨기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보름동안 두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고색창연한 문화유적들은 물론이고 교과서와 화집에서만 보던 수많은 거장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있었습니다. 고흐와 렘브란트, 루벤스와 안토니 반다이크, 얀 판 에이크, 브뤼헐 부자, 히에로니무스 보슈 등등.... 제가 격하게 사랑하는 페르메이르 작품들은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특별전 티겟이 모두 매진되는 바람에 보지 못했고, 르네 마그리트 작품들은 브뤼셀 국립미술관의 해당 전시관이 업그레이드를 위해 폐쇄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해 아쉽기 짝이 없었지요. 하지만, 두 화가 말고도 만나야 할 화가들은 너무너무 많아서 발길이 바빴네요. 암스테르담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 대부분이 첫 일..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윤선도의 보길도

보길도로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멀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화순-구례-고흥-벌교-보성-완도를 거쳐 마지막이 보길도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길도는 심리적으로 아주 먼 곳에 있는 작은 섬의 느낌이 더 강했던 듯합니다. 그 곳에 가면 아름다운 해변과 윤선도의 원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갈 수는 없는 곳, 그래서 더 아름다운 곳으로 상상하게 되는 섬이 바로 보길도인 듯합니다. 오래 전부터 전해들었지만 보길도를 이제사 찾은 이유입니다. 보길도는 누가 뭐라해도 '윤선도의 섬'이지요. 학교에서 윤선도를 어떻게 배웠던가...떠올려봅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국어시간에 배운 '어부사시사'이지요. 요즘도 학교에서 '어부사시사'를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비들이 한자로 시조를 지을 때, 이 분은 보통사람..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벌교 보성 고흥

오래 전부터 벌교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꼬막 때문은 아니고, 벌교를 찾는 타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소설 때문이었지요(오래전 완독을 하지 못하고 숙제처럼 미뤄뒀던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워낙 늦되는 사람이어서인지, 핑계거리를 찾고 싶은 건지, 이제야 이 소설을 읽기에 적당한 나이가 된 느낌이 듭니다). 사실 제게 벌교는 매우 낯선 이름이었는데, 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벌교는 어떤 곳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사람' 이었습니다. 벌교 출신의 천연염색가 한광석 씨가 서울에서 염색전시회를 열었을 때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만들어낸 쪽빛과 함께 사투리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 출판과 언론, 그리고 문화의 한 획을 그은 '뿌리깊은 나무'를 펴낸 한창기 발행인의 조카인 ..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화엄사 운주사 화순

구례 화엄사와 화순 운주사를 다시 찾아가고픈 마음을 오랫동안 품고만 있다가, 2022년 4월 봄날에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됐습니다. 이 두 곳은 제 기억 속에서 유난히 감동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제 이 곳을 찾았었는지 정확한 연도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엄사 각황전의 그 고색창연하고 웅장한 아름다움과 운주사의 말로는 표현할 수없는 특별한 기운을 느꼈던 순간만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가파른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면서 위를 올려다 봤을 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각황전의 자태 !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운주사 대웅전 뒤편의 산길을 올라다가 문득 뒤돌아 보니, 마치 비를 피하려는 듯 커다란 바위 밑에 오종종 서있던 석불들의 모습! 이 두 장면은 마치 카메라로 찍은 듯 제 머리 속에 사진처..

혼돈의 그리스를 가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굽듯이 , 느닷없이 4박 5일 그리스를 다녀왔습니다. 첫 인상은? 물론 국민투표를 앞두고 좀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그래도 평온해 보였습니다.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망해서 온갖 물건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떨이판매하던, 우리의 IMF 체제 때와는 분명히 다르더군요. 그게 그리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유명한 'GREEK LIFE'는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래도 아테네에 왔으니 문화재 구경은 좀 하고 가야지요. 할 수밖에 없는게, 눈돌리면 사방이 고대 그리스 문화재더군요. 호텔에서 슬렁슬렁 걸어가면 파르테논 신전, 시장 거리 걷다 보면 나오는게 아고라, 택시타고 지나가다 보면 제우스 신전 ...뭐, 이러니까요. 참, 지나가다 뜩 나오는..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10)- 올레 5코스

유명한 제주의 해안 명소인 남원큰엉과 쇠소깍을 품고 있는 올레 5코스는 대중적인 인기가 참 많은 곳이지요. 위미의 그 유명한 '건축학개론 -서연의 집' 카페가 있는 곳도 이곳이고, 쇠소깍이 있는 곳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위미 주변의 풍경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에 묵은 게스트하우스 '소이연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더 특별한 코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원포구는 4코스의 종착점이자 5코스의 출발점이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멋진 바다 산책로인 남원큰엉 길이 나옵니다. 남원큰엉 산책로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바다 산책로로, 바닷가에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현무암 바위가 멋진 절경을 이룹니다. 산책로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는데 군데군데 숲이 열린 곳으로 나가 큰엉의 해변 경관을 볼 수 있죠. ‘엉’이란 말은 ‘..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9)- 4.3의 비극을 간직한 18코스

올레 18코스, 산지천-조천’ 구간을 걸었습니다. 원래는 산지천부터 걸어야하지만 시간관계상 제주시내에 있는 사라봉부터 걸었습니다. 사라봉은 오르기 어렵지 않은 높이의 오름이지만 제주 시내와 바다, 한라산을 바라보는 전망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사라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오름의 옆 모습, 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냅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사라봉 산책길 걷다가 만난 너무 예쁜 아기들... 나도 한 입만 줄래? 그 절경을 따라 가노라면 돌담들만 남아 있는 텅 빈 땅이 나타납니다. 4.3 당시 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곤을동 마을 터이죠 . 흔적만 남은 집터들을 보며,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 하루 아침에 가족과 이웃 대부분이 죽고 집마저 불타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사람들, 제주의 아픈 ..

서울 촌 것, 제주 올레를 가다(8)- 4월 제주의 추억, 우도와 2코스

봄의 끝자락인 4월하순에 또 제주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11월 이후 약 반 년만이네요. 첫날엔 올레 1-1 코스인 우도를 걸었습니다. 유채꽃이 흐드러진 우도의 모습들입니다. 제주 2코스를 처음 걸었는데, 참 아름답더군요. 올레 2코스는 광치기 해변부터 고성, 대수산봉, 혼인지를 지나 온평리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물빛 고운 바닷길부터 잔잔한 저수지를 낀 들길, 호젓한 산길까지 색다른 매력의 길들이 이어지지요.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부터 광치기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동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정말 제주의 top 3에 들어갈만한 절경이 아닌가 싶네요. 제주 특유의 생태계인 곶자왈의 숨골. 땅 속 구멍으로부터 나무 줄기가 솟아있습니다. 발 아래에 빈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 곶자왈에는 돌과 돌 사..

서울 촌 것, 제주 올레를 가다(7) -노꼬메 오름&7코스

저무는 가을이 너무 아까워, 제주에 후딱 다녀왔습니다. 제주는 언제가도 좋지만, 워낙 가을을 좋아하는터라 가을 제주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제주에서는 주로 올레길을 걷지만, 오름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제주에는 1년 365일 하루 한개씩 올라도 다 못오를 만큼 많은 오름이 있다지요. 지금까지 가 본 오름들, 저지오름 사라오름 등 다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산정호수 주변으로 둥글게 눈꽃이 벗꽃처럼 핀 사라오름에서는 무릉도원을 봤고, 저지오름에서는 싱그러운 숲의 아름다움에 반했지요. 이번에 오른 오름은 제주 서쪽에서 가장 높은 오름으로 꼽히는 노꼬메 오름입니다. 애월읍 중산간에 자리잡고 있는 노꼬메 오름은 큰쪽을 '큰 노꼬메', 작은 쪽을 '족은 노꼬메'로 부르더군요. 큰노꼬매가 833m이니..

영국의 추억(2)-스코틀랜드를 가다

요즘 분리독립 주민투표때문에 스코틀랜드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단독으로 뉴스가 되는 적이 별로 없는데, 요즘엔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네요. 이를 계기로, 잠시 스코틀랜드의 추억에 젖어봅니다. 사실 사반세기도 더 전에 가본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앨범에 사진은 꽂혀있는데, 사진을 찍은 장소는 어딘지 통 모르겠네요. 런던 빅토리아기차역 옆의 버스 역에서 밤 10시 차를 타고 밤새 달려 다음날 새벽 5시쯤 에든버러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스카이 섬으로 가는 투어버스를 타고 2박 3일동안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과 스카이섬을 돌아다닌 다음에 ,다시 에든버러로 와서 유스 호스텔에 묵었던 기억은 나는데, 스카이 섬->에든버러->런던으로 돌아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