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동서양 문화 속의 뱀

bluefox61 2013. 2. 7. 11:27

인류역사 속에서 오래 전부터 폭넓게 등장하는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뱀이다. 고대부터 뱀은 동서양을 가리지않고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동서양의 신화, 종교, 문화예술 속에서 뱀은 다산, 창조력, 치유(힐링),부활,지혜, 욕망 등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뱀은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생식력과 창조력을 나타내는 존재로 받아들여졌고, 허물을 벗는 습성으로 인해 치유와 재탄생을 상징하게 됐다. 또아리를 튼 뱀이나 자기 꼬리를 문채 몸뚱아리로 둥근 원을 그린 뱀의 형상은 영원함 또는 영속적인 생명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복희여와도>

 

중국 신장 (新疆)위구르 지역 투르판의 약 7세기 고분에서 발견된 '복희여와도'에는 중국 신화 속의 남신 복희와 여신 여와가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으로 묘사돼있다. 남매인 복희와 여와가 마주본채 하체를 뱀처럼 서로 꼬고 있는 모습이다. 손에는 오늘날의 자, 콤파스와 비슷한 도구가 각각 들려있다. 

창조신인 둘이 뱀처럼 서로 몸을 꼬고 있는 것은 만물의 조화와 재생,풍요를 기원하는 고대 중국인들의 내세관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여와는 황토로 사람을 탄생시키고 결혼제도를 만든 신으로 숭배돼,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와의 사당에 가서 빌면 다산을 할 수있다는 믿음이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뱀 조각상>

 

<앙코르와트에 있는 뱀 조각상의 세부>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뱀은 중요한 존재이다. 뱀에 대한 숭배의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곳은 바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지키는 존재가 바로 나가(Naga)로 불리는 거대한 뱀 신이다. 

앙코르 왕조는 11세기 중엽, 도성 좌우에 거대한 바라이(인공저수지)를 축조해 물걱정을 해결했는데, 모든 것이 나가의 은혜 덕분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대한 앙코르와트를 건립하면서 나가 조각을 입구에 세웠다. 앙코르란 말자체도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뜻하는 나가라(Nagara)에서 나온 것으로, 뱀을 뜻하는 '나가'와 '산다'란 의미의 '라'의 합성어이다.

힌두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7개 층으로 이뤄진 지하세계가 존재하며, 그중 가장 마지막 층인 파탈라라는 세계에는 수많은 나가가 살고 있다. 나가는 여러 부족으로 이뤄져있는데, 각 부족 장들 중 가장 연장자가 아난타이다. 힌두교 그림이나 조각상을 보면,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가 아난타 위에 몸을 누이고 휴식과 명상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마후라가(摩喉羅伽) 역시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땅속의 모든 요귀를 쫓아내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인도 신화의 영향을 받은 불교에서 마후라가는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 八部神衆)중 하나이다. 

팔부신중이란 천계를 지키는 수호신 천(天), 물속을 지키며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용(龍), 사람을 도와주는 야차, 병을 고쳐주는 건달바, 여러개의 얼굴과 팔을 지닌 아수라, 새형상의 가루다, 말머리 형상의 긴나라, 그리고 마후라가를 가르킨다. 마후가라는 그림 속에서는 주로 머리에 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조각상일 경우에는 한 손에 뱀을 잡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석굴암의 마후라가상은 오른손에 칼을 든 모습이다.

 


<쿠쿨칸 피라미드 입구의 뱀 두상 조각>


멕시코의 마야문명권에서도 뱀은 숭배의 대상이다. 유카탄반도의 치첸이차에 있는 쿠쿨칸 피라미드와 멕시코시티 교외의 테오티후아칸 유적에는 날개달린 뱀 쿠쿨칸과 목에 깃털을 단 뱀 케찰코아틀이 조각돼있다. 

특히 쿠쿨칸 피라미드 경우  계단 입구 양쪽에 뱀 머리 조각이 새겨져 있고, 돌난간 전체가 뱀 몸통으로 조각돼있어서 마야인들이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로 뱀을 얼마나 숭배했는가를 알 수있다. 케찰코아틀은 멕시코 아즈텍, 톨텍 등지에전해져 내려오는 바람의 신,태양의 신, 풍요와 평화의 신으로 인간에게 옥수수 키우는 법이나 베 짜는 법, 시간을 알아내는 법 등을 가르쳐준 존재이다.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세우스>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뱀이 자주 등장한다. 지혜의 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동물로 올빼미와 함께 뱀이 등장하며,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뱀 한마리가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뱀이 의학의 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것은 독으로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 수도 있으며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듯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오늘날까지도 의학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고 두 마리의 뱀이 감고 있는 카두세우스란 이름의 지팡이를 지닌 모습으로 표현된다.

 


<투탄카멘 황금마스크의 코브라 '우라에우스'와 독수리 >


이 밖에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왕관을 장식하는 코브라뱀은 우라에우스로 불리며 파라오의 수호신 우제트의 상징이다. 투탄카멘의 황금마스크 이마부분에는 코브라 한마리와 몸은 뱀이고 머리는 새인 형상이 조각돼있다. 코브라는우라에우스이고, 새 두상의 뱀은 우제트의 여동생인 네크베트의 상징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흰색 독수리로 표현되곤 하는 네크베크는 언니 우제트와 함께 파라오를 보호하는 존재이다. 


현재의 이라크 일대를 가르키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신화에서도 인간을 창조한 지혜의 신 엔키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구약 속에서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유혹하는 뱀이 수메르 신화 속의 엔키와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