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대낮에 영국 런던의 도로 한 복판에서 극단이슬람주의자로 보이는 흑인 남성 2명이 지나가던 20대 군인을 공격해 살해하고 시신을 난도질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보스턴마라톤 테러사건과 유사한 '외로운 늑대(Lone Wolf)'형 테러로 보고, 긴급보안대책회의를 이틀 연속으로 여는 등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테러전문가들은 범인들의 행태가 '전형적인 알카에다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은 22일 오후 2시쯤 런던 동남부 울위치 지역의 존윌슨 도로에서 벌어졌다. 20대로 보이는 흑인 남성 2명이 지나가던 군인을 자동차로 들이받은 다음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더니 시신을 칼로 난도질하고 참수를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BBC,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행인 수십명이 지켜보는 동안 이같은 만행을 저지른 범인들은 벌채용 대형 칼을 들고 피투성이가 된채 " 알라의 이름으로 우리는 싸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벌채용 칼과 주방용 칼을 함께 들고 있었으며, 일부 목격자들은 총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알라후 악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 "라고 외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지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을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로 추정했다.
피해자 남성은 인근 울위치 포병부대에 근무중인 현역 군인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들은 이 남성이 이날 런던 시내에서 열린 군관련 행사에 참석한 후 부대로 복귀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는 "참전용사들을 도웁시다"란 구호가 들어간 군자선단체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건 현장은 울위치 포병부대와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영국식 액센트가 뚜렸한 영어를 사용하는 범인 2명은 경악한 시민들을 향해 "우리 모습을 촬영해라"라고 말하는 등 여유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 한 시민이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은 ITV 등을 통해 보도됐다. 이 영상에서 범인들은 " 여자들에게 이런 광경을 보여줘 미안하지만, 우리의 여자들은 이런 일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면서 " 정부는 당신들(영국국민)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정부를 몰아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범인들이) TV에 나오고 싶어하는 것같아 보였으며, 불쌍한 20대 남성을 칼로 토막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난동은 약 20분동안 이어졌고, 출동한 경찰들이 총을 쏴 두사람을 체포 연행했다. 2명은 현재 각각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명의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의 정확한 신원과 범행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이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사건 보고를 받자마자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했다. 캐머런 총리는 "충격적이고 불쾌한 사건"이라면서 "테러행위로 볼 강력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총리는 '코브라(COBRA)'로 통칭되는 긴급보안대책회의에 참석했으며 23일 오전에도 또한차례 회의를 열어 테러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무슬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이슬람 정신에 어긋나는 야만적 행위"로 강하게 비판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채 도로 한 복판에서 대형 칼을 휘두르는 범인들에게 목숨을 걸고 다가가 , 추가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낸 40대 여성의 영웅적 행동이 영국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2명의 자녀를 둔 어린이스카우트 지도자 잉그리드 로요 케네트(48·사진).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 그는 53번 버스를 타고 현장을 막 지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소동으로 버스가 멈춘 동안 차창 밖을 내다보던 그의 눈에 도로 한복판에 쓰러진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22일 가디언,텔레그래프 등과 인터뷰에서 " 스카우트 지도자로서 처음에는 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응급조치를 해줘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즉시 버스에서 내려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손목맥박을 짚어보니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 때서야 피묻은 대형 칼과 총을 든 범인들이 옆에 있는 것이 보였다.
일부 목격자들이 범인들이 "미친 동물같이 날뛰었다"고 전한 것과 달리, 케네트는 두사람이 " 신경이 날카로와진 듯 보이기는 했지만 술이나 약에 취해 흥분해있는 것같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속으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또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게 막아야한다고 생각을 했다"며 "피에 젖어있는 그들이 뭔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같아서 다가가 '원하는게 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범인 한명에게 "'당신이 이렇게 한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하길래 '왜 그랬냐'고 다시 물어보니 "영국 군인인 이 사람(피해자)이 무슬림의 나라에서 무슬림을 살해했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또다른 범인에게 다가가 " 무기를 내려놓아라. 당신들은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결국엔 지게 될 것이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범인들은 " 오늘 밤 우리는 런던에서 전쟁을 벌이고자 한다"면서 "경찰들이 오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고 케네트는 전했다. 약 5분쯤 범인들과 대화를 하는 동안 경찰이 주변을 에워쌌고, 곧 총을 쏘며 범인들을 제압했다. 케네트가 범인들과 마주서서 대화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은 한 시민의 휴대전화로 촬영돼 현지 TV 방송들은 물론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한편 영국 언론들은 케네트 이외에도 영웅적인 행동을 취한 여성들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케네트 역시 자신이 쓰러져있는 피해자에게 다가갔을 때 이미 한 여성이 곁을 지키고 있었으며, 재킷을 벗어 시신의 얼굴을 덮어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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