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110

통인 재래시장 구경가다

지난 22일은 이른바 기업형 슈퍼와 대형마트 강제휴무 조치가 취해진 날이었습니다. 전통시장과 소형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둘러싸고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인들 입장에선 강제휴무로 충분치않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느새 우리 일상에 깊숙히 들어온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없게 돼 느끼는 불편과 불만이 큰 것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주변에 전통시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장을 많이 보는 경우도 거의 없어,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다 보니 대형마트 강제휴무 논란을 피부로 실감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늘(25일) 비오는 오후, 회사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모처럼 산책을..

슈마허의 '굿 워크'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한줄의 문장으로 현대인의 뇌리에 각인된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1911~1977). 나는 그의 메시지를 완전히 잘못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았다. 그가 1973년 펴낸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지 않고서도 마치 아는듯 굴었던 탓이다. '구기자'의 강력한 추천으로 슘페터가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한 [굿 워크]를 읽었다. 그가 세상을 뜬 3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는지,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있었다. 나는 그동안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고도의 집약된 기술로 인간이 쓰기 편리하게 만든 첨단의 제품쯤을 가르키는 말로 생각했었던 것같다. 손톱보다 더 작은 반도체칩 하나로 만들어낼 수있는 무궁무진한 기..

순수의 시대

오래전부터 한번 읽어야지 했던 Edith Warton의 'The Age of Innocence'를 단숨에 읽었다. 요즘 이상하게도 통 소설이 안읽히는데, 모처럼 한번에 읽어내린 책. 처음에는 너무 세밀한 사교계 묘사때문에 집중하기 쉽지않았는데 초반의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이디스 워튼의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날카로운가를 알수있다. 마틴 스코세즈가 왜 이 작품을 영화화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샹들리에와 천장 사이를 떠도는 듯한 기묘한 무중력 상태에서 그 장면에 동참하고 있던 아처는 다른 무엇보다 그 일의 진행과정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가장 놀랐다. 평온하고 영양 좋은 얼굴들 사이로 시선을 돌려보니, 메이의 흰죽지 오리에 몰두한 이 온순한 인상의 사람들이 말없는 음모가 집단으로, 그리고 자신..

읽을책

제국의 선택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미래-총 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나/에밀리 추아 거대한 체스판/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무정부시대가 온다/로버트 카플란 기로에 선 미국/프랜시스 후쿠야마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댄 보르토로티 다른 세상의 아이들/제레미 시브룩 차베스와베네수엘라 그리고 21세기의 혁명/조지프 추나라 21세기 십자군 전쟁-무한정의,무한전쟁, 문명의 십자로를 넘어/라울 마하잔 석유 때문에 벌어진 전쟁,석유 때문에 막을 수 있는 전쟁/박종욱 석유시대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재생에너지란 무엇인가 –석유시대의 종말에 대비하는 에너지 이야기/폴 마티스 대통령만들기-미국 대선의 선거전략과 이미지 메이킹/캐슬린 홀 재미슨 유엔평화유지활동의 이해/송승종 동유럽 탈사회주의 체..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현우 저)을 한달넘게 잡고 있다가 , 고전 끝에 겨우 끝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지젝, 원전이 아니라 해설서인데도 이해가 쉽지는 않다. 저자의 말 " 우리가 깊은 예술적 교양,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지 뫃해서 서로 마음의 장벽을 쌓고 사회적 분리벽을 만들며, 서로 무시하고, 곤봉으로 패고 칼로 찌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깊이가 아니라 넓이이다. 피상적이더라도 널리 공유될 수있는 제스처(눈짓)와 의무적인 예절이 필요하다. 더불어 피상적인 교양이 필요하다"에, 지젝에 도전해볼 용기를 얻는다. 9.11테러 이후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직면해있는 위기 또는 위선, 그리고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지젝의 주장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

읽은 책

만델라자서전/만델라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국제포럼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의 윤리/피터 싱어 희망을 거래한다-가난한 사람들의 무역회사 막스 하벌라르/ 프란스 판 데어 호프.니코 로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무하마드 유누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케네스 데이비스 천안문 /조너선 스펜스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클라이브 크리스티 발칸의 역사/마크 마조워 아프리카의 역사/ 존 아일리프 이슬람문명/정수일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메리 풀브룩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근본주의의 충돌/타리크 알리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국가의 역할/장하준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 파티는 끝났다-석유시대의종말과현대문명의미래/리처드 하인버그 악마의 눈물,석유의 역사/귄터 바루디..

용산에 들어설 더 클라우드 건물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초고층 초고가 주상복합건물 '더 클라우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언론들이 이 건물이 9.11테러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듯보인다고 보도한 이후, 14일 현재도 유사한 외신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건물과 9.11테러 당시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과연 "많이 비슷하구나"란 느낌이 듭니다. 사실이라면, 대단한 악취미라고 할 수있지요. 그런데, 이 대담하고도 이상한 건물은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아하, 이래서 이런 디자인이 나왔구나"란 감이 조금 들게됐지요. 평소 건축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건축이란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란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건축은 그 ..

아기곰 시쿠

덴마크의 아기곰 시쿠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야생공원에서 살고 있는 시쿠는 생후 며칠도 되지 않아 어미에게 버림받아 죽을 위험에 처해있었으며, 현재는 사육사 3명에 의해 24시간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기 북극곰답게 귀엽기 짝이 없는 모습을 가진 시쿠는 유튜브에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스타로도 뜬 상태입니다. 모습을 보시지요.시쿠(Siku)는 덴마크어로 '바다의 얼음'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혀를 빼물고 정신없이 잠이 든 모습의 사진도 있네요. 시쿠는 지금은 가고없는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크누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2006년 12월 6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크누트도 어미에게 버림받고 죽을뻔한 것을 사육사인 도르플레인의 돌봄을 받으며 커서 세..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1)

지난 주말 , 말로만 듣던 제주올레를 처음으로 걸었습니다. 일때문에 찾은 제주 체류 일정이 1박2일 밖에 안되는데다가, 하루는 세미나와 술먹는데 다 써버린 관계로 올레 걷기는 토요일 오전 2시간에 불과했지만,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 꼭 다시 와보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11월이 아니라 마치 초가을처럼 너무나 쾌청하고 덥기까지한 날씨여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동안 제주에 여러차례 왔지만, 제주 속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인듯합니다. 정말 서명숙씨가 큰 일을 하셨더군요. 제가 걸은 올레길은 , 올레 10길 송악산길이었습니다. 길도 완만한데다가, 바다를 옆에 끼고 내려다 보고, 화산분화구까지 구경할 수있고, 여기저기 귀여운 망아지와 말, 흑염소들이 있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제가 제주..

가을 남도 여행... 회사정과 소쇄원

모처럼 주말 이틀동안 영산강변의 영암과 담양을 여행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쳤다는데 남쪽은 여행하기 좋은 쾌청한 날씨였습니다. 아직 깊은 가을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들더군요. 2011년 가을을 기억하고 싶어 , 사진첩을 만들어봅니다. 윗 사진 속 정자는 전남 영암의 월출산 자락에 있는 2200년 역사의 구림마을 안에 있는 구림대동계 집회정자인 '회사정'입니다. 사람들이 가을 햇살을 쬐고있네요 . 어사 박문수가 거지꼴을 하고 대동계 집회중인 이곳에 찾아와 걸터앉았다가 , 그를 몰라본 계원들이 내쫓는 소동을 벌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도포자락에서 어패가 떨어지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 대형정자는 여러차례 수리,복원됐고 6.25로 부서져 또 대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