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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과 [회로]- 일본엔 왜 공포만화, 영화가 넘칠까

지난주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일본영화제에서 미이케 다케시의 [오디션]과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를 봤습니다. [오디션]은 일본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수년전부터 악명이 자자했던 영화죠. [링][소용돌이][주온] 등은 [오디션]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아동용이지요. 저 역시 수년전 이 영화를 '야메' 비디오로 봤는데, 화질이 너무 나빠서 고생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관에서 제대로 보니까, 처음 봤을때의 충격과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가녀린 분위기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온몸에 기다란 바늘을 꽂으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끼리 끼리 끼리( '깊이 깊이'란 뜻이라죠?)'라고 혼자서 주문처럼 외던 대사도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고통으로 반쯤 실신한 남자의 상상과..

바람의전설, 초콜렛, 봄날은 간다... 영화 속 바람, 바람, 바람

이성재 주연의 [바람의 전설]을 보면서, 새삼 영화 속에서 '바람'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한줄기 공기의 흐름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실어보내왔던지요... 자, 영화 속에 나타난 '바람'의 다양한 색깔과 느낌을 한번 살펴볼까요. 영화에서 '바람'은 [트위스터]처럼 말그대로 자연현상으로서의 '바람'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바람난 가족]에서처럼 정분난 남녀의 '바람'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죠. 여기까지는 [바람]에 관한 전형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죠. 예를 들어 [바람의 전설]에서 바람은 진짜 바람과 함께 '춤바람''바람끼'란 의미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박풍식과 여형사 연화가 첫 댄스 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미지의 육화(肉化)란 바로 이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4월 2일 국내개봉하는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성서에 기록된 2천여년의 사건을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았다. ″예수의 고난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싶다″는 멜 깁슨 감독의 야심은 100% , 아니 그 이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가시 면류관이 예수의 이마를 찌를 때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살갗 속으로 가시바늘이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게 되며, 철못 박힌 채찍이 예수의 육신을 갈갈이 찢어 발길 때 관객은 자신이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아픔과 신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예수의 두 손과 발에 대못이 박히는 장면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진다. 슬로모션으로 그 순간의 참혹함을 가능한 오래 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빅 피쉬, 블러디 선데이... 이런 영화 어때요?

요즘 영화가 무쟈게 많이 개봉하고 있더군요. 심지어는 같은 주말에 10편이 새로 개봉하는 때도 있던걸요. 때문에, 늘 그렇듯 '나중에 봐야지'하고 꼽아뒀다가 나중에 찾아보면 벌써 사라져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특히 요즘에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그녀를 믿지 마세요][목포는 항구다][어깨동무] 등 전혀 취향에 맞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 그리고 뭔가 독특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몇편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본 것도 있고, 아직 못본 것도 있기땜에 그냥 참고로 하시면 좋을 것같아요. 우선 , 1순위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원제가 [LOST IN TRANSLATION]인데, 이 모양으로 우리말 제목이 붙어버렸습니다. 소피아 코폴라는 그 유명한 코폴라 감독의 외동딸..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미국영화 속 중년 독신남녀에 관한 몇가지생각

다이앤 키튼 주연의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어떻게 보셨나요. 일단은 할리우드 영화에선 보기 힘든 50대 말 중년여성의 사랑, 그것도 섹슈얼한 욕구를 가진 존재로서의 여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중년의 사랑이라면, 육체적인 부분을 은근슬쩍 생략하고 지나가는 다른 미국 상업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의 벗은 몸까지 정면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점 (물론 눈깜짝하는 순간에 지나가기는 하지만 ^ ^) 도 흥미로웠구요. 이 영화가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로 가능했던 것은 , 아무래도 다이앤 키튼의 매력이 가장 큰 힘이 된 듯합니다. 보톡스를 맞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 그리고 중년의 몸도 잘 관리만 하면 아름다울 수있다는 사실을 키튼은 이 영화에서 증명해내고 있죠. 할리우드 영화에서 ..

'자토이치'의 기타노 다케시- 이 남자 쿨하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가 국내개봉됐습니다. 소문대로 기타노가 득도라도 한 듯 ,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펄펄 날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니, 지난 2002년 부산영화제 때 '돌스'를 폐막작으로 출품했을 당시의 그가 생각나더군요. 은색에 가까운 금발머리가 '충격적'이었는데, 다름아닌 '자토이치'를 위한 변신이었더군요. 그 때 (홈피에) 쓴 글을 옮겨 봅니다. 기타노의 독특한 성격을 조금은 느껴보실 수있을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며칠간 다녀왔습니다. 폐막때 가보긴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과 달리 폐막 하루전날 아침 1회 영화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있더군요. 2박 3일간 체류기간동안 가장 인상적인 것은 , 폐막작 '인형들(DOLLS)'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만나본 이 남자, 영화데뷔작인 '..

흑백고전영화 2편 추천합니다^^ -인 어 론리 플레이스, 엔드 오브 어페어

이번 설날 연휴에 우연히 두편의 DVD를 보게 됐습니다. 최근 국내 출시된 험프리 보가트의 50년작 [인 어 론리 플레이스(In A Lonely Place)]란 작품과 데보라 커 주연의 55년작 [엔드 오브 어페어(End of Affair)]란 작품이었죠. 흑백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최근들어선 웬일인지 통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던 두 편의 영화에 반해버려서, 아예 옛 영화들을 작심하고 찾아다니며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지요. 흑백영상은 컬러영상과는 또다른 깊이와 분위기를 갖고 있지요. 특히 흑백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조명의 예술적인 쓰임새를 잘 살펴볼 수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것같습니다. 물론 최근에도 흑백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있지요. 코언 형제의 ..

[실미도]-단점을 덮는 실화의 힘

강우석 감독은 비즈니스적으로나, 영화적으로나 판단이 빠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마디로, 될 성 싶은 것과 안될 것, 힘을 실어야할 곳과 힘빼고 쉬어가도 될 곳을 결정하는데 누구보다 빠른 감각의 소유자란 이야기다.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전국 600만명의 고지를 향해 쾌속 순항 중인 [실미도]는 강우석의 그런 동물적 판단력 , 또는 영화적 본능을 새삼 증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 감독이 어느곳에 힘을 주려 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관객의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 자극하려는 이런 계산은 때론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없는 것은, 그 효과가 실제 대단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미도]에서 연좌제에 걸려 사람취급못받았던 훈련병 강인..

[라스트 사무라이]-오리엔털리즘과 후까시즘의 결합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만큼 미국 영화계에서 영웅주의에 탐닉해온 감독도 드믈다. 그런데 즈윅 영화의 영웅주의는 여타의 할리우드 영웅담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띤다. 한마디로 수정주의적 영웅주의라고나 할까. 그는 현실 속에서 영웅과 애국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미묘해질 수있는가를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걸프전 당시 사망한 여성장교의 진실을 파헤치는'커리지 언더 파이어', 남북전쟁당시 흑인으로만 구성된 북군을 소재로 한 '글로리', 아랍 테러로 인해 미국에 계엄령이 선포되는 상황을 다룬 '비상계엄' 등이 꼽힌다. 이 세 작품은 모두다 무엇이 진짜 애국이며 , 진짜애국자는 과연 누군가란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즈윅의 시선은 무작정 미국 우월주의를 부르짓는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보루로서 미..

미스틱 리버- 연기력이란 바로 이런 것!

최근 코아아트홀에서 [미스틱 리버]를 봤답니다. 배우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로라 리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땜에 무척 보고픈 영화였죠. 게다가 미국 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란 타이틀에 혹하기도 했구요. 과연... 소문대로 배우들의 연기가 불을 뿜더군요. 그중에서도 숀 펜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이 배우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과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뒤엉켜있는 복잡한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해냈더군요. 팀 로빈스와 케빈 베이컨 연기도 좋구요. 특히나 영화에서 숀 펜의 두번째 부인으로 나온 로라 리니, 역시나 대단한 배우입니다. 엄청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