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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팬들께 추천합니다-[쓰리몬스터][알포인트]

[쓰리 몬스터]와 [알 포인트]는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쓰리몬스터]는 한,일,홍콩합작)들 중 단연 돋보이는 수작들이다. 공포 코드를 갖고 있는 두 작품은, 단순히 소재로서의 공포를 벗어나 인간존재의 핵심을 파고드는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분열적 자아의 공포(쓰리 몬스터 중 박찬욱 편 '컷')와 전쟁의 공포(알포인트)를 파헤친 시도가 돋보인다. [쓰리 몬스터]의 '컷' 는 한 천재 영화감독에 닥친 하룻밤의 악몽에 관한 이야기이다. 능력있고 착하며, 게다가 부자이고 인형같은 마누라까지 있는 영화감독 류지호(이병헌)의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 괴한의 요구는 피아노 줄에 마리오네트마냥 매달린 아내의 손가락이 5분마다 잘려나가는 것..

토비 매과이어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기준은 69년생이 마지노선인 것 같습니다. 제 나이 많은 건 모르고, 69년 이하는 ″아직 인간될라면 멀었다..″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제 친구들이 저보고 30세 넘어서야 그래도 쬐금 인간이 됐다고 그러더군요...) 어쨋든 , 20대 배우 중에서는 자신있게 '좋다'고 할만한 얼굴이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 멋진 외모와는 별도로 인간적인 끌림, 아우라를 느끼게하는 배우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트린 한 남자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토비 매과이어입니다. 이안 감독의 97년작 [아이스 스톰]에서 그를 맨 처음 봤을 때, ″참 묘한 분위기의 젊은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제이크 길렌할과 비슷했다고 할까요. 이 영화에..

내 남자의 로맨스, 아는 여자, 인어공주... 여름에 본 몇편의 영화

여름을 타는가 봅니다. 영화보기를 그리 게을리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글쓰기에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최근 본 몇편의 영화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내 남자의 로맨스] 웬만해서는 영화보다가 중간에 나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나쁜 영화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얼마나 나쁜지를 확인해볼 수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만큼은 끝까지 앉아서 보는데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모 일간지 기자는 이 영화를 만든 박제현 ( 울랄라 시스터스, 단적비연수)감독의 메이 필름이 '한국의 워킹 타이틀'을 지향하는 것같다고 하더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상찬도 이런 상찬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오게 됐는지는 알겠더군요. 7년 사귄 커플 사이에 어느날 ..

이란 영화의 또다른 힘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할리우드 대형 오락물, 가벼운 연애담과 코미디 등이 점령한 여름시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자 기쁨이다. 쿠르드계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의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며 감동이 될 수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부모가 죽은뒤 가장이 되어버린 12살난 소년 아윱이 누나와 어린 여동생, 그리고 장애자인 남동생들과 생존해나가기 위해 악전고투하면서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아윱은 6.25전쟁 후 지지리도 가난했던, 가족을 위해 희생을 묵묵히 감내해내야 했던 우리 부모세대의 모습 그대로이다. 아니, 이 땅 어디에선가 아직도 수많은 소년소녀가장들이 아윱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 영화는 인생경험의 폭과는 무관하게 관객의 마음을 ..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를 말한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화씨 9/11]을 드디어 보게됐습니다. 부시 정권과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낱낱이 까발긴 내용이야 다들 많이 아실테지요.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소위 주류언론의 한계성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미국인 관객들 역시 이 영화에 등장한 갖가지 팩트들을 (예를 들어 부시 친구들이 어떻게 행정부의 요직을 잠식했는지, 빈라덴 가문과 부시 집안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이라크 전쟁에 나간 미군 병사들이 진짜 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등) 소위 3대 네트워크라고 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받아서 재가공하는 한국의 외신 기사들은 어떻겠습니다. 이른바 주류언론들이 '불편부당성'또는 '중..

[더 블루스]-빔 벤더스의 세번째 음악편지

빔 벤더스의 영화에서 음악은 제 2의 주인공이다. 전후 미국 대중음악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벤더스는 언제나 자신의 영화 속에서 음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현해냈다. 그의 대표작 ‘파리 텍사스’는 황량한 이미지와 함께 라이 쿠더의 흐느끼는 듯한 기타 선율로 기억되며, ‘밀리언 달러 호텔’은 그로테스크한 인간군상만큼이나 보노의 노래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은 벤더스의 이른바 ‘음악 영화 3부작’ 중 세번째 작품이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쿠바 음악의 거장들을 불러냈던 그는 두번째 음악영화 ‘비엘 파시에르트’에서는 동독출신의 포크록그룹 BAP를 통해 분단사의 비극을 짚어냈다. ‘더 블루스…’는 이미 오래전 사망해 전설인 된 미국 블루스 음악가 3인을 다루고 있다. 앞..

2004, 재미난 칸영화제 소식들

칸 영화제가 중반을 향해 순항 중입니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편이 모두 선을 보였고 마켓에서 한국영화의 판매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외신 등 여기저기서 주워들은(정확히는 주워 읽은^^) 소식들을 전합니다. 국내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은 생생하고 재미난 소식들을 기대하시랏.^^ ==================================== 1.칸의 한국영화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다]는 현지에서 엇갈리는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선보인 [올드보이] 경우 강한 폭력성으로 관심을 끌었는데, 기자회견에서 박감독이 ″ 내 영화땜에 [킬빌]이 흥행실패했다″″리메이크를 나보다 더 잘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재치있게 답변해 화제가 되기도했다고. 스..

마이클 무어, 또 열받았다

9.11테러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집안 간의 돈독한 사업관계 등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개봉전부터 미국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 미라맥스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사가 "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최근 미라맥스에 북미배급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화씨 911'은 오는 12일 개막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있는 화제작으로, 올 여름 시즌에 미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가 2001년 9.11테러 발생 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경제적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 테러 직후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던 빈 라덴 친척을 서둘러 출국시키는데 부시 행정..

예쁜 스틸사진 -[투스카니의 태양]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따스한 그런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별로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지난주 개봉한 이 영화는 그런 욕구를 딱 적당하게 충족시켜 주더군요. 근데, 보기가 좀 어려웠어요. 강남 브로드웨이 딱 한군데서 하던데, 그것도 오전 10시 30분이랑, 새벽 4시에만 하는 것있죠. 전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봤답니다. 왠 열성이 뻗쳤냐 하시겠지만, 예상보다 꽤 괜찮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앤 래인이 나이는 좀 들었지만 매우 아름 답게 나온다는 사실!! 그리고 이탈리아를 그리워하는 분들껜 딱 어울릴만한 영화였답니다. 내용은 이혼녀가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는...구태의연한 소재지만, 의외로 로맨스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정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강령]

몇해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본영화와 관련된 기사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일본 영화계에는 두명의 구로사와가 있다. 한명은 구로사와 아키라고, 또 다른 한명은 구로사와 기요시다.” 우리에게는 공포영화 감독정도로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를 세계적인 거장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와 같은 반열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임지의 지적은 기요시의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의 차원을 넘어 오늘날 일본사회, 나아가 현대인의 일상을 짓누르는 강박관념의 심연을 건드리는 날카로움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기요시의 최근작 두편이 국내에서 개봉된다. 2000년작 ‘강령’과 2003년작 ‘밝은 미래’다. ‘강령’이 전형적인 공포물에 가깝다면, ‘밝은 미래’는 불안한 젊음의 내면을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