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셰프들, 뿔났다..."내 식당에선 사진 찍지 마시오"

bluefox61 2014. 2. 27. 11:04

"음식은 먹지 않고 사진부터 찍어대는 손님들을 보면 솔직히 화가 치민다. 어떤 손님은 좋은 각도에서 찍겠다며 심지어 의자 위에 올라가기까지 한다. 테이블 위에 미니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손님을 본 적도 있다. 식당 홍보효과도 싫다. 요리는 창작물이기도 한데, 인터넷에 공개된 내 요리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이 모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미식가들의 식당 인증샷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에서 '사진 촬영 금지'를 내건 고급 식당들이 늘고 있다. 일부 유명 셰프들은 음식 사진을 '음식 포르노(food porn)'란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사진촬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셰프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sns시대에 먹기전 사진은 필수! >

 

프랑스 칼레 인근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그르누이'는 최근 메뉴판에 이색적인 표시를 첨가했다. 바로 '사진 촬영 금지'표시이다. 박물관이나 갤러리 등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흔히 볼 수있는 이 표시가 메뉴판에 오르는 것은 보기 드믄 일이다. 


이 곳의 셰프 알렉상드르 고티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소지를 아예 금지한다거나 강제로 촬영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서 메뉴판에 촬영금지 표시를 넣게 됐다"고말했다.

 

미슐렝 별점 3개짜리 프랑스 레스토랑 '로베르주 뒤 비외 퓌' 의 셰프 질 구종도 사진촬영 반대주의자이다. 그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내 식당에서는 스마트폰을 금지시키고 싶다"며 "손님들이 불쾌해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토크빌' 레스토랑 사장인 조앤 마코비즈키는 " 사진을 찍기 전에 옆 테이블의 손님들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미슐렝 별점 2개짜리 레스토랑 '르 가브로슈'의 수석 셰프 마이클 루 2세는 최근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에서 " 식당에서 요리 사진을 찍으며 소란을 떠는 것은 나쁜 매너"라고 주장했다.


<질 구종 셰프>

 

미국 뉴욕의 유명 셰프 데이비드 불리는 사진을 찍는 손님을 주방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한 경우. NYT에 따르면, 그의 식당 종업원들은 사진찍는 손님이 있으면 " 주방에 있는 대형 대리석 테이블 위에서 사진이 더 근사하게 나온다"라고 정중히 권한다. 주방에 따라 들어가 사진을 찍는 손님들에겐 특별 대접받았다는 인상을 줄 수있고, 사진촬영을 중단하는 손님에게도 불쾌감을 주지 않아 일석이조이다.  

 

셰프들이 요리 사진촬영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첫번째는 사진을 찍느라, 먹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고티에는 " 모든 요리사들은 손님에게 최적의 시간에 맞춰 요리를 서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사진을 몇장씩이나 찍어 ,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다보면 요리가 식어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일명 '충격 효과'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요리를 예술로 여기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일수록 가장 흥분하는 부분이다. 구종은 "우리 식당의 대표적인 요리 사진들이 SNS에 깔려있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손님들은 셰프가 정성들여 만든 멋진 요리를 처음 봤을 때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미리 보고 레스토랑에 오면 그런즐거움이 없어져 버린다. 사진의 질도 문제이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졌다곤 하나 요리의 느낌을 최고로 살릴 수있는 수준은 아니다. 선명하지 않은 사진들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 요소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찬성론도 많다. 영국의 유명 TV 셰프 나이젤라 로슨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페이스북에 요리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정평 나있다. 손님 또는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요리 사진은 식당 홍보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셰프와 식당 사장들도 많다. 


고급 레스토랑의 지나친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 금지'를 내건 고급 레스토랑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