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본 영화들 34

2015년 아카데미, '버드맨'이 휩쓸었다

2015년 아카데미영화상의 스타는 '버드맨'이네요. 아카데미의 하일라이트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갔군요. 각본상과 촬영상까지 받았으니, 알짜 부문을 모두 휩쓸었군요. 원래 영화제작 현장이나 무대 뒤 스토리를 참 좋아하는데(대표적으로 '블랙스완')'버드맨'은 곧 개봉하지만, 워낙 평이 좋아서 빨리 보고프네요. 작년에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감독상을 타더니 올해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흔히들 멕시코 3대 감독을 쿠아론,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토로를 꼽는데, 세 명 모두 작품성과 흥행성, 문제의식이 너무나 뛰어난 천재들이죠.세 명 중 가장 상업적인 감독이라고 하면 델토로라고 하겠는데, '헬보이''퍼시픽 림'같은 작품부터 '판의 미로'까지 정말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

<스페이스오딧세이 2001>과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놀라운 걸작 를 보는 내내 46년전에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1968년에 만들어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이죠. 는 의 오마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있습니다. 오래전 를 보고 한동안 푹 빠져 살았던게 기억나네요.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탐독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그때는 당연히 이 작품이 극장개봉된게 아니었기때문에 조그만 TV 스크린으로 봤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크의 놀라운 상상력, 큐브릭의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더글라스 트럼블의 걸출한 특수효과에 감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네요. 남자주인공이 동료 조종사들을 다 잃고 , 우주선내 컴퓨터 시스템 할(HAL)과의 처절한 싸움을 끝낸 후..

이 여자, 너무 멋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살아남는다'의 틸다 스윈튼

요즘 틸다 스윈튼에 푹 빠져있습니다. 짐 자무시의 영화 때문이죠. 이삼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아이 엠 러브' 때문이었죠. 는 , 틸다 스윈튼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매력과 연기력, 스타일과 철학이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의 탕헤르와 망해가는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남녀 뱀파이어가 있습니다. 이들의 나이가 몇이나 됐는지는 알 수없습니다. 대화 내용으로 봤을 때, 이들은 피타고라스 때에도 인간 사회에 있었고 유럽에 흑사병이 돌 때도 있었으며, 셰익스피어도 직접 봤고, 슈베르트 때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온갖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모두 봐왔고, 또 놀라울만큼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도 봤습니다. 어쨋든 ..

'셜리에 관한 모든 것'...호퍼 작품 13점을 동영상으로 보다

오래전 뉴욕 현대미술관(모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유소'라는 작품이었지요. 별로 크기가 크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화집에서만 봤던 호퍼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강렬한 색감이었습니다. 어느 시골 마을 길가의 한적한 주유소에 어둠이 막 내려 앉기 시작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은 사진으로만 보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강렬한 색감을 지니고 있었죠. 그 강한 색감 때문에 더 고독하게 느껴졌던 듯합니다. 마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속에서 한낮의 찬란한 태양빛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오스트리아 감독 구스타브 도이치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원제는 'Shirley: Vision of Reality') '은 근래 ..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동영상으로 감상하는 화첩

페르메이르의 화첩을 1시간 반짜리 동영상으로 보고 난 느낌이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17세기 네덜란드 거장 화가 얀 페르메이르의 작품과 일상생활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재연하고 있다. 페르메이르를 사랑하는 미술애호가라면 이 영화의 프레임 하나하나가 베르메르의 작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는 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있을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모티프가 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뿐만 아니라 주인공 그리트가 양동이에 주전자로 물을 붓거나 유리창을 닦는 모습, 창가에 서서 무엇인가를 싼 수건을 펼쳐 보는 마지막 장면, 심지어 화실 창문의 문양이나 벽에 걸린 세계지도 등 소품에 이르기까지 페르메이르의 작품 그대로다. 화실에서 17세기 방식으로 물감을 섞는 과정이나, 카메라 옵스큐라를 만나는 것도 즐..

김지운의 걸작 '달콤한 인생'

(*2005년에 쓴 글인데 다른 홈피에서 이사오면서 빠트리고 온 것을 옮겨옵니다. 다시 읽으니, 문득 이 영화를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게 김지운의 최고작입니다) 김지운과 류승완은 , 어떤 면에선 과대평가돼온 감독이었다고 할 수있다.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을 통해 한국에서는 보기 드믄 블랙유머 감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김지운은 [ 장화 , 홍련]을 거치면서 동세대에서 가장 개성있고 흥행력까지 갖춘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늘 기대가 높았던 만큼 , 그의 작품은 또한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조용한 가족]이 잔혹코미디의 장르를 개척하기는 했지만 그 유머는 폐부를 찌를만큼 강렬하지 못했고, [반칙왕]은 한 평범한 회사원이 반칙왕 레슬러로 성공한다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중..

블럭버스터 홍수 속에서 빛나는 '마지막 4중주'..성숙한 성인들을 위한 영화

극장가를 가보면, 가히 블럭버스터의 홍수입니다. 이번주에 가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가, 기존 개봉작인 의 흥행도 만만치않습니다. 도 입소문이 좋기때문에, 스크린 수 면에서는 와 막상막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저부터도 이중에서 벌써 3편을 봤으니, 블럭버스터의 힘이 정말 만만치않은 것같습니다. 사실 요즘 극장에 가보면, 거의 전 스크린을 두세편의 블럭버스터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사이에서 작은 영화가 오전 9시나 밤 11시 , 심지어 25시(실제로는 새벽1시대)에 상영되는 일도 다반사이지요. 이렇게 해놓고 극장에서는 우리도 작은영화 배려해 상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요. 그 와중에 진정한 성인취향 영화가 있으니 바로 '마지막 4중주'입니다. 33번의 공연시즌을 함께 ..

제로다크서티..그리고 캐스린 비글로

캐스린 비글로는 캐릭터의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감독이다. 이라크전의 폭탄물 해체요원을 그린 '허트로커'나 오사마 빈 라덴을 찾는 CIA 요원들을 그린 '제로 다크 서티'로 세계적인 유명감독이 되기 이전에도 , 비글로는 '블루스틸'이나 '죽음의 키스'' 폭풍 속으로''스트레인지 데이즈' 등의 작품에서 캐릭터의 감정보다는 그가 처해있는 현실과 딜레마를 일말의 동정없이 가혹할 정도로 극단까지 밀어부쳐 묘사하는 스타일의 감독이었다. '제로 다크 서티'는 9.11테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가족이나 구호요원들과 나누는 전화통화 내용들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니, 장면이란 말은 정확하지 않다. 관객은 깜깜한 극장안에 앉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깜깜한 스크린을 마주본채 테러 현장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문학세미나장. 한 중년 남자가 서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볼탄스키( 다니엘 오테이유) . 프랑스 파리에서 성공했지만 '얼굴없는 작가'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세상에 세르쥬 노박이란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을 훑고 다니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아름다운 여성에게 머문다. 여자는 자신의 남편에게 문학계 동료인 듯한 또다른 남자를 소개해주고 있는 참이다. 세미나가 시작되고 잠시 후, 다니엘의 시선은 세미나장 구석 기둥 뒤에서 아까 그 남자와 진한 포옹을 나누는 여자의 눈길과 마주친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 그녀는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영화가 '시선의 떨림'으로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선은 곧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대가를 요구하는 법..

라디오스타

낡지만 구태의연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이 바로 그랬다.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결론은 과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자정이 넘긴 시간까지 이불 속에서 이어폰으로 몰래 라디오 방송을 듣곤 하던 시절의 감성을 새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요즘 청소년들이야 라디오를 듣어도 ‘콩’이니 ,‘단팥’이니, ‘미니’ 프로그램으로 다운로드해 듣고 보는(보는 라디오!) 세대지만,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화려하게 발달해도 라디오의 제 맛은 사람사는 이야기이며, 각박한 세상살이의 맛 역시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란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마치 추운 날씨에 향긋한 커피가 아니라 뜨끈한 어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