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116

맥신 베다 著 <지속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청바지의 잔혹사>

지난해 공동번역 작업을 했던 맥신 베다의 가 출간됐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raveled: The Life and Death of a Garment>입니다. 'Unraveled'은 천의 짜임이 느슨해진 상태를 가르키는 말로, 저자는 천의 짜임이 느슨해지는 것처럼 사회적 짜임이 느슨해지면서 21세기 사회의 과다한 소비주의와 그로 인해 쏟아지는 의류 쓰레기, 환경오염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청바지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르포르타주 식으로 파헤치고 있어서, 무엇보다 현장감이 뛰어나고 재미있게 읽히는게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있죠.  마침, 최근 저자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

튀르키예 역사여행-⑤앙카라 : 아타튀르크를 찾아서...

튀르키예를 여행하는 분들 중 수도 앙카라를 찾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튀르키예 관광의 중심은 이스탄불이고 앙카라는 행정수도의 이미지가 강해서이겠지요. 특히 오스만제국이 망하고 20세기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수도가 된 곳이어서 역사적 관광지가 많지 않을 것이란 느낌 때문이기도 한 듯합니다.  제가 앙카라를 여행하고 보니, 확실히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앙카라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 경까지 거슬러올라가지만 고대 유적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앙카라 구시가지역인 울루스에 있는 앙카라 성의 모습입니다. 앙카라는 1356년 2대 술탄때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되었으며, 1차세계대전 종반쯤  민족주의 지도자 무스타파 케말(케말 아타튀르크)가 ..

튀르키예 역사여행-④에페수스 : 이오니아&헬레니즘 문명을 만나다

어린 시절 제가 사랑했던 책들 중 전집이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끼고 살다시피할 정도로 그 책을 너무너무 사랑했었죠.  이 글을 쓰면서 혹시~~ 하고 찾아봤더니, 기억하고 있던대로 역시나 삼성출판사에서 출판된게 맞네요. 책을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해 아버지께서 아마도 거금을 내고 집에 들이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는 그 책의 광고입니다. "서가에 하이센스한 품격을 더해주는"이라고 했는데, 품격까지는 모르겠고, 겉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고 했던 기억은 납니다.  그 책의 특징은 통사적 시각뿐만 아니라 당시엔 드믈게 칼라사진 도판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있는 많은 사진들 중엔 앞부분만 남은 오래된 돌건물 사진도 있었어요.  로마시대에 세워진 도서관 유적이란 설명이었죠. 그 ..

튀르키예 역사여행-⓷히에라폴리스 : 로마제국의 신성한 도시

'목화의 성'이란 뜻을 가진 파묵칼레 언덕 위에는 2000년이 넘는 로마시대의 도시 '히에라폴리스'가 있습니다. '히에라'는 '성스러운'이란 뜻이고, 폴리스는 '도시'란 뜻이죠.  파묵칼에의 온천수가 흐르는 새하얀 계단식 석회붕도   아름다웠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20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였습니다. 이 곳에 이토록 드넓은 도시를 세운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이 언덕 위에서 살며 온천 목욕을 즐기고, 오늘날의 헬스센터에서 처럼 체육관 시설을 이용하고, 공부하고, 원형극장에서 연극과 음악 공연을 즐겼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리고, 한때 화려하고 번영했던 이 도시는 왜 멸망해 지금과 같은 폐허가 됐을까요?    히에라폴리스는 원래 기원전 7세기에 프리기아라는 소왕국에 ..

튀르키예 역사여행-⓶이스탄불 : 술탄 메메트 2세를 찾아서...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 내부. 거대한 크기의 원판 8개가 걸려있는데,  알라와 무함마드(마호메트), 그리고 초기 칼리프들의 이름이 씌여있습니다. 사진에서 오른쪽 두번째 글씨가 바로 '알라'입니다. 현지 가이드 덕분에 어디서든 이 글씨를 바로 알아볼 수있게 됐습니다.    이스탄불 여행은 대부분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술탄 메메트 2세 역시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이 하기아 소피아였습니다. 공방전이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이 곳에서 모여 공포에 떨며 기도를 올렸다지요.  메메트 2세는 성당에 들어서기전 병사들이 베어온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목을 성당 앞 원주에 내다 걸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동로마 제국을 세..

튀르키예 역사여행-⓵이스탄불 : 술탄 메메트 2세를 찾아서...

"스물 한 살의 젊은이는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났을때 대신들과 장군들, 거기에 이슬람교 고승들까지 거느리고 예니체리 군단 정예병의 호위를 받으며 카리시우스 문을 지나 콘스탄티노플에 입성했다.그는 이제서야 자기 것이 된 이 도시를 차분히 음미하려는 듯 큰 길 위로 천천히 말을 몰았다...성 소피아 대성당 앞까지 왔을때 메메트 2세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몸을 숙여 한줌 흙을 쥐어 터번 위에서부터 흩뿌렸다... 성 소피아 대성당을 나온 술탄은 근처에 있는 황폐해진 구 황궁에 들른 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방치된 고대 로마식경기장을 둘러보았다. 연후에 또다른 큰 길을 따라 페가에 문을 지나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술탄의 순시가 이뤄지는 동안 저항의 총소리 하나 나지 않았고, 정복된 사람들 중에 말 앞을 ..

폴란드의 재발견...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크라쿠프&바르샤바

폴란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대다수는 홀로코스트가 아닐까요? 영화 '피아니스트'에 등장했던 바르샤바의 게토 풍경, 아우슈비츠(폴란드어로 오시비엥침)의 이미지들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밖에 폴란드가 오랜 역사에 걸쳐 주변의 여러나라 침략을 받았다는 사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2차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것 등도 생각납니다. 그러고 보니 폴란드는 유난히 전쟁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인듯합니다. 물론 제가 격하게 사랑하는 쇼팽의 나라, 퀴리 부인(폴란드 이름은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의 나라이고, 그리고 영화 강국이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폴란드 영화감독을 꼽아보자면 안제이 바이다, 로만 폴란스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안드레이 줄랍스키,아그니에슈카 ..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대지구에서 '이-팔 갈등'을 생각하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국회의사당과 요즘 한국 여행자들에게 '사진 맛집'으로 유명한 어부의 성에서부터 여행일정을 시작할 겁니다. 저 역시 그랬지요. '어부의 성'은 과연 한국인들로 바글바글대더군요. 심지어 돌벤치에 잠시 앉아있는데, 어디에선가 휴대전화 벨이 울리더니 한 남성이 전화를 받으며 "네, 부장님"이라고 답하더라구요. 아마도 현지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인 듯 싶었습니다. 아무튼 여기가 부다페스트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약 3주에 걸친 동유럽 여행 중 가장 많은 한국인들을 만난 곳이었어요. 그리하여, 저는 부다페스트의 유명 관광지들은 건너뛰고,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부다페스트에서 홀로코스트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세르비아 베오그라드⓹

저와 제 여행파트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을 마친 후 옆나라 세르비아로 넘어갔습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서 보았던 산악풍경과 자그마한 관광지(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들었다는 마을 등등) 이야기는 패스하겠습니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번화하고 서구적인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의 풍경. 19세기 중반 세르비아에서 오스만 제국을 완전히 몰아낸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3세 국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세르비아의 수도는 베오그라드입니다. 사실 이 도시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제가 아는 것은 발칸 반도에서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가장 막강한 맹주 국가이고, 옛 유고 연방은 물론이고 소비에트 체제 해체 후 신 유고연방의 핵심이자 수도였던 국가, 그리고 대세르비아주의의 중심국..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모스타르&드리나강 다리④

제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다리의 나라'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역대급으로 아름다운 다리가 유난히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다리들 중 대표격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모스타르이죠. 수도 사라예보 국제공항에 내리면 맨 처음 눈에 띄는게 벽 한면을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스타르 다리 사진입니다. 대체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 국제공항에 가장 크게 내걸린 사진이 그 나라의 대표 관광지이죠. 바로 이 다리입니다. 일명 '스타리 모스트' 이죠. '스타리'는 다리, '모스트'는 오래된 이란 뜻입니다.너무나 아름다워서 ,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멈출 수없는 장관입니다. 같은 다리를 밤에 찍은 사진도 있어요. 야경은 더 멋집니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은 이름도 멋진 네레트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