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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재발견...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크라쿠프&바르샤바

폴란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대다수는 홀로코스트가 아닐까요? 영화 '피아니스트'에 등장했던 바르샤바의 게토 풍경, 아우슈비츠(폴란드어로 오시비엥침)의 이미지들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밖에 폴란드가 오랜 역사에 걸쳐 주변의 여러나라 침략을 받았다는 사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2차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것 등도 생각납니다. 그러고 보니 폴란드는 유난히 전쟁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인듯합니다. 물론 제가 격하게 사랑하는 쇼팽의 나라, 퀴리 부인(폴란드 이름은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의 나라이고, 그리고 영화 강국이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폴란드 영화감독을 꼽아보자면 안제이 바이다, 로만 폴란스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안드레이 줄랍스키,아그니에슈카 ..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대지구에서 '이-팔 갈등'을 생각하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국회의사당과 요즘 한국 여행자들에게 '사진 맛집'으로 유명한 어부의 성에서부터 여행일정을 시작할 겁니다. 저 역시 그랬지요. '어부의 성'은 과연 한국인들로 바글바글대더군요. 심지어 돌벤치에 잠시 앉아있는데, 어디에선가 휴대전화 벨이 울리더니 한 남성이 전화를 받으며 "네, 부장님"이라고 답하더라구요. 아마도 현지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인 듯 싶었습니다. 아무튼 여기가 부다페스트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약 3주에 걸친 동유럽 여행 중 가장 많은 한국인들을 만난 곳이었어요. 그리하여, 저는 부다페스트의 유명 관광지들은 건너뛰고,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부다페스트에서 홀로코스트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세르비아 베오그라드⓹

저와 제 여행파트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을 마친 후 옆나라 세르비아로 넘어갔습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서 보았던 산악풍경과 자그마한 관광지(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들었다는 마을 등등) 이야기는 패스하겠습니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번화하고 서구적인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의 풍경. 19세기 중반 세르비아에서 오스만 제국을 완전히 몰아낸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3세 국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세르비아의 수도는 베오그라드입니다. 사실 이 도시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제가 아는 것은 발칸 반도에서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가장 막강한 맹주 국가이고, 옛 유고 연방은 물론이고 소비에트 체제 해체 후 신 유고연방의 핵심이자 수도였던 국가, 그리고 대세르비아주의의 중심국..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모스타르&드리나강 다리④

제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다리의 나라'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역대급으로 아름다운 다리가 유난히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다리들 중 대표격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모스타르이죠. 수도 사라예보 국제공항에 내리면 맨 처음 눈에 띄는게 벽 한면을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스타르 다리 사진입니다. 대체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 국제공항에 가장 크게 내걸린 사진이 그 나라의 대표 관광지이죠. 바로 이 다리입니다. 일명 '스타리 모스트' 이죠. '스타리'는 다리, '모스트'는 오래된 이란 뜻입니다.너무나 아름다워서 ,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멈출 수없는 장관입니다. 같은 다리를 밤에 찍은 사진도 있어요. 야경은 더 멋집니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은 이름도 멋진 네레트바 ..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⓷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 가장 고민했던 여행지는 스레브레니차였습니다. 스레브레니차는 수도 사라예보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걸리는 지점에 있는 마을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대다수인 스릅스카공화국에 속합니다. 1992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던 지역에서 스릅스카공화국 독립을 선언하고 보스니아를 공격하면서 내전이 발생했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라도반 카라지치. 그는 당시 유고연방 대통령으로 대세르비아주의자인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내전에서 끔찍한 반인도주의적 범죄들을 저질렀지요. 미국 중재로 열린 데이턴 협상으로 내전이 막을 내렸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안에 스릅스카공화국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사라예보⓶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동서양의 문화가 혼합된 매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하지만 1992~1996년 내전의 비극을 여전히 간직한 슬픔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비극이 쉽게 잊혀지는 게 아니라는 점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의 비극이 벌어진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임진왜란이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논쟁도 여전하지요. 그런데 , 보스니아는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아직도 건물들이 폭탄 맞아 무너진채 그대로 있고,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사라예보나 보스니아의 다른 도시들이 내전 직후와 똑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였으면, 특..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사라예보 ⓵

"소련에 속한 국가들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나는 유고 연방이 가장 걱정스럽다. 만약 이 나라가 분열된다면, 얼마나 엄청난 비극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없다." 2023년에 동유럽 발칸반도와 헝가리, 폴란드를 길게 여행했습니다. 사실 이 지역의 국가들은 저의 에 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직업적 특성상 '숙제'처럼 남아있기는 했지만 굳이 여행하는 기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발칸 반도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몇해전 크로아티아를 여행했을 때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한가운데에서 폭탄공격으로 무너진 채 그대로 있는 집을 본 적은 있었지만, 발칸의 비극적 역사 속으로 깊이 들어간 느낌을 별로 없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로마시대 유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선지, 이탈리아의 변방 ..

네덜란드&벨기에에 가다-4. 꽃과 초콜렛에 진심인 두 나라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은 꽃과 초콜렛에 진심인 나라, 아니, 미친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물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튜울립 때문에 버블경제와 경기침체까지 겪은 나라이고, 벨기에는 세계에서 1인당 초콜렛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나라 만의 독특한 꽃문화를 느꼈고, 벨기에에서는 초콜렛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감튀도 있고, 홍합도 있고, 와플도 있고, 치즈도 있지요^^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마침 튜울립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 암스테르담 인근 큐켄호프 공원을 찾았습니다. 제가 갔을 땐, 아직 야외엔 튜울립이 덜 피었고 실내 전시장에서 다양한 튜울립들을 만날 수있었습니다. 전 세..

네덜란드&벨기에에 가다-3. 브뤼허의 성혈성당

'유럽북부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벨기에 브뤼허는 오랫동안 저의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계기는 영화였지요. 2008년 개봉한 마틴 맥도너 감독의 에서 두 주인공 콜린 패럴과 브렌단 글리슨은 영국 대주교를 암살한 후 브뤼허로 숨어들어옵니다. 영화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던 두 사람이 결국엔 또다시 쫓고 쫓기는 처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긴박하고 잔인한 상황과 달리 아름답고 고즈넉하기 짝이 없는 운하 도시의 풍경이 매혹적이었지요. 그때, 저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대개 북유럽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하루 이틀 묶으며 근교 도시 브뤼허와 겐트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벨기에 여행 목적은 우선 브뤼셀 구도심 그랑 플라스와 ..

네덜란드&벨기에에 가다-2. 벨기에 왕립미술관&안트베르펜 성모성당

벨기에도 미술을 빼놓고는 이야기 하기 어려운 국가이지요. 서양 미술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용어 '플랑드르파'로 잘 알려진 국가이니까요. 플랑드르파는 15~17세기에 오늘날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안트베르펜(영어로 앤트워프), 브뤼허, 겐트 등을 중심으로 일명 '북유럽 르네상스'를 일궈냈던 것을 화가와 작품들을 가르킵니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곳은 동방무역을 장악했던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이었습니다. 번영과 안정 속에 황금시대를 맞이한 플랑드르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화가로는 얀 판 에이크와 루벤스, 그리고 농민들의 삶을 대변한 피터르 브뤼헐(또는 브뤼겔) 부자 등이 있지요. 이밖에 네덜란드의 거장화가들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플랑드르 화가들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있는 곳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