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 568

내가 몰랐던 역사 12-바코드는 어떻게 '유통혁명'을 일으켰나

“삑~” 1974년 6월 26일 오전 8시를 조금 지난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트로이에 있는 마시 Marsh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마트 직원 셰론 부캐넌 Sharon Buchanan이 ‘리글리스 주시 프루트 껌 Wrigley’s Juicy Fruit Gum’’ 10개들이 한 팩에 붙어있는 검은 줄무늬 스티커를 계산대 스캐너에 통과시킨 순간이었다. 한해 전 미국 슈퍼마켓특별위원회가 표준 바코드 Barcode인 세계상품코드(UPC)를 식료품업계 표준으로 승인한지 약 1년만에 드디어 매장에서 실제로 사용이 이뤄진 것이었다. 버나드 실버와 조지프 우드랜드가 바코드 개발을 시작한지 26년, 특허권을 얻은지 22년만이었다. 마시 슈퍼마켓에 울려 퍼진 ‘삑~’ 소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바코..

내가 몰랐던 역사 11-태초에 가짜뉴스가 있었다...길고 긴 그 역사

1782년 4월 22일, 프랑스 파리 외교가에 ‘서플리먼트 투 더 보스턴 인디펜던트 크로니클 Supplement to The Boston Independent Chronicle’란 신문이 뿌려졌다. 1면에 실린 기사는 가공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국의 조지 3세 George III 국왕이 미국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인디언 원주민들을 내세워 양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독립군인들이 최근 커다란 꾸러미들을 발견해 열어보니 무려 700명이 넘는 미국인 남녀와 어린이들, 심지어 아기들의 머릿가죽이 들어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기사는 보스턴에서 실제 발행되는 인디펜던트 크로니클 3월 12일자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싣는 형식으로 돼있다. 기사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독립군 소속의 새뮤..

내가 몰랐던 역사10-그림들은 어디로 갔나...세기의 박물관 도난사건들

1990년 3월 18일 일요일 오전 1시24분, 미국 보스턴 시내에 자리잡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Isabella Stewart Gardner 박물관 출입문의 벨이 울렸다. 이 날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은 보스턴의 최대축제인 성패트릭 데이 Saint Patrick’s Day. 보스턴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전날부터 벌어진 온갖 행사와 파티들을 끝내고, 축일 당일날 열리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기대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었다. 박물관의 야근 당직 경비원 중 한명인 리처드 애버스 Richard Abath는 인터폰으로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벨을 누른 사람은 경찰 정복을 입은 2명의 남자였다. 이들은 애버스에게 “박물관에서 모종의 소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문을 열 것을 요구했고..

내가 몰랐던 역사9-피임은 어떻게 발전했나

1950년 어느날 밤, 미국의 생물학자 그레고리 굿윈 핀커스 Gregory Goodwin Pincus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한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의 이름은 마거릿 생어 Margaret Sanger. 백발이 성성한 71세 나이의 생어는 미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악명’높은 여성이었다. 간호사 출신인 그녀는 평생동안 여성의 피임권리를 주장하면서 숱한 고난 속에서도 산아제한운동을 펼쳐온 투사였다.핀커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코넬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그는 1934년 토끼의 난세포를 체외수정하는데 성공해 ‘프랑켄슈타인’이란 비난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있었다. 생어는 산아제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핀커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할 수 있을까요?” 알약으로 피임할 수있는 방법을..

내가 몰랐던 역사8- 지브롤터, 300년 넘게 계속되는 英-西갈등

2014년 4월 2일, 페데리코 트리요 Federico Trillo 영국 주재 스페인 대사가 긴장한 외무부 청사에 들어섰다. 2011년 부임한 이후 영국 외무부에 불려나온게 벌써 네 번째이지만, 그의 얼굴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국 정부는 이베리아 반도 남단인 영국령 지브롤터 Gibraltar 갈등과 관련해 스페인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스페인 해양조사선이 영국 영해를 ‘도발적으로 침입’해 영국의 주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4월 4일, 이번에는 스페인 해군 소속 초계함 한 척이 지브롤터 영해에 진입했다가 영국 해군의 경고를 받고 물러갔다. 영국과 스페인은 이번 사태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폈다.영국 외무부는 "해군은 영국령 지브롤터 영해에서 모든 불법 침입..

내가 몰랐던 역사7-이란과 미국, 길고 긴 앙숙의 역사

2013년 8월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60년동안 숨겨왔던 방대한 분량의 기밀문건들을 공개했다. 시민단체의 소송 제기 등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끈질긴 활동의 결과였다. 공개된 문건은 1953년 이란 쿠데타 작전에 관한 것이었다. 이란 국민들이 뽑은 모하마드 모사데크 Mohammad Mosaddeq 총리를 쫓아내기 위해서 CIA가 쿠데타를 사주했다는 사실이 이 문건들을 통해 드러났다. 사실 미국이 1953년 이란 쿠데타의 주모자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CIA가 내부기밀문서 공개를 통해 이를 사실로 인정하기는 처음이었다.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에 이어지고 있는 원한과 증오의 뿌리와 책임이 미국 정부에 있음을 비로소 시인한 것이었다. 갈등의 뿌리는 석유 미국과 이란은..

내가 몰랐던 역사6-예루살렘은 어느 나라 땅인가

2018년 5월 14일 전 세계의 시선이 중동의 고도(古都) 예루살렘에 집중됐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개관식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David Friedman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개관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사관의 새 위치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라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이전을 전격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기립 박수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Jared Kushner 백악관 선임고문은 축사에서 "대사관 이전과 개관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미국은 옳은 일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

내가 몰랐던 역사5-샴푸, 식민주의의 그늘

여성의 윤기나는 머릿결이 미의 척도 중 하나로 여겨진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년 전부터이다. 우리나라 옛 여성들이 창포로 머리를 감았던 것처럼, 바빌로니아 Babylonia에서는 BC 3000년 경부터 동물의 지방과 재를 섞어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알칼리’는 바로 아랍어로 ‘재’를 뜻하는 ‘칼리(kali)’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집트에서는 BC 1500년 경부터 연꽃잎 등에서 추출한 기름과 동물 지방, 그리고 알칼리성 소금을 섞어 세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고체 비누는 800년 경 시리아 알레포 Alleppo에서 처음 등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리브유, 월계수유, 잿물을 함께 끓인 다음 식혀 덩어리를 만든 다음 이를 잘라내 세제로 사용한 것. 11~12세..

내가 몰랐던 역사4-인류문명의 가장 작은 부품 '못'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철 구조물 중 하나이다. 이 탑을 건축한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 Alexandre Gustave Eiffel의 이름을 따 에펠탑으로 불리지만, 탑의 구체적인 구조방식을 구상한 사람은 에펠의 협력자였던 건축가 겸 엔지니어 에밀 누기에 Émile Nouguier와 구조 엔지니어 모리스 쾨를렝 Maurice Koechlin이었다. 이미 프랑스 곳곳에 철교를 세우고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내부 철골구조를 설계해내 ‘강철의 마술사’로 불렸던 에펠이었지만 철근으로만 이뤄진 거대한 탑을 세우자는 아이디어에 처음엔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에펠탑은 콘크리트 기초에 4개의 철각(鐵脚)으로 세우고, 그 위에 철 탑을 얹어 놓는 구조이다. 자재의 총무게는 약 8,000톤. 본체에..

내가 몰랐던 역사3-2000년전 바그다드에 배터리가 있었다고?

1936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쿠주트 라부 Khujut Rabu에서 고대 유물로 보이는 질항아리가 발굴됐다. 쿠주트 라부는 페르시아 파르티아 Parthia 왕조(BC150~AD223)와 사산 Sasan 왕조(AD224~650)의 수도였던 크테시폰 Ctesiphon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약 2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 이 질항아리는 약 13cm 높이의 평범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심상치않은 물건들. 얇은 구리판이 돌돌 말려 들어 있고, 중앙에는 철로 만든 봉이 매달려 있었다.. 원통의 바닥과 윗부분에는 역청이 발라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납땜의 흔적도 있었다. 특히 철봉의 일부가 녹아 있는 것으로 볼 때. 항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