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책을 읽자 10

맥신 베다 著 <지속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청바지의 잔혹사>

지난해 공동번역 작업을 했던 맥신 베다의 가 출간됐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raveled: The Life and Death of a Garment>입니다. 'Unraveled'은 천의 짜임이 느슨해진 상태를 가르키는 말로, 저자는 천의 짜임이 느슨해지는 것처럼 사회적 짜임이 느슨해지면서 21세기 사회의 과다한 소비주의와 그로 인해 쏟아지는 의류 쓰레기, 환경오염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청바지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르포르타주 식으로 파헤치고 있어서, 무엇보다 현장감이 뛰어나고 재미있게 읽히는게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있죠.  마침, 최근 저자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

'100년의 기록' -중동사가 버나드 루이스 자서전

중동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결코 피해갈 수없는 이름이 바로 버나드 루이스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역사가이자 저술가이며, 에드워드 사이드와 그 유명한 ‘오리엔탈리즘’논쟁을 벌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권 번역 출간돼있다. 오래전 출간돼 지금은 절판된 ‘이슬람 문명사’와‘중동의 역사’, 9·11테러 이후 출간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비롯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암살단’ ‘이슬람 1400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저서들이다. 이슬람에서의 암살 전통이란 주제 하나만을 깊이있게 파고든 ‘암살단’은 11세기 시아파의 한 갈래인 이스마일파의 폭력투쟁 조직인 ‘아사신(assassin)’과 21세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자살폭탄 테러가 겹쳐지면서 마치 소설처럼 ..

소개합니다- 마이클 무어의 에세이집 '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지난해 번역했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자서전적 에세이 '세상에 부딛쳐라. 세상이 답해줄때까지'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원제 '히어 컴스 트러블(말썽꾼 납시오)' 의 느낌이 어정쩡한 자기개발서 제목으로 바뀌어 아쉽습니다. 솔직히 분량문제로 빠진 챕터도 있고, 각 챕터에서 조금씩 쳐내진 부분도 있습니다. 어쨋든 마이클 무어는 태어날때부터 말썽꾼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가 한때 신부를 꿈꿨으며, 배꼽잡게 웃기는 동시에 눈물도 쏙 빼놓는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입니다. 번역 후기를 옮겨놓습니다. 이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뭐 이런 사람이 다있나” 싶었다. 뚱뚱한 몸집에 야구 모자를 쓴 그는 끈질기게 한 남자 뒤를 좇아다니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로저와 나(Roger and Me 1989..

슈마허의 '굿 워크'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한줄의 문장으로 현대인의 뇌리에 각인된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1911~1977). 나는 그의 메시지를 완전히 잘못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았다. 그가 1973년 펴낸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지 않고서도 마치 아는듯 굴었던 탓이다. '구기자'의 강력한 추천으로 슘페터가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한 [굿 워크]를 읽었다. 그가 세상을 뜬 3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는지,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있었다. 나는 그동안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고도의 집약된 기술로 인간이 쓰기 편리하게 만든 첨단의 제품쯤을 가르키는 말로 생각했었던 것같다. 손톱보다 더 작은 반도체칩 하나로 만들어낼 수있는 무궁무진한 기..

순수의 시대

오래전부터 한번 읽어야지 했던 Edith Warton의 'The Age of Innocence'를 단숨에 읽었다. 요즘 이상하게도 통 소설이 안읽히는데, 모처럼 한번에 읽어내린 책. 처음에는 너무 세밀한 사교계 묘사때문에 집중하기 쉽지않았는데 초반의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이디스 워튼의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날카로운가를 알수있다. 마틴 스코세즈가 왜 이 작품을 영화화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샹들리에와 천장 사이를 떠도는 듯한 기묘한 무중력 상태에서 그 장면에 동참하고 있던 아처는 다른 무엇보다 그 일의 진행과정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가장 놀랐다. 평온하고 영양 좋은 얼굴들 사이로 시선을 돌려보니, 메이의 흰죽지 오리에 몰두한 이 온순한 인상의 사람들이 말없는 음모가 집단으로, 그리고 자신..

읽을책

제국의 선택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미래-총 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나/에밀리 추아 거대한 체스판/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무정부시대가 온다/로버트 카플란 기로에 선 미국/프랜시스 후쿠야마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댄 보르토로티 다른 세상의 아이들/제레미 시브룩 차베스와베네수엘라 그리고 21세기의 혁명/조지프 추나라 21세기 십자군 전쟁-무한정의,무한전쟁, 문명의 십자로를 넘어/라울 마하잔 석유 때문에 벌어진 전쟁,석유 때문에 막을 수 있는 전쟁/박종욱 석유시대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재생에너지란 무엇인가 –석유시대의 종말에 대비하는 에너지 이야기/폴 마티스 대통령만들기-미국 대선의 선거전략과 이미지 메이킹/캐슬린 홀 재미슨 유엔평화유지활동의 이해/송승종 동유럽 탈사회주의 체..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현우 저)을 한달넘게 잡고 있다가 , 고전 끝에 겨우 끝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지젝, 원전이 아니라 해설서인데도 이해가 쉽지는 않다. 저자의 말 " 우리가 깊은 예술적 교양,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지 뫃해서 서로 마음의 장벽을 쌓고 사회적 분리벽을 만들며, 서로 무시하고, 곤봉으로 패고 칼로 찌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깊이가 아니라 넓이이다. 피상적이더라도 널리 공유될 수있는 제스처(눈짓)와 의무적인 예절이 필요하다. 더불어 피상적인 교양이 필요하다"에, 지젝에 도전해볼 용기를 얻는다. 9.11테러 이후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직면해있는 위기 또는 위선, 그리고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지젝의 주장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

읽은 책

만델라자서전/만델라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국제포럼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의 윤리/피터 싱어 희망을 거래한다-가난한 사람들의 무역회사 막스 하벌라르/ 프란스 판 데어 호프.니코 로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무하마드 유누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케네스 데이비스 천안문 /조너선 스펜스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클라이브 크리스티 발칸의 역사/마크 마조워 아프리카의 역사/ 존 아일리프 이슬람문명/정수일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메리 풀브룩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근본주의의 충돌/타리크 알리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국가의 역할/장하준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 파티는 끝났다-석유시대의종말과현대문명의미래/리처드 하인버그 악마의 눈물,석유의 역사/귄터 바루디..

<미국의 종말>, 또는 한국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고

등의 저작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이자 진보적 사회비평가인 나오미 울프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인 친구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대화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 대테러전을 명분삼아 제정한 ‘애국법’, 인권탄압적인 정책들, 언론 및 사회단체 감시, 급격하게 보수화 및 획일화되어가는 미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자신이 비판을 쏟아낼때마다 친구는 한결같이 “나치 독일에서도 그랬어”라고 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친구는 의아해하는 울프의 손을 서가로 이끌고 가서 , 나치 독일의 역사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울프는 책을 펼쳐 읽어내려가는 순간,60~70여년전 나치 독일이 저질렀던 만행 하나하나 바로 지금 이시대, 부시 정부 시대의 그것과 놀랄..

왜 제인 오스틴인가

"우리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오스틴이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커렌 조이 파울러의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된다.제인 오스틴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을 벌이는 독서클럽의 멤버인 조슬린에게 있어 오스틴은 결혼하지 않고도 사랑과 구혼에 대한 멋진 소설을 쓴 여자다. 또 다른 멤버 버나데트에게 있어 오스틴은 희극의 천재다. 실비아의 딸이자 동성애자인 알레그라에게 오스틴의 존재는 여성들의 개인적인 삶에서 경제적인 궁핍함이 가져오는 충격에 대한 글을 쓴 여자이며, 프루디란 여자에게 있어 오스틴은 겨우 마흔한 살의 나이에 호지킨병(림프계 암)으로 죽은 여자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여섯 멤버들의 삶과 오스틴 소설 속 캐릭터 또는 오스틴 자신의 삶(독신, 병, 죽음, 또는 사후 끊임없이 제기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