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역외 조세도피처 떨고 있니...한국, 880조원 규모,개도국 3위

bluefox61 2013. 4. 12. 16:56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온 세계각국 부호들의 명단 일부가 지난 4일 전격 공개된 것을 계기로, 이른바 ‘역외 조세도피처(Off Shore Tax Haven)’가 수퍼리치의 천국이었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푼의 세금이라도 아쉬운 각국 정부들은 조세도피처의 ‘검은 돈’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탈세 고삐를 강하게 당기면 당길수록, ‘검은 돈’을 더욱 더 깊이 숨기려는 노력도 교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당국과 탈세범들의 두뇌싸움에서 과연 어느 쪽이 이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진 아일랜드


역외 조세도피처란 


개인소득세,양도세 등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시에도 극히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등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국가나 지역을 가르키는 말이다.세제상의 우대조치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 회사법 등의 규제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조세도피처는 ‘조세 천국(Tax Paridise)’‘조세 피난처(Tax Shelter)’‘조세 휴양지(Tax Resort)’로 세분되기도 한다. 바하마,버뮤다, 케이먼 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 천국’이라면, 홍콩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 피난처’로 분류된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스위스 등은 비과세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활동에 대해 세금상의 특전을 인정해주는 ‘조세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조세도피처는 약 50개국에 이른다. 대부분은 카리브해와 오세아니아지역의 작은 섬나라들이다.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없다보니, 낮은 세율로 전세계 자금을 끌어모으는 금융업으로 먹고사는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탈세감시단체들은 미국,영국, 독일 등과 같은 국가들도 조세도피처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경우 델라웨어주가 대표적이다. 델라웨어주는 인구가 약 90만명에 불과하지만, 기업 수는 무려 94만개에 달한다. 기업에 부과되는세금이 거의 없고, 특히 해외에서 들어온 투자에 대해서는 비과세 또는 극히 낮은 세율만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최대도시 윌밍턴에는 단층 건물 한 곳에  윌마트, 제너럴 모터스, 카길,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포드 ,구글 등 수만개 대기업들이 서류상 법적 주소지로 등록돼있는 경우가 흔하다. 

영국은 세계적 금융허브를 자처하는 런던에서 돈세탁을 하기가 웬만한 조세도피처에서보다 쉽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슈피겔지는 최근 경제연구소(DIW)의 자료를 인용해 독일 기업 이윤과 세금보고 간에 약 1억 유로의 차액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자국 내에서 합법적 조세도피 산업이 번성하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역외 조세도피처를 이용해 조직범죄의 검은 돈을 숨겨주는 법률회사를 소재로 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더 펌(The Firm)>


역외 도피자금 규모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버진 아일랜드의 해외 부호 재산규모는 전세계 역외 도피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7월 영국의 비영리기구(NGO) 조세정의네트워크(www.taxjustice.net)는 보고서에서 2010년말 기준으로 최소 21조 달러의 금융자산이 조세도피처의 비밀계좌에 은닉돼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규모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하지만 21조 달러는 중국,러시아, 한국 등 개발도상국의 역외도피자금 만을 집계한 것이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일본,독일 등 선진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전세계 역외 도피자금 규모를 32조 달러로 추산하면서 “그마나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도피처에 숨어있는 뭉칫돈으로 인해 각국정부가 입는 세금 피해는 연간 1900억∼280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국제사회의 탈세 근절 노력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5개국은 10일 탈세방지를 위해 은행정보를 상호교환하는데 합의했다. 유럽내 조세도피처로 꼽히는 룩셈부르크도 동참의사를 밝힌만큼 유럽 은행정보의 투명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스위스는 이미 미국정부의 압력에 자국 은행의 비밀계좌 명단을 넘긴 적이 있다. 

유럽연합(EU)차원에서도 조세 사기와 탈세에 대한 강력한 추적과 처벌기준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역내 탈세를 공동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회원국들에게 조세도피처 국가와 맺은 이중과세 방지협정 폐기 또는 중지를 권유하기도 했다. 한국도 조세도피처 국가들과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국의 역외탈세규모는 과연 얼마나될까


영국의 비정부기구(NGO)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개발도상국 역외탈세 자금규모 순위에서 중국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액수로는 무려 7790억달러(약880조원)에 이른다. 1위는 중국으로 1조1890억달러, 2위 러시아는 798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은 케이먼 제도 등 대표적인 조세도피처 10개국에 한국 부호와 기업이 ‘합법적’으로 투자한 금액이 2007년 현재 74억8600만달러였으나, 5년뒤인 2012년에는 126억3200만달러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에 정식으로보고된 투자인만큼 탈법을 아니지만, 조세도피처 국가들에 대규모 투자를 할만한 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탈세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같은해 한국수출입은행도 조세도피처에 한국관련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가 약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2011년말 기준).    

국세청은 이번에 유출된 버진 아일랜드 재난은닉자 명단에 한국인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 정보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버진 아일랜드에는 내국인이 투자한 기업이 80여곳이나 있고, 역외탈세조사 과정에서 이곳을 이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5월 버진 아일랜드와 조세정보교환협정에 가서명한 상태이다. 이번 명단 유출을 계기로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이 조세정보교환 협정을 체결한 조세피난처 국가는 17곳이다. 가서명 국가는 12 곳이다. 현재 이탈리아 반도 동부의 산마리노,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등 새롭게 부상한 조세피난처와도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 2011월 스위스와의 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된 후, 스위스 국세청의 도움으로 현지 금융회사에 비밀계좌를 만든 탈세범을 적발해 5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한 적도 있다. 

상장폐지 된 코스닥 상장법인 대표 김모씨는 버진 아일랜드에 제3국 국적의 한국인 변호사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회사 자금을 빼돌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홍콩의 상장법인 주식을 사들였고, 주식을 모두 팔아 200억원이 넘는 양도 차익을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스위스 계좌에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