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지구로부터 1400광년(약 1경3254조㎞)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제2의 지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케플러-452b. 항성 케플러-452 주변을 도는 행성이다. 나사는 케플러-452b가 지금까지 발견한 ‘제2의 지구’ 후보들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서 ‘쌍둥이 지구’ ‘지구 2.0’으로 불렀다. 세계 우주 과학계가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사에 ‘케플러 프로젝트’가 있다면, 유럽 등에서는 일명 ‘글리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도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을 세워 ‘제2의 지구’ 찾기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중국 정부는 구이저우(貴州)성 첸난(黔南)주 핑탕(平塘)현 산림지대에 ‘톈옌’(天眼)이라는 별칭이 붙은 구경(口徑) 500m 전파망원경을 건설해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 ‘제2의 지구’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각국이 ‘제2의 지구’ 찾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와 비슷한 조건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또 지구처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별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면, 인간은 언제쯤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나사의 케플러 프로젝트 = 나사는 지난 2009년 태양계 외부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지구와 유사한 환경 및 크기를 가진 행성이 있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케플러 미션’을 시작했다. 나사는 탐사를 위해 델타-2 로켓에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지름 2.7m, 길이 4.7m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실어 발사했다. 이후 나사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제2의 지구’ 후보들에 케플러란 이름을 앞에 붙이고 뒤에 숫자를 붙여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케플러-452b란 태양계와 흡사한 ‘케플러-452계’에 속하는 행성 b라는 의미다.
▲ 나사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이미지 |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탐사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발사 후 약 2년이 지난 2011년부터다. 나사는 지구로부터 약 600광년 떨어진 태양계 밖에 인간의 거주가 가능한 별을 찾아냈다면서 이 별의 이름을 케플러-22b로 명명했다. 케플러-22b에는 지구의 대양과 비슷한 엄청난 크기의 바다가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토양과 바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사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3일 만에 케플러-22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서 케플러-22b를 찾아냈으며, 이후 검증 과정을 거치는 데 약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란 중심 별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가리킨다.
2013년 나사는 지구에서 약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의 별 케플러-62에 속한 행성들 가운데 케플러-62e와 케플러-62f를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제2의 지구’ 후보로 발표했다. 케플러-62e는 지구보다 지름이 약 60% 크고 온도는 하와이 지역의 평년 기온 정도라는 것. 2014년에도 지구에서 5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케플러-186f가 철, 바위, 얼음 등 지구와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고, 질량이나 밀도도 지구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케플러-452b는 지금까지 나사가 찾아낸 ‘제2의 지구’ 후보들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케플러-452b는 태양처럼 빛을 발산하는 케플러-452를 385일 공전주기로 돌고 있다. 둘 간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보다 5%밖에 멀지 않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 이후 현재까지 새로 찾아낸 별은 약 5000개. 그 가운데 ‘제2의 지구’ 후보별은 500여 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역할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인 오는 2017년, 나사는 차세대 행성추적용 TESS위성(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을 새롭게 발사할 예정이다.
◇유럽 등의 글리제 프로젝트 = 지난 2007년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에서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 생명체 번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행성 글리제-581c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항성인 글리제-581과 이 행성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거리의 1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글리제- 581이 내는 빛이 태양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이 행성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었다. 201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크루즈분교(UCSC)와 카네기연구소 연구진이 글리제- 581g가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별에 공통으로 붙어 있는 ‘글리제’란 호칭은 독일 천문학자인 빌헬름 글리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글리제는 1957년 지구로부터 20파섹(1파섹=3.26광년) 이내의 항성 1000여 개의 알려진 특성을 목록으로 만들어 출간했다. 이것을 ‘글리제의 근접항성목록(Gliese Catalogue of Nearby Stars)’이라고 부른다. 1969년에는 22파섹으로 범위를 넓혀 목록을 재출간했다. 예를 들어 글리제-581g란 ‘글리제의 근접항성목록’에 올라 있는 581호 항성의 궤도를 도는 g 행성이란 의미다.
글리제 프로젝트는 사실 나사의 케플러 프로젝트처럼 한 국가의 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글리제의 목록에 올라 있는 항성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별에는 모두 글리제란 이름이 붙으며, 그중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별이 ‘제2의 지구’ 후보가 된다.
◇왜 ‘제2의 지구’인가 = 태양계 밖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제2의 지구’ 후보 별에 인간이 도달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발견한 별들 중 가장 지구와 흡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케플러-452b 경우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무려 1400광년이나 된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140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빠른 물체로 꼽히는 뉴허라이즌스호의 속도(평균시속 5만9000㎞)로 날아가도 케플러-452b에 도달하는 데 약 2700만 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각국 정부와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제2의 지구’를 찾는 것일까.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은 우주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광대한 우주공간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별이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등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이 연구의 출발점이자 목표다. 연구 과정에서 축적되는 지식과 기술력은 국가 발전과도 직결된다. 물론 지구가 환경오염이나 핵전쟁으로 멸망할 경우를 대비해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별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류가 ‘제2의 지구’로 삼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별은 화성이다. 지구와 화성 간의 거리는 가장 짧은 구간이 약 6942만㎞다. 3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나사와 유럽우주기구(ESA)는 2030년쯤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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