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충격’이었다. 1978년 MBC 제2회 대학가요제 TV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평범한 외모와 자그마한 몸집의 여학생이 흰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며 불렀던 ‘그때 그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이야 ‘재즈피아노’가 대중화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가수가 재즈스타일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트로트 가요란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열기와 매력으로 넘쳐나는 대학가요제에서 심수봉이란 여학생의 존재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그렇게 첫만남을 가진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수 심수봉은 이제 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20세기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에 비극적으로 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