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속) 볼쇼이 막장드라마

bluefox61 2013. 7. 11. 12:00

(*전편이 궁금하시다면...'블랙스완]보다 더한 볼쇼이 막장드라마 (2013.2.1일자)

 

시기와 질투, 경쟁과 음모, 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막장드라마'가 제2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예술감독에 대한 황산투척테러로 무용계는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볼쇼이 발레단에 이번에는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 러시아 문화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볼쇼이 발레단 내부에서 벌어져온 뿌리깊은 권력다툼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리아노보스티, 뉴욕타임스(NYT), 허핑턴포스트 등이 9일 보도했다.

 

                                     <익사노프 극장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문화부 장관은 9일 볼쇼이 극장을 13년 동안 이끌어온 아나톨리 익사노프(61) 극장장의  해임을 전격 발표했다.문화전문 TV 간부를 거쳐 2000년 볼쇼이 극장장에 취임한  익사노프는 공산체제 붕괴 이후 재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던 볼쇼이를 재건하고, 낡은 극장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는 등 볼쇼이의 제2 전성기를 일군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의 후임으로는 스타니슬라프스키·네미로비치-단첸코 극장의 극장장으로 활동해온 블라디미르 우린이 지명됐다.

 

 

                                  < 수석 무용수 치스카리드제>

 지난 6월초 볼쇼이의 수석무용수 니콜라이 치스카리드제(39)가 퇴출당했을 때만해도 발레단 안팎에서는 오랜 내부 권력다툼에서 익사노프가 승리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치스카리드제는 발레단 내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르며 극장장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가운데에서 지난 1월 익사노프의 사람으로 여겨져온 세르게이 필린 예술감독이 퇴근하다가 집앞에서 괴한들이 던진 황산에 얼굴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많은 이들은 범인으로 치스카리드제를 지목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로 유리 자루츠키와 안드레이 라파토프란 두 남성을 체포했고, 이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람으로 볼쇼이 주역 무용수인 파벨 드미트리첸코를 체포했다. 드미트리첸코는 자신과 여자친구가 치스카리드제 편이란 이유로 예술감독의 눈밖에 나는 바람에 작품에 캐스팅되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사노프는지난 6월1일자로 치스카리드제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되자,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를 발레단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약한달만에 익사노프 역시 사실상 해고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 것. NYT는 익사노프와 치스카리드제 뒤에는 전,현직 문화부 장관들이 버티고 있으며, 결국 치스카리드제를 지지하는 현직 장관이 승리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NYT는 염산투척사건으로 볼쇼이의 명성에 치명적인 금이 가게 된 상황에서, 익사노프 극장장이 경쟁자인 치스카리드제에게 보복을 가하는데 매달리자 문화부가 인내심의 한계에 이르러 그의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술감독 필린>

 

 볼쇼이 단원 출신인 필린 예술감독은 지난 2011년 3월 취임 후 전통에만 매달려온 발레단의 분위기와 레퍼토리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보수파인 치스카리드제 파와 치열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산투척사건이 발생한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는 독일에서 시력회복을 위한 수술 및 치료를 받고 있다. 한쪽 눈은 거의 실명된 상태이고, 나머지 한쪽 눈 역시 거듭되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반대파 단원들은 "필린이 이미 다 나았으면서도 병세를 과장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린은 아직까지 예술감독 직위를 유지하고 있지만,새로운 극장장 체제 하에서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치스카리스제 골수팬들은 최근 볼쇼이 극장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그의 복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볼쇼이 발레단내의 불화와 질시, 암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린의 전임자였던 게나디 야닌은 동성애 행각 사진들이 인터넷에 대량으로 유포된 후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발레단 안팎에서 야닌을 시기하는 경쟁자들이 의도적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유출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1776년 창단돼 2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 최고의 문화 기관이다. 러시아가 공산화된 이후에도 볼쇼이는 공산정권의 최고 홍보단 노릇을 해가면서 명성을 이어나갔고, 민주화이후 한 때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린다는 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여전히 세계최고의 발레단으로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부패와 비리가 하나의 전통으로 뿌리를 내렸다. 지난 2003~2008년 볼쇼이극장의 대대적인 개보수 때 당초 예산보다 16배나 많은11억달러의 돈이 쏟아부어졌는데, 그 돈의 상당부분은 경영진 일부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볼쇼이 이권에 마피아가 개입하고 있다는 설도 끊이지 않는다. 과연 신임 극장장 우린이 볼쇼이의 뿌리깊은 내분을 수습하고,훼손된 이미지를 재건할 수있을지에 러시아 국민들을 물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