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터키의 팽목항'소마

bluefox61 2014. 5. 16. 15:13

 "아들아, 나를 위해 신의 축복을 빌어다오."
 터키 소마 탄광사고 현장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에게 돌아온 광부 아버지의 손에 꼭 쥐어있던 종이쪽지가 터키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현지언론 후리예트는 지하 대피시설을 대폭 확대했다는 회사 경영진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탄광 폭발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광부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TV 앞으로 떠나지 못하며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터키 국민들의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고현장에 투입된 구조요원들은 14일 갱도에서 꺼낸 광부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 광부가 손에 종이 조각 하나를 꽉 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죽음을 예감한 광부가 아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위해 신의 축복을 빌어달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오스만 투쿤 광부노조(GMIS)위원장은 NTV와 인터뷰에서 "광부 아버지의 사연을 전해들은 소마 주민들이 비탄에 빠져 있다"면서 "광부들이 얼마나 품위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와 아들 광부가 동시에 작업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은 사연도 전해졌다.

 소마 탄광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약 7000명의 광부가 일하는 방대한 규모의 탄광 갱도 내에 대피소는 단 1개 뿐이었다. 지난해 4월 알프 구르칸  최고경영자가 언론인터뷰에서 대피소를대폭 확대했으며, 최소 20일동안 버틸 수있는 산소와 음식물을 비축해놓고 있다고 자랑했던 것은 거짓말이었다. 14일 탄광 내 유일한 대피소에 진입한 구조대원들은 가로세로 5m의 비좁은 공간에 14구의 광부 시신들이 포개져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구조대원은 광부들이 얼마되지 않은 산소를 마지막까지 나눠 쓰며 버텼던 듯하다고 전했다.

 후리예트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광산 갱도 내에 걸음으로 한 시간 거리마다 대피소를 설치해 광부 40명이 약 한 달동안 버틸 수있는 산소와 식량, 의료품 등을 배치해놓고 있다.  터키광산기술자협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약 400개 광산 중 지하대피소가 있는 곳은 네 곳뿐이었으며, 그나마도 탄광은 한 곳도 없고 모두 금·구리 광산이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15일 현재 283명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최소 약 70명, 최대 약 150명이 갱도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생환 희망은 희박해지고 있다. 갱도 내 화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일산화탄소 수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불길이 작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이 15일 밝혔다.AFP,로이터통신 등은 소마 공동묘지에 광부시신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부 유가족들은 순서를 기다리면서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마 탄광사고로 드러난 터키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정경유착을 비판하는 시위가 터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BBC 등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 주요도시에서 최소 수천, 최대 수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앙카라에서는 시위대가 " 소마는 단순한 사고도, 운명도 아니며 살인"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14일 소마를 방문해 광부들의 죽음에 대해 "이런 직종의 운명"이라고 언급했던 것을 정면비판한 것이다. 4개 노조 소속원 약 80만명은 15일 하룻동안 파업을 벌였다. 


 현지 일간신문 라디칸은 에르도안 총리가 소마에서 시위대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시민이 찍은 듯한 이 동영상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시위대를 향해 "어디 한번 나와서 해보지시"라고 외치며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유수프 예르켈 총리보좌관이 시위대를 발로 걷어차는 광경을 찍은 사진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르켈은 15일 "순간적으로 자제심을 잃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시위대가 자극했다"고 변명했다. 한편 압둘라 굴 대통령은 15일 소마를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다. 외신들은 전날 총리 방문 때보다는 분위기가 덜 험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