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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대 교회 '배틀'에 휘말린 '코르도바 모스크-성당'

bluefox61 2014. 6. 19. 16:50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 남부도시 코르도바를 상징하는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을 둘러싸고 현지 시민사회와 가톨릭 교회가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는 소유권을 가진 가톨릭 교회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에 깃들어있는 이슬람 종교와 역사, 문화공존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으며,  입장료로 막대한 수입을 챙기면서도 '헌금'으로 규정해 면세 혜택을 받는 등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그리스어로 '하기아 소피아')'가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것처럼 '코르도바 모스크 -성당'도 이번 기회에 박물관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교회 측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은 수세기동안 사실상 가톨릭 교회가 소유해왔으며, 입장수입의 대부분을 보수와 운영비로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코르도바 모스크 -성당'은 스페인을 정복한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 칼리프 압둘 하르만 1세 때인 786년에 건축되기 시작해 약 200년 뒤 완공됐다.  원래 로마시대의 신전과 서고트 왕조의 성당이 있던 곳에 이슬람 양식의 모스크가 증축된 된 것. 그 결과, 모스크와 성당이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나타내게 됐다. 붉은색과 흰색 벽돌을 번갈아 끼워 맞춘 말발굽 모양의 아치 기둥 수백개가 나열된 홀이 특히 유명하다.   완공 당시 1200개였던 아치 기둥 중 약 850개 만 남아 있지만 그 자체 만으로도 장관이다. 약 2만5000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있는 방대한 규모였던 모스크는 1236년 카스티야 왕 페르난도 3세가 코르도바를 재정복한 뒤 성당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가톨릭 교회의'독선적인 태도'이다. 교회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의 안내책자에서 '모스크'란 단어를 완전히 삭제해버리는 등 이슬람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는 것이 뜻있는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교회는 모스크 구역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올릴 수있게 해달라는 신자들의 요청을 수년째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에는 '키블라'라고 불리는 모스크 북쪽 기도소에서 기도를 올리려던 오스트리아 국적의 이슬람 청년신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겨 법적 처벌을 받게 한 적도 있다.키블라 벽의 한 가운데는 작은 아치문이 달린 '미흐랍(메카의 카아바 사원을 가리키는 아치형 홈)'이 있는데, 이슬람 신자들이 매우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이다.

 

         <미흐랍과 천장의 꽃무늬 장식조각>

 

 

 이 사건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의 다문화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교사, 언론인, 학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들은 단체를 만들어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의 소유권과 운영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현지언론 엘파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코르도바 시민 약 35만 명이 안달루시아 주 의회에 '코르도바 모스크 - 성당' 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의 핵심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교회·전문학자들을 위원으로 임명하자는 것이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코르도바 법대의 안토니오 마누엘 로드리게스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교회의 가톨릭 신앙 강요로 인해)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이 관용이 아니라 무관용의 상징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교회로 인해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의) 가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어떤 한 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해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시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 당국은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을 교회가 아닌 공공의 재산으로 바꾸자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한 해동안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100만명. 코르도바 가톨릭 교구가 입장수입으로 챙긴 금액은 약 1150만 달러(약 118억 원)에 이른다.게다가 교회는 입장수입을 '헌금'으로 규정해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지방정부로서는 속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회 측은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비판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파블로 카르손 교회측 대변인은 " '코르도바 모스크-성당'의 (이슬람)역사를 가리려 한 게 아니라 성당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일 뿐"이라며 "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가 왕궁보다는 미술관으로서 더 많이 부각돼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