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수도인 바티칸에서 오늘(8일) 듣도보도 못했던 이색 행사가 열린다. 바로 복권 추첨이다.복권 가격은 10유로(1만3000원). 일반 복권과 바티칸 복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첨자가 거액의 복권 배당금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품으로 내놓은 물건을 받는다는 점이다. 복권 판매금은 전액 교황이 후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1등 경품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소형차 ‘판다’다. 교황이 선물로 받은 자전거,카메라, 에스프레소 머신, 가죽가방,시계,중절모도 경품으로 나와있다. 교황 입장에서는 복권행사를 통해 ‘나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자선단체를 도울 수있으니 일거 양득인 셈이다. 참가자 입장에서도 교황의 자선활동에 동참하고, 운이 좋다면 그의 손길을 거쳤던 물품을 간직할 수있는 드믄 기회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자선이벤트 차원 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은 바티칸 복권행사에 교황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각국의 고위 공직자들은 세계를 여행하며 받은 선물들을 쌓아두고 있지만 말고 경매에라도 붙여 모은 돈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을 도우라는게 교황이 진짜 메시지란 것이다.교황은 공직자, 정치인, 부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은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법이 꼭 경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발상과 행동력이다. 바티칸 복권 행사를 멀리서나마 지켜보면서, "교황인 나도 이런 아이디어를 내는데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란 그 분의 질책이 들리는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심상치않은 ‘정치감각’을 새삼 실감한 것은 지난해 12월 22일 바티칸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었다. 교황은 이 연설에서 ‘바티칸을 병들게 하는 15가지 질병’을 하나하나 꼽았다.첫번째는 ‘ 현재의 지위와 영광이 영구불멸할 것이란 오만’, 두번째는 ‘목표는 사라져버리고 열심히 일에만 매달리는 태도’, 세번째는 ‘정신적, 영적 무기력증’, 네번째 ‘과도한 기능주의’, 다섯번째 ‘ 협력 부족’이다.허영심, 과시주의, 이중적 태도, 가십에 몰두하고 남 헐뜯기,지도자의 신격화, 무관심,뻣뻣한 표정과 태도, 탐욕, 폐쇄적인 집단의식, 우월의식 등도 질병 리스트에 올라있다.
교황이 제시한 ‘15가지 질병’은 신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교회가 특권의식을 버리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지금 우리 정치에도 딱 들어맞는다. 답답한 정부와 정치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이 15가지 질병의 증세와 똑같지 않은가 싶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신도는 물론 전 세계인들로부터 각별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탁월한 소통능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쇼맨십을 뛰어넘는 진정성과 행동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정치와 기성체제의 위기시대를 맞아, 각국 정치인들이 교황을 모시고 소통과 정치의 기술 과외라도 받아야할 듯하다. 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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