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리스 새 총리 치프라스, 룰라냐 차베스냐

bluefox61 2015. 1. 26. 11:34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는 그리스의 룰라가 될까, 아니면 그리스의 차베스가 될까. 

 

25일 총선에서 압승한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40) 당수가 그리스 차기총리로 확실시되면서, 과연 그가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실용적, 합리적 경제개혁 노선을 추구할지, 아니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식의 좌파 포퓰리즘 노선을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프라스 당수는 선거 당일인 25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타협가"로 표현하면서 "싸울 필요가 있을 때는 매우 단호"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그리스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구제금융의 혹독한 조건과 맞서 싸우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타협이 필요할 때는 타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리자 당 안팎에서도 치프라스에 대해 급진좌파 이념에 매달리는 이데올로그보다는  뛰어난 정치감각의 소유자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중산층 출신 배경과 풍부한 정당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치프라스가 대부분 노조출신인 유럽의 다른 좌파 정당 지도자들과 차별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1974년 아테네에서 태어난 치프라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산당 청년회에서 활동, 1990년 정부의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당시 다른 학생대표들이 시험철폐, 성적폐지 등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치프라스는 교육개혁안의 문제점만을 집중 공격하는 전략으로 결국 정부의 폐기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노련한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국립아테네공대에 진학한 그는 1990년대 중반 공산당과 통합한 좌파연합(시나스피스모스)당원으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펼쳤고, 2009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의회에 입성했다. 2010년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당시 사회당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그는 2012년 총선에서 시리자를 제1야당 지위에 올려놓아 전 유럽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구제금융 전후 그리스 경제 >

 

2009/2010년           항목                                  2014년
10.7%                     정부부채 (GDP대비)          2.7%
130%                        국가부채 (〃)                    175%
-5.4%                     성장률 (〃)                         0.9%
12%                         실업률                                 26.5%
32%                         청년실업률                         49.6%
61세                       은퇴평균연령                     65세

*자료= 유럽통계청,CNN,파이낸셜타임스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 솜씨와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인 치프라스는 고등학교 동창인 여자친구 페리스테라 바치아나와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의 중간이름을 에르네스토로 지었을만큼 혁명가 체게바라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다. 



그리스 총선, 시리자 압승


이변은 없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25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예상대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을 거두면서 우려대로 그렉시트( 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현실화될 것인지, 그리스 새 정부가 언제부터 구제금융 재협상에 돌입할지에 전 유럽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티메리니 등 현지언론들은 96.33% 개표결과 시리자가  36.36%를 득표해 의석 149석(총 300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고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집권당인 보수성향의 신민당은 27.80%를 득표해 76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3위는 6.29%를 차지한 극우 황금새벽당, 4위는 지난해 창당한 중도성향의 신생정당 토포타미로 6% 득표율을 기록했다. 황금새벽당과 토포타미는 각각 의석 17석을 확보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25일 밤 수도 아테네대 앞에서 승리연설을 통해 "그리스는 5년간 치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2010년부터 받은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늘 그리스의 역사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으며 트로이카는 과거의 것이 됐다"고 선언했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도 신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리스 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시리자 당은 압승하기는 했지만, 과반의석(151석)을 차지하는데는 실패함에 따라 앞으로 3일 이내에 연정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 그리스 정계 안팎에서는 치프라스 당수가 중도 성향의 토포타미와 중도 좌파인 사회당, 우파 성향이지만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그리스독립당 등과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당수가 총리를 맡으며 3일 안에 정부를 구성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티메리니 등 그리스 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시리자를 중심으로 한 새 정부는 오는 여름 쯤 국제채권단인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과 구제금융 2400억 유로(약 289조 5456억원) 를 받는 조건으로 전 정부가 약속한 조건들을 놓고 재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 정부는 약 3200억 유로 규모인 그리스 국가채무의 약 절반 탕감을 추진할 계획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총선 전인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국민의 존엄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며 재협상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또  "실행가능한 개혁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시리자 정부의 구제금융 재협상과 부채 삭감 요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으로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탈퇴하는 그렉시트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일단 치프라스 자신이 "그렉시트는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영국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논의는 이미 2013년에 죽었다"며 "그렉시트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좀비들의 춤"이라고 일축했고, 또다른 인터뷰에서는 "오는 3월까지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재정증권을 발행해 상환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협상은 절대 없다"던 국제채권단의 분위기도 최근 변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 중 가장 강경파로 꼽히는 핀란드의 알렉산더 스툽 총리는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그리스의 새 정부와 협상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채권 연장 등 구제금융 조건 완화 의향을 시사했다. 단 부채 탕감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 정부도 최근 재협상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독일 정부는 "그리스 새 정부가 (개혁)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7월 이후 그리스 국채매입 계획을 밝힌데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시한이 최소 수개월 연장될 가능성이 큰 점도 그렉시트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이다. 치프라스도 "트로이카와 협상 시한이 7월로 늦춰졌다"며 환영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마켓워치는 25일 보고서에서 "그리스 신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새 협상이 시장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시리자 집권이 "유로 지역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