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4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모스타르&드리나강 다리④

제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다리의 나라'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역대급으로 아름다운 다리가 유난히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다리들 중 대표격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모스타르이죠. 수도 사라예보 국제공항에 내리면 맨 처음 눈에 띄는게 벽 한면을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스타르 다리 사진입니다. 대체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 국제공항에 가장 크게 내걸린 사진이 그 나라의 대표 관광지이죠. 바로 이 다리입니다. 일명 '스타리 모스트' 이죠. '스타리'는 다리, '모스트'는 오래된 이란 뜻입니다.너무나 아름다워서 ,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멈출 수없는 장관입니다. 같은 다리를 밤에 찍은 사진도 있어요. 야경은 더 멋집니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은 이름도 멋진 네레트바 ..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⓷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 가장 고민했던 여행지는 스레브레니차였습니다. 스레브레니차는 수도 사라예보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걸리는 지점에 있는 마을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대다수인 스릅스카공화국에 속합니다. 1992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던 지역에서 스릅스카공화국 독립을 선언하고 보스니아를 공격하면서 내전이 발생했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라도반 카라지치. 그는 당시 유고연방 대통령으로 대세르비아주의자인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내전에서 끔찍한 반인도주의적 범죄들을 저질렀지요. 미국 중재로 열린 데이턴 협상으로 내전이 막을 내렸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안에 스릅스카공화국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사라예보⓶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동서양의 문화가 혼합된 매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하지만 1992~1996년 내전의 비극을 여전히 간직한 슬픔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비극이 쉽게 잊혀지는 게 아니라는 점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의 비극이 벌어진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임진왜란이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논쟁도 여전하지요. 그런데 , 보스니아는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아직도 건물들이 폭탄 맞아 무너진채 그대로 있고,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사라예보나 보스니아의 다른 도시들이 내전 직후와 똑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였으면, 특..

'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사라예보 ⓵

"소련에 속한 국가들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나는 유고 연방이 가장 걱정스럽다. 만약 이 나라가 분열된다면, 얼마나 엄청난 비극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없다." 2023년에 동유럽 발칸반도와 헝가리, 폴란드를 길게 여행했습니다. 사실 이 지역의 국가들은 저의 에 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직업적 특성상 '숙제'처럼 남아있기는 했지만 굳이 여행하는 기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발칸 반도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몇해전 크로아티아를 여행했을 때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한가운데에서 폭탄공격으로 무너진 채 그대로 있는 집을 본 적은 있었지만, 발칸의 비극적 역사 속으로 깊이 들어간 느낌을 별로 없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로마시대 유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선지, 이탈리아의 변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