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 이야기 28

로버트 알트먼을 추모하며

그는 세월에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모난 돌이라도 긴 시간동안 구르다보면 어느새 둥근 차돌이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험하기로 소문난 영화계에 반세기동안이나 몸을 담아 왔던 그는 둥글둥글해지는커녕 더 날이 서고 카랑카랑해질 뿐이었다. 그가 둥글둥글해지지 않았던 것은 평범한 돌맹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원석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70대 나이에 받았던 심장이식수술도 그의 에너지와 성마른 기질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다섯번이나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라놓고도 단 한차례 수상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했을만큼 할리우드의 미운털이 깊이 박혔던 그가 지난 3월 드디어 생애 유일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슴에 안았다. 일명 ‘평생공로상’. 그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십여년전에 ..

미 영화계, 오스카 레이스 시작

내년 2월말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영화상을 겨냥한 치열한 수상 경쟁이 미 영화계에서 벌써부터 불을 뿜고 있다.미 영화 아카데미가 당초 3월에 열리던 시상식을 지난해부터 한달 빠른 2월로 앞당기면서, 가을 시즌에 들어서자마자 오스카 레이스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9월부터 매주마다 이른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과 평론가들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영화들은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수상은커녕 일찌감치 관심권 영역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년에는 8월 여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한 숨 돌릴 여유가 있었던 미 영화계에게 가을 시즌은 사활을 건 또다른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분석했..

멜 깁슨 <아포칼립토> 도박 성공할까

멜 깁슨은 과연 미친 천재인가, 아니면 진짜 미치광이인가. 베르너 헤어조그가 아마존 열대우림 한가운데에서 악전고투 끝에 걸작 를 창조해냈던 것처럼 , 깁슨 역시 또 한편의 광기로 똘똘 뭉친 문제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는 에서 메콩강 정글 깊숙한 곳에 은둔한채 자신만의 광기 속에 빠져들었던 쿠르츠 대령의 운명을 따르게 될 것인가. 깁슨은 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또다시 작성할 수 있을까. 멜 깁슨의 문제작가 12월초 개봉을 약 두달이나 앞둔 벌써부터 미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워낙 미국 영화계의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의 작품인데다가, 최근 깁슨의 만취난동과 반유대발언 파문이 컸던터라 흥행성공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에..

소설 <향수> 드디어 영화로 만난다

“독일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독일 영화사상 최대 블럭버스터로 온다! ”가을 독일 극장가가 초대형 화제작의 개봉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화제의 주인공은 파트릭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 전세계에서 최소 1500만부 이상이 팔려 독일 문학역사상 가장 성공한 소설로 꼽혀온 쥐스킨트의 가 5000만유로(약 610억원)짜리 영화로 만들어져, 9월 넷째주 독일 전역 700여개 극장에서 일제히 관객들과 만난다. 제작비 5000만유로는 독일 영화사상 최대규모다.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기사에서 열성팬들 간에 그동안 의 영화화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져왔으며, “과연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것들 중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려..

제63회 베니스 영화제 -중간결산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겨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기대와 달리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에서도, 대상인 황금사자상 후보작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평론가들과 저널들로부터 고른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은 영국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 1997년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갑작스런 죽음 직후 영국 왕실 내의 움직임을 파헤친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을 맡은 헬렌 미렌의 탁월한 연기력에 힘입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영화는 다이애너의 사망에 대해 냉담한 자세를 나타내면서 국가적인 추모행사 개최를 거부하는 여왕과 국민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여왕 설득에 진땀빼는 토니 블레어 총리 간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미렌은 완벽한 분장에다 말투, 걸음걸..

톰크루즈,할리우드에서 왕따?

“톰 크루즈는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파라마운트로선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회사에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사람과는 계속 일할 수없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인 파라마운트가 톱스타 톰 크루즈와 ‘전격 이혼’을 발표한 것을 둘러싸고 할리우드가 술렁이고 있다.지난 14년간 톰 크루즈의 제작사인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과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해왔던 파라마운트의 모기업 바이아콤의 섬너 레드스톤(83)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크루즈 프로덕션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톰 크루즈 같은 톱 스타가 메이저영화사로부터 이번처럼 관계 단절 통보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레드스톤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당일까지도 크루..

멜 깁슨 취중 난동사건과 할리웃의 유대계 파워

멜 깁슨의 ‘취중진담’으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유대인 비하발언을 퍼붓고 기물파손까지 저지른 깁슨에 대해 할리우드의 유대계 큰 손들이 보이콧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깁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8월 1일에도 사과성명을 내고 “나의 반유대인적인 발언은 용서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며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만나 (편견을 바로잡을 수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 시달려왔다는 것도 고백했다.그러나 깁슨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계 인사들은 “폭탄을 터트려놓고 그렇게 큰 피해가 초래될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면서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욕타임스 ..

드팔마 신작 ‘블랙다알리아’..영화, 소설, 그리고 실제사건

오는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는 제 63회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미국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 가 선정됐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을 공개하고, “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드팔마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제를 열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에 많은 팬들을 갖고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베니스 영화제의 인연은 이번이 다섯번째. 드 팔마는 지난 75년 로 베니스 영화제에 처음 진출한 이래 등의 작품으로 베니스를 찾은 경력이 있다.‘LA 컨피덴셜’의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범죄소설가 제임스 엘로이(58)의 87년작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는 1947년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두 명의 경찰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비밀을 캐나가면서 거대한 부패와 욕망..

미 영화계, ‘실버관객층’에 눈길

50대 이상 장,노년 관객들이 미국 영화업계에서 ‘틈새 시장’으로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지금까지 50,60,70대 관객은 할리우드에게 ‘보이지않는 존재’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이 관객층을 겨냥한 몇몇 작품들이 당초 우려를 깨고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중노년층 시장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수전을 찾아서’로 잘 알려진 수전 세이들먼 감독의 2005년도 신작 ‘보이톤 비치 클럽’. 플로리다주 노인 요양소를 무대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인 이 작품은 탄탄한 내용에다 다이앤 키튼 등 극중 캐릭터들과 같은 나이대의 60대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힘입어, 노년층 거주자가 많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에서 ‘다빈치 코드’를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영화와 실제 캐릭터 닮은꼴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애지중지하는 ‘바이블’이 있다. 여기에서 ‘바이블’은 기독교 성서가 아니라 패션잡지 보그이다. 전세계에 수많은 패션전문잡지들이 있지만, 패션업계에서 바이블은 곧 보그로 통한다. 패션리더들뿐만 아니라 업계에 미치는 보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보그를 18년째 이끌고 있는 편집장 애너 윈투어(56.사진)는 패션디자이너와 패션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쥔 막강한 여제(女帝)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개봉된 가 파죽지세의 흥행력을 나타내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패션업계 유명인사들 간의 유사성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주말(6월 30일~7월2일) 동안 미국내에서 27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