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70

흑백고전영화 2편 추천합니다^^ -인 어 론리 플레이스, 엔드 오브 어페어

이번 설날 연휴에 우연히 두편의 DVD를 보게 됐습니다. 최근 국내 출시된 험프리 보가트의 50년작 [인 어 론리 플레이스(In A Lonely Place)]란 작품과 데보라 커 주연의 55년작 [엔드 오브 어페어(End of Affair)]란 작품이었죠. 흑백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최근들어선 웬일인지 통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던 두 편의 영화에 반해버려서, 아예 옛 영화들을 작심하고 찾아다니며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지요. 흑백영상은 컬러영상과는 또다른 깊이와 분위기를 갖고 있지요. 특히 흑백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조명의 예술적인 쓰임새를 잘 살펴볼 수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것같습니다. 물론 최근에도 흑백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있지요. 코언 형제의 ..

[실미도]-단점을 덮는 실화의 힘

강우석 감독은 비즈니스적으로나, 영화적으로나 판단이 빠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마디로, 될 성 싶은 것과 안될 것, 힘을 실어야할 곳과 힘빼고 쉬어가도 될 곳을 결정하는데 누구보다 빠른 감각의 소유자란 이야기다.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전국 600만명의 고지를 향해 쾌속 순항 중인 [실미도]는 강우석의 그런 동물적 판단력 , 또는 영화적 본능을 새삼 증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 감독이 어느곳에 힘을 주려 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관객의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 자극하려는 이런 계산은 때론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없는 것은, 그 효과가 실제 대단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미도]에서 연좌제에 걸려 사람취급못받았던 훈련병 강인..

[라스트 사무라이]-오리엔털리즘과 후까시즘의 결합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만큼 미국 영화계에서 영웅주의에 탐닉해온 감독도 드믈다. 그런데 즈윅 영화의 영웅주의는 여타의 할리우드 영웅담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띤다. 한마디로 수정주의적 영웅주의라고나 할까. 그는 현실 속에서 영웅과 애국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미묘해질 수있는가를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걸프전 당시 사망한 여성장교의 진실을 파헤치는'커리지 언더 파이어', 남북전쟁당시 흑인으로만 구성된 북군을 소재로 한 '글로리', 아랍 테러로 인해 미국에 계엄령이 선포되는 상황을 다룬 '비상계엄' 등이 꼽힌다. 이 세 작품은 모두다 무엇이 진짜 애국이며 , 진짜애국자는 과연 누군가란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즈윅의 시선은 무작정 미국 우월주의를 부르짓는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보루로서 미..

미스틱 리버- 연기력이란 바로 이런 것!

최근 코아아트홀에서 [미스틱 리버]를 봤답니다. 배우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로라 리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땜에 무척 보고픈 영화였죠. 게다가 미국 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란 타이틀에 혹하기도 했구요. 과연... 소문대로 배우들의 연기가 불을 뿜더군요. 그중에서도 숀 펜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이 배우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과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뒤엉켜있는 복잡한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해냈더군요. 팀 로빈스와 케빈 베이컨 연기도 좋구요. 특히나 영화에서 숀 펜의 두번째 부인으로 나온 로라 리니, 역시나 대단한 배우입니다. 엄청난 ..

이 남자 휴 그랜트, 알고보면 만만찮다

딸기님이 요즘 개봉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요... 그게 바로 [러브 액츄얼리]랍니다. [노팅힐]의 작가 리처드 커티스의 영화 데뷔작이죠. (외신 평은 한마디로 '너무 설탕을 뿌려댔다'는 식으로 좀 비판적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딸기와 전 꼭 손잡고 가서 보기로 했답니다.^ ^) 주인공은 휴 그랜트 등등, 요즘 영국에서 잘나간다는 배우들이 떼로 나오더군요. 휴 그랜트, 영화에서는 늘 어리버리한데, 여기저기 인터뷰를 보니까 성격이 참 독특한 남자인것같아요. 인기 배우 답지 않게 야망도 별로 없어보이고, 시큰둥하고 , 시니컬한 유머감각이 있는게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재미난 어록들을 모아봤습니다. 문/실제 총리를 만난 적이 있나 답/존 메이저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신은 실제론 꽤..

한국성인은 [킬빌]을 보기에 너무 어린가?

퀜틴 타란티노의 [킬빌]이 얼마전 등급분류위원회 등급 심의결과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제한상영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등급을 내린 것은 개봉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또는 영화사가 알아서 장면을 드러낸 다음 재심을 받으란 메시지와 다름없다. 등급위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의 대결장면의 잔혹성이 18세 등급의 수준을 넘으며 국민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상영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 장면은 타란티노 감독이 스스로 일본 개봉판과 미국 및 기타해외개봉판으로 나눠, 일본판 경우는 칼라로, 기타 개봉판은 흑백으로 처리해 나름대로 잔혹성과 관련한 자체 심의를 한 부분이었다. 국내 시사회에서는 문제의 장면에 대해 잔혹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백으로 처리해 충격의 강도가 덜하다는 반..

'굿바이 레닌'-무조건 보십시오 ^^

독일 통일 꼭 10년째인 지난 2000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 현지 사람들로부터 유난히 많이 듣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추하다(ugly)'란 단어였다. 동베를린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더 광장 근처를 걸으면서, 그들은 주변에 늘어선 거대한 회색빛 상자곽같은 낡은 빌딩들을 가르키며 '추하다'고 불평했다. 한때 동독의 자랑거리였던 자동차 트라반은 웃음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였고, 베를린 동쪽 거리 곳곳에 남아있던 동독 시절의 촌스런 신호등들은 하루속히 철거되어야할 흉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세련된 서 베를린 사람들이 동 베를린 구역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어하는 곳은 브란덴부르크문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뻗은 운터 덴 린덴 뒷편의 고색창연한 건물과 좁다란 골목길들이었다. 나를 안내했던 한 독일사람은 ″분위기있게 식사하기..

강력추천! [토끼울타리]-호주의 추악한 역사를 폭로한다

호주가 요즘 한국인의 이민 희망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가 악명높던 백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불과 20여년전이다. 호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속의 유럽'을 표방하며, 백인우대정책과 원주민 억압정책을 취했다. 이후 호주는 아시아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 효과를 나눠갖기 위해, 그리고 광활한 대륙을 더이상 소수의 백인인구만으론 개발할 수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아시아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백인 기득권층이 저질렀던 참혹한 인종차별정책은 아직도 호주 역사의 어두운 과거로 남아있다. 가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못지 않게 참혹하기 이를데없다. 필립 노이스 감독의 '토끼 울타리'는 호주의 백인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에바디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이란영화를 생각하다

이란의 여성운동가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14일 금의환향,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3천명의 환영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죠 에바디의 노벨상 수상으로 이란의 보-혁 갈등은 더욱 노골화되고 가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만난 이란 사람이라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단 두사람뿐입니다. 키아로스타미와는 대화도 나눴는데, 부산영화제의 추억으로 밤에 포장마차를 순례했던 것을 꼽더군요.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선 술을 마시지 않지만,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거나하게 술에 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마흐말바프는 직접 대화한 것은 아니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만 봤는데 옆집 아저씨처럼 참 소박해보이더군요. 올 부산영화제에서는 허름한 골목길을 막내딸 하나와 천천히 ..

별난 취향을 지닌 분만 보세요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는 몽둥이로 서로를 때리며 쾌락을 느끼는 사도 마조히즘적 남녀가 등장한다. '정상인'의 관점에서는 변태행위라고 할 수있지만, 사도 마조히즘의 핵심은 바로 상대방에서 대한 100%의 '신뢰'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스티븐 셰인버그 감독의 '세크리터리'는 사도 마조히즘이란 '쎈' 주제에 달콤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버무려놓은 기묘한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사도 마조히즘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찰을 담은 영화일 수도 있다. 여자 주인공 리는 사랑받지 못하는 좌절감을 자신의 몸에 칼과 바늘 따위로 생채기를 냄으로써 해소하려드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녀는 육신의 아픔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잊는 것인데, 자신의 몸에 난 상처가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