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존 말코비치 -나도 그의 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bluefox61 2006. 6. 15. 20:52

스파이크 존스의 2000년작 '존 말코비치 되기'에는 배우 말코비치(53.사진)의 머릿 속 안에 들어갈 수있는 통로가 등장합니다. 어둡고 습기찬 터널을 빠른 속도로 지나면 , 드디어 15분동안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 수있습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통로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저 역시 한번쯤 말코비치의 뇌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스크린에서 보듯 그는 진짜 사악한 심성을 가진 남자일까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많은 영화에서 악의 화신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그토록 생생하게 연기할수 있을까요. 

그의 가공할 연기력은 과연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연기하지 않을 때 그의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착하고 순한 눈빛의 배우보다는 어둠과 빛의 모호한 경계지역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눈빛을 가진 말코비치같은 배우에게 무작정 끌리곤 하는 제 자신의 뇌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요. 말코비치의 뇌 속이 아니라, 먼저 제 자신의 뇌 속으로 들어가봐야 할까 봅니다. 



말코비치는 흔히 악역 전문배우로 불리지만, 사실 심리스릴러 전문배우란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1953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크리스토퍼에서 태어난 그는 시카고에서 연극배우로 연기생활을 시작, 1984년 더스틴 호프먼과 공연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에미상을 수상하면서 연기파로 두각을 나타내게 됩니다. 영화 데뷔작은 84년 롤랑 조페 감독의'킬링필드'. 

첫작품에서부터 다소 광적인 느낌의 사진기자를 열연해 단박에 팬들의 눈에 뜨인 그는 4년뒤 미셸 파이퍼와 공연한 '위험한 관계'의 발몽 역으로 현재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위험한 매력을 세상에 각인시키게 됩니다. '사선에서'의 광적인 암살범, '여인의 향기'에서 아내를 심리적으로 고문하는 남편,'메리 라일리'의 편집증 과학자,'잔 다르크'의 비열한 국왕 등 말코비치가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컴플렉스와 나르시시즘의 덩어리들이란 것이지요. 그래서 , 아마도 우리는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혐오하기는 해도,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말코비치가 새 작품 '클림트'에서 대화가 귀스타브 클림트로 또다시 변신해 팬들을 찾아옵니다. 현란한 색조와 에로틱한 작품 만큼이나 '빈의 카사노바'로 낙인찍혔던 클림트로 변신할 말코비치와의 만남에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