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데이비드 스트래선- 뒤늦게 발견한 보석

bluefox61 2006. 6. 26. 16:04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 럭'은 제게 데이비드 스트래선(57)이란 배우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1950년대에 매카시즘과 맞서 싸웠던 방송인 에드워드 머로 역을 맡은 스트래선은 몸에 딱맞는 옷을 입은 듯, 연기가 아니라 머로 그 자체이더군요. 저널리즘 역사를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머로란 인물이 얼마나 전설적인 방송인인지 아실겁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CBS 라디오의 런던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유럽전선 뉴스를 매일 대서양 건너 미국 가정에 전달했던 사람이 바로 머로이지요. 전쟁이후에는 심층기획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카시 의원 등 숱한 권력층과 사회비리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실물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여린 듯하면서 강인한 눈매, 그리고 생방송 중에도 담배를 손에 들고 있던 모습이 '굿나잇 앤 굿 럭' 속의 스트래선과 쌍동이처럼 닮아 있더군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카시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밤중까지 홀로 사무실에 앉아타이프라이터로 앵커원고를 작성하던 그의 모습이었습니다.그를 비추던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머로의 모습은 조금씩 작아지고, 대신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그가 두드리던 타이프 라이터의 탁탁거리는 커다란 사운드이지요. 
그것이 마치 부패와 오만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쏘는 총탄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언론인에게 주어진 것은 총 칼도 아니요,오로지 진실을 활자로 찍어내는 타이프라이터(지금은컴퓨터 자판!)뿐이란 메시지가 가슴에 확 꽂히는 명장면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매카시파의 공격에 무너지던 좌파 동료 앵커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내던 스트래선의 복잡한 시선도 잊을 수없습니다.
 
스트래선은 독립영화 명감독 존 세일스의 '메이트원' '꿈꾸는 도시'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배우이죠. 시드니 폴락의 '야망의 함정',팀 로빈슨의 '밥 로버츠', 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같은 히트작에도 꾸준히 얼굴을 내밀어오고 있습니다. 
올 아카데미에서 '카포테'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수상소감으로 ″ 스트래선의 연기를 보면서 자라난 내가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지요. 국내 영화관객들에겐 비교적 낯선 얼굴이었던 스트래선의 진가를 '굿 나잇 앤 굿 럭'을 통해 늦게나마 눈뜰 수있게 해준 조지 클루니 감독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