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킬빌]의 배우들

bluefox61 2008. 2. 18. 15:41

킬빌 1,2는 타란티노 감독의 재치와 다재다능함을 멋지게 입증한 작품입니다. 

또한가지 특기할 만한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점이죠.
주인공 우마 서먼은 물론이고,
빌역의 데이비드 캐러다인, 빌의 동생 버드 역의 마이클 매드슨,
애꾸눈 킬러 엘르의 대릴 한나, 그리고 영화 초반의 보안관과 70대의 늙은 포주 에스테반
1인 2역을 한 마이클 파크스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빛나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제는 전성기가 한참 지나버린 데이브드 캐러다인과 대릴 한나의 경우는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죠.

<우마 서먼 >

그리스 여신과 같은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금발의 이 여배우는 70년 생이니까
올해로 34세가 됐군요.
그가 맨처음 배우로서 주목받은 것은 88년작 [위험한 관계]에서부터이죠. .
이 영화에서 청순하면서도 시원스런 이미지로 단박에 눈길을 끈 그는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과 [펄프 픽션]을 거쳐 [가타카]에서 에단 호크와
사랑에 빠지는 미래사회의 엘리트 여성으로 등장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사실상 내리막길이죠.
지난해 [페이첵]과 같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일부 몰지각한 (?) 관객들로부터
″벤 애플렉과 어울리지 않는 늙은 여배우쯤″으로 치부되며 사실상
외면당하는 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킬빌 1,2]에서 그는 놀라운 액션연기와 함께 절절한 모성애 연기까지 보여줘
다시 정상의 배우로 서게 됐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하는 브라이드(본명은 키도)는 치명적 섹슈얼리티의 매력을
무기로 삼기보다는 , 오로지 칼과 자신의 주먹 , 그리고 혹독한 수련과정만을 통해
단련된 여성이란 점에서 기존의 팜므 파탈과는 명백히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죠.
우마 서먼은 이번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그래도 어쩔수없이 섹시하다″는
질문을 받고 , 폭소를 터트리면서 ″그건 순전히 사고다.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안되는 걸 어떻게하냐″라고 대답을 했다지요.
1편에서 잔혹한 킬링 머신이기만 했던 우마 서먼은,
2편에서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것(사랑하는 빌까지도)을 포기하는
숭고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해냅니다.
이제는 어쩔수없이 나이든 티가 나지만,
그만큼 세월의 무게와 함께 몸과 마음이 성숙해져가는 여배우를 바라보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데이비드 캐러다인>

30대 후반 , 40대 이상 관객들에게 데이비드 캐러다인은
절대적으로 70년대 TV 시리즈 [쿵후]로 기억되는 배우입니다.
이소룡의 인기와 홍콩 액션영화 바람을 타고 제작된 이 시리즈는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각지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캐러다인을 인기 스타로 만들었지요.
서양인도 아니고 동양인도 아닌듯 보이는
이 배우의 생김새가 참 묘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미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니며
부초처럼 살아가면서 악의 응징하는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킬빌 2]에서 캐러다인이 모닥불을 쬐면서
자신의 사부님과 무술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쿵후]에 자주 등장했던 장면을 의도적으로 모방한 것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쿵후]에서 주인공 캐러다인이 떠돌면서 , 모닥불가에 앉아 나그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동네의 악당들에 관한 소문을 주워듣곤 했지요.

36년생이니까 , 70세가 가까워오는군요.
아직까지도 카랑카랑함과 카리스마를 잃어버리지 않은 모습이 놀랍습니다.
우마 서먼과 무려 30년 이상의 나이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킬빌2]에서 보면 냉혹함과 따뜻함,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내뿜습니다. 브라이드가 그토록 절절히 사랑했던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말이죠. ^^

<마이클 매드슨>

이 남자는 오래전부터 제가 좋아하는 배우중 한사람입니다.
근데 왜 좋아하는지를 딱 꼬집어서 말하기가 참 난처하다는게 문제죠.
마이클 매드슨은 여기저기 많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톱 클래스의 수퍼스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죠. 대신 평범하면서도 왠지 굵직한 남성적
외모가 은근히 매력적이죠.
사실 그는 빅 히트작을 내놓은 것도 아닙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 [저수지의 개들] 정도이죠.
[스피시즈]같은 영화에선 번식(또는 섹스)욕구에 몸부림치는
섹시한 외계괴물을 찾아다니는 사냥꾼 중 한명으로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그는 주연급 배우는 아니지만, 무슨 역할을 맡아도 제몫을 해내면서
든든하게 영화를 받쳐주는, 그런 배우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특히 세상을 꼬나보는듯한 시니컬한 시선과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죠.

[킬빌2]에서의 마이클 매드슨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악독한 여성 킬러(브라이드, 엘르,오렌)들에 비한다면
어수룩하기 짝이없는 사람입니다.
조직의 보스 빌로부터 지극히 사랑받는 친동생임에도 불구하고 ,
촌구석에 틀어박혀 동네 카바레 주인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받으며
생활을 연명하죠. 하토리 한조 검을 손에 넣기 위해 찾아온 엘르를 등쳐먹으려하지만
한 수위인 엘르의 손에 어이없이 죽기도 합니다.
그리 큰 배역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매드슨은 이 영화에서 100% 자기몫을
다하고 있음을 알수있습니다.
무식한 티가 뚝뚝 떨어지는데다가 어리석기까지한
양아치 버드를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있을까요.

<대릴 한나>

이 배우의 변화는 가히 경악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한때 금발의 디바, 케네디 주니어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그녀가 이토록
망가져버리다니요.
단순히 배역을 위한 변신차원이 아니라,
실제 최근 그녀의 모습을 보면 한때 그토록 빛났던 외모([스플래쉬]의 인어)가
어느덧 허물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배우로서도 이제는 더 이상 기억할만 작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죠.

하지만 [킬빌 2]에서의 엘르는 정말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한쪽눈을 안대로 가린채 나머지 눈 하나만으로
사악함이 넘쳐 흐르는 연기!
대릴 한나는 마이클 매드슨과의 대결 장면에서 서로의 뱃속을 꿰뚫어보는
기싸움을 벌이는데, 매드슨에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좁은 컨테이너 캠핑 카안에서 브라이드와 뒤엉켜 싸우는 액션 시퀀스의
엘르 연기는 놀랍습니다. 나머지 한 눈까지 뽑히고 악을 바락바락 쓰며서
울부짓는 장면은 정말이지 [킬빌 2]의 백미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대릴 한나에게는 악역만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

<데이비드 파크스>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킬빌]을 통해 처음 접하는 배우입니다.
38년생이니까 데이비드 캐러다인과 비슷한 연배이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필모그래피를 봐도
별로 알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타란티노가 어렸을때부터 광팬이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인모양입니다. 영화 경우는 대부분
B무비에 많이 출연했구요.
[킬빌2]에서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우마 서먼이 빌의 행방을 찾기위해 뉴멕시코의 한 술집에 찾아들어가는
장면에서 나온 늙은 남자 포주 에스테반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늙어서 육체는 쇠했지만, 눈과 온몸에서는 야비함과 사악함이 절절히
묻어나지요.
이 남자의 연기를 보면 ,책상에 앉아서 별로 움직이도 않습니다.
액션이라고 할만게 별로 없는거죠. 기껏해야 담배를 피워문다던지,
창녀를 불러 심부름을 시킨다는 정도 뿐입니다.
카메라도 움직이지 않은채 에스테반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합니다.
남자는 스페인어 액센트가 강한 이상한 영어를 사용하죠.
이 남자를 연기한 배우가 과연 앞부분의 결혼식 학살 현장을 조사하는
보안관과 같은 사람이란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죠.
이렇게 한정된 공간 속에서 최소의 움직임만으로
화면을 장악할 수있는 것은 왠만한 내공있는 배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장면에서 파크스의 연기를 보면,
카메라를 자기 쪽으로 쫙 빨아들이는 듯한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죠.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없습니다. 타란티노가 열광한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욕도 많이 먹기는 하지만,
부정할 수없는 사실은 좋은 배우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접입니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우리 기준에서), 마이클 파크스 같은
배우를 통해 새삼 할리우드의 무서운 힘을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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