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코마야과 교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16일 현재까지 최소 36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교도소 안의 시신들이 심하게 훼손돼 DNA 및 치아 검사를 통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 작업을 해야할정도라고 합니다. 소방 당국도 이날 화재를 진압하는 데 3시간 가까이 소요됐으며, 불길이 잡히고 나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교도소 철장을 껴안은 채 타죽은 죄수들의 시신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온두라스 교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처럼 많은 수감자들이 사망한 데에는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이 교도소는 정원이 900명 정도인데 재소자는 배가 넘는 200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좁은 공간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던거죠. 운영도 엉망이어서, 불길이 번져 죄수들이 교도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총을 쏘며 나오려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중남미 교도소의 끔찍한 환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악명높습니다. 온두라스 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각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있습니다. 중남미 지역의 범죄건수가 많고, 정부 또는 지방행정부의 재정이 풍족치않아서 생긴일이라 해도 반복되는 참상은 지켜보고 있기 힘들정도입니다. 수감자들은 물론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죄수에게도 인권은 있는 것이지요.
중남미 교도소의 실상을 다룬 영화로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감독 헥터 바벤코의 2003년작 '카란디루'가 있습니다. 영화는 1992년 이른바 '카란디루 학살'로 불리는 실존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썼던 영화리뷰를 통해 , 중남미의 열악한 교도소 실태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거미여인의 키스’의 헥터 바벤코 감독이 또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거미여인의 키스’가 감방동료인 동성애자와 정치범을 통해 브라질의 현실을 환상적이면서도 처절하게 풍자했다면, ‘카란디루’는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교도소 폭동사건의 전말을 세밀화처럼 재연해낸다.
카란디루란 브라질 상 파울루의 악명높은 교도소. 과밀수용(4000명 정원에 7000명)과 폭력, 전염병에 신음했던 이 교도소는 지난 92년 폭동사건때 죄수 111명이 경찰에 학살당하는 비극을 초래했다가 2002년 결국 철거됐다. 바벤코 감독은 카란디루에서 실제 죄수들을 진료했던 친구의 증언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장면 대부분을 철거 전 카란디루에서 직접 촬영했다.
‘카란디루’는 그러나 교도소 폭동사건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은 오히려 폭동사건이 일어나기 전 , 죄수들의 삶과 감정을 꼼꼼히 묘사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극악한 범죄자들인 그들도 사랑과 슬픔, 가족애와 희망, 두려움과 공포를 가진 미약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극악한 환경의 카란디루와 그 곳 사람들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이 영화의 나레이터인 의사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잘 드러난다. “나는 카란디루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고, 의학을 배웠으며, 내가 의사였기에 접할 수 있었던 삶의 비밀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
<폭동이 발생하기 전 카란디루 교도소의 실제 모습 >
바벤코는 지금까지 만든 영화 9편 중 무려 4편이나 교도소를 소재로 했을만큼 유난히 ‘갇힌 인간’에 대해 끈질긴 관심을 기울여온 감독이다 . 극한 상황 속에서 삶의 본질을 이끌어내는 그의 솜씨는 ‘카란디루’에서도 빛난다. 특히 실제 범죄자들이 아닐까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브라질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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