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책을 읽자

순수의 시대

bluefox61 2012. 1. 4. 20:16

오래전부터 한번 읽어야지 했던 Edith Warton의 'The Age of Innocence'를 단숨에 읽었다.

요즘 이상하게도 통 소설이 안읽히는데, 모처럼 한번에 읽어내린 책. 처음에는 너무 세밀한 사교계 묘사때문에 집중하기 쉽지않았는데 초반의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이디스 워튼의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날카로운가를 알수있다. 마틴 스코세즈가 왜 이 작품을 영화화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샹들리에와 천장 사이를 떠도는 듯한 기묘한 무중력 상태에서 그 장면에 동참하고 있던 아처는 다른 무엇보다 그 일의 진행과정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가장 놀랐다. 평온하고 영양 좋은 얼굴들 사이로 시선을 돌려보니, 메이의 흰죽지 오리에 몰두한 이 온순한 인상의 사람들이 말없는 음모가 집단으로, 그리고 자신과 오른쪽에 앉은 창백한 여자가 음모의 중심으로 보였다. 그러더니 , 갑자기 그 모든 사람이 그와 마담 올렌스카를 애인사이로, 특히 외국어휘에 눈에 띄는 극단적 의미의 애인 사이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빛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섬광처럼 다가왔다...




그것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또한 추문을 질병보다 두려워하고, 용기보다 예의를 중시하면, 소동보다 더 천박한 일은 소동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행동을 빼고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방식이었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자 아처는 무장한 진지의 중심에 끌려온 포로가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

행동보다 암시와 비유가, 충동적인 말보다 침묵이 우세하다는 무시무시한 직감이 지하 가족무덤의 문이 되어 그를 가두었다..

그렇게 저녁은 멈출줄 모르는 멍청한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