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쥘리에트 비노쉬-알수록 미스터리한 여자 

bluefox61 2006. 9. 21. 14:10

스크린 속 배우들을 동경하기는 해도, 나 자신과 비교하거나 닮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한들 제가우마 서먼의 여신같은 몸매라든가, 셜리즈 테론같은 고혹적인 미모를 가질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 닮고 싶은 여배우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쥘리에트 비노슈(42.사진)을 택하겠습니다. 상큼함과 현명함을 동시에 갖춘 여자, 아름답지만 가볍지 않고, 지성적이지만 가슴이 굳어있지 않은 여자,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한 여자가 바로 비노쉬가 아닐까 싶습니다. 

초기작인 ‘나쁜 피(86)’와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88)’부터 ‘데미지(91)’와 ‘블루(93)’을 거쳐 ‘히든(2005)’ 에 이르기까지 비노슈의 배우로서 성장과정과 함께 해온 셈인데, 지금도 영화 속에서 만날 때마다 그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양파같은 다양한 얼굴과  과장없는 진실한 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에서 상실과 배신의 슬픔을 극복하려는 그녀의 절실한 마음에 공감했고, ‘잉글리시 페이션트( 97)’에서 몸과 영혼이 모두 망가져버린 남자를 정성으로 거두는 간호사였던 그녀를 이해했으며, ‘초콜렛(2000)’에서 떠돌이 집시 조니 뎁을 위해 그녀와 함께 마을사람들과 맞섰고, ‘히든’에서 정체모를 사람에 의해 그녀가 당하던 비디오 협박에 함께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데미지’에서 부자와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도 이해할 수는 있을 것같았지요. 

 

비노쉬란 이름이 처음 가슴에 각인된 것은 88년 우연히 본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때부터로 기억합니다. 체코의 한적한 온천 휴양지에서 일하는 시골 아가씨로 등장했던 비노슈가 어찌나 순수해보였던지..이후 ‘나쁜 피’에서 색색 크리넥스로 얼굴을 가리며 장난치던 그 유명한 장면의 그녀에게 반했고, ‘퐁네프(91)의 연인’의 누더기 모습도 아름답게만 보이던군요. 

 

‘순수의 뮤즈’였던 비노슈도 이제는 사십대 중년이 됐습니다. ‘초콜렛’개봉 때 뒷자리의 여학생 관객들은 “ 비노슈가 완전 아줌마다”라며 비웃었지만, 저는 함께 늙어가는 그녀가 너무 좋습니다.